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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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보고픈 사람
몇 년 전 처음으로 사회에 첫걸음을 걷기 시작한 울 딸내미 어릴 적부터 밥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아니면, 어릴 적 날 닮았는지... 식사시간만 되면 전쟁이랍니다. "더 먹어" "먹기 싫어요" "한 숟가락만 더 먹고 가라...응" "엄마 먹기 싫어요. 배 불려요." 그기다 아침엔 일찍 일어나지도 못해요. 한술이라도 더 먹여서 보내려고 언제나 전쟁을 치른답니다. 신천동(동부정류장 근처)에서 북부 갑을 방직 근처(회사)까지 가려면 온 시내를 한 바퀴 돌아가는 시내버스밖엔 없었답니다. 몸도 약하고 먹지도 않고 날 닮아 멀미도 하는 딸아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며, 출근을 시켜줄 때였답니다. 딸아이 회사에 데려다 주고 되돌아오는 길 갈 때와 같은 길로 되돌아오진 않아요. 그 시간이면 외각지에서 들어오는 차들도 신천대..
2015.09.11 -
술이 유죄
첫아이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에 입학 시켜놓고 얼마나 흐뭇했는지 몰라요. 준비물이다, 숙제다, 오히려 아이보다 제가 더 바빴지요. 둘째딸은 걸리고, 셋째아들은 업고, 억척을 떨었습니다. 공부는 누가 하는지 모를 정도로 글자를 가르치고, 받아쓰기 학습장 정리. 등등 극성(?)엄마는 아니었지만,(혹 모르죠 다른 사람 눈에는 극성으로 보였는지.) 그 가까이는 가 보았습니다. 그때의 일입니다. 아파트는 들어가는 입구가 똑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틀리기 쉽지요. 그날따라 애들 아빠가 학교에서 회식이 있다며, 늦는다고 전화가 왔기에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큰아이의 숙제를 봐주고 늦은 시간이 되자 아이들도 잠들었습니다. 막내만 잠을 설쳤는지 칭얼대기에 업고 밖에 나와 애들 아빠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고 아긴 잠들었기..
2015.09.10 -
오만원 떡 사 먹은 날
도동 측백나무숲을 보려 갔다가 안으로 이어진 길 따라 달려서 들린 끝나는 지점의 동네 평광 과수원들이 즐비하고, 사과나무 아래엔 사과가 수북하다. 한 자루 맘대로 담아서 1만원 주고 사온 사과가 꿀이 들어 있는 게 아주 맛있었기에 내년에도 사려오자 약속을 했지만, 다음해엔 너무 늦게 오느라 사과철이 지나 사질 못했다. 올핸 꼭 사야지 하고 들렸더니 너무 일찍 들렸나보다 마디마디 달린 사과들이 햇볕에 여물어 가고 있었다. 오늘쯤은 땄으리라 생각하고 평광으로 향했다. 올핸 사과값이 비싸서 그런지 낙과 인대도(마른기스) 한 상자 이만오원 이란다. 가져간 자루에 담고 집으로 무거우니 두어 번 조금씩 나른다고 해도 자기가 가져가겠다며 무거운 자루를 들고 내겐 작은 비닐 봉지에 들은 사과를 들고 가란다. 4층까지 ..
2015.09.10 -
오는 말 가는 말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과 맑은 날씨가 봄 마중을 가자고 유혹을 한다. 하지만, 안돼요. 금봉 노인정에 중식을 해드리러가야 하는 날 유혹을 뿌리치고 친구랑 둘이서 노인정에 들리니... 다들 봄바람 타고 어딜 가버렸나?. 그곳에서 일하시는 아주버니 한 분과 우리 두 사람 뿐 셋이서 콩나물과 파를 다듬고 씻어놓고 어묵 국에 넣을 무를 어르신님들 잡수시기 좋으시게 얇게 나박 썰기를 하여놓고, 김치도 썰고 반찬준비도 했다. 밥하고 국 끓이고 콩나물 잡채도 하고, 시간이 되어 차례로 줄을 서 식판을 들고 오신다. 친구는 밥 아줌마는 반찬 난 국을 퍼 드렸다. 이렇게 셋이서 분담을 해서 하니 그런대로 중식 대접을 해 드릴 수가 있었다. 어떤 분은 많이 준다며 조금 달라 하시고 또 어떤 분은 작다고 더 달라고 하신다. ..
2015.09.09 -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젠 짝꿍이랑 결혼한 지 어느덧 30주년 기념일 전야제!! 후후~~~뭔 전야제 식이나 글치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은 전 잊고 있었답니다. 새벽에 글 한 줄 올리려 들어왔다가... 아우님의 일대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어제가 아우님의 결혼기념일이라고 하기에, "축하합니다" 하다가 문득 70년 11월19일 아~~바로 이날 우리도 결혼했지!! 그때야 깜빡 잊고 있었던 결혼기념일이 생각이 났어요..히.. 30년 전 그날 전 그때 유행하던 아래가 넓은 나팔바지 입고 쫄랑쫄랑 짝꿍 뒤 따라다니며 앞날의 설계와 꿈에 부풀었지요. 한진 고속버스 처음 생겨서 안내아가씨도 있을 때 였답니다. 비행기를 타면 스튜디오 아가씨가 하듯이 예쁜 안내양이 안내해주었지요. 저 이래요. 늘 덤벙대고 잘 잊어버리고... 그러나 전..
2015.09.09 -
어머니 저 잘 할게요.
이해심 많은 시어머니로 생각해 주는 맘이 고맙긴 해도 나도 늘 착한 시어머니 표는 아니거든요. 잘해줘야지 하면서도 간혹 서운한 마음에 속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눌려 참으려 늘 노력은 하지만, 새아긴 또 새아기대로 그렇겠지요. 사실은 나도 울며느리 생각을 몰라서 늘 궁금하답니다. 잘해주러 노력하고 조심하지만, 울며느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허사잖아요. 깨지기 쉬운 도자기처럼 늘 보살핀다고는 하지만, 받아들이는 쪽의 생각을 몰라서 조심스럽답니다.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내 생각보다 이렇게 해주면 울며느리가 좋아할까?? 싫어할까?? 먼저 며느리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나 아직은 며늘아기 속 깊은 내막은 몰라도, 겉으로는 늘 고마워하고 또 무엇이든지 의논하려고 하는 그 맘이 예쁩니..
201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