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9. 05:55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과
맑은 날씨가 봄 마중을 가자고 유혹을 한다.
하지만, 안돼요.
금봉 노인정에 중식을 해드리러가야 하는 날
유혹을 뿌리치고 친구랑 둘이서 노인정에 들리니...
다들 봄바람 타고 어딜 가버렸나?.
그곳에서 일하시는 아주버니 한 분과 우리 두 사람 뿐
셋이서 콩나물과 파를 다듬고 씻어놓고 어묵 국에 넣을 무를 어르신님들
잡수시기 좋으시게 얇게 나박 썰기를 하여놓고, 김치도 썰고 반찬준비도 했다.
밥하고 국 끓이고 콩나물 잡채도 하고,
시간이 되어 차례로 줄을 서 식판을 들고 오신다.
친구는 밥 아줌마는 반찬 난 국을 퍼 드렸다.
이렇게 셋이서 분담을 해서 하니 그런대로 중식 대접을 해 드릴 수가 있었다.
어떤 분은 많이 준다며 조금 달라 하시고 또 어떤 분은 작다고 더 달라고 하신다.
일일이 입맛에 따라 해드릴 수 없으니, 양이 적다 싶으면 더 달라고 하시면 될 텐데....
"그렇게 주기가 아깝나?"
"아니에요. 더 드세요."
이렇고 말씀드리며, 더 드리지만, 좀 섭섭하다.
기왕이면 조금 더 줘요. 말씀을 하시면 듣는 사람도 좋을 탠데.
어떤 분은 또 이래요. 너무 많다면서 다시 국 솥에 쏟아부어요.
한분 한분의 식성을 맞추어 드리기 쉽지 않지만....그럴 땐 마음에 찬바람이 분답니다.
그래도 다 잡수시고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고맙다며, 수고한다 하실 땐 힘이나요.
그 땐 오히려 제가 더 고맙게 느껴져요.
다 잡수시고 돌아가신 후 갖다놓은 식판을 깨끗이 씻어
그릇 소독기 안에 가지런히 넣어놓고, 숟가락 젓가락도 씻어놓고
물컵도 씻어놓고 장내를 정리하고 나면 오늘 일은 끝.
그릇들이 전부 스탠이라 씻을 땐 아주 요란하답니다.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화난 사람 같아요.
그래도 그 소리가 활기차고 듣기 좋은 건 이것만 하면 끝이 나니까요. ^^
일찍 나서느라 미루어 두었던 내 집 설거지는 이제부터 하려 가야겠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지금부터 내 가족을 위해 또 일해야겠지요.
퇴근해 돌아오실 짝꿍과 아들 딸을 위해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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