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9. 05:54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어젠 짝꿍이랑 결혼한 지 어느덧 30주년 기념일 전야제!!
후후~~~뭔 전야제 식이나 글치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은 전 잊고 있었답니다.
새벽에 글 한 줄 올리려 들어왔다가...
아우님의 일대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어제가 아우님의 결혼기념일이라고 하기에,
"축하합니다" 하다가 문득 70년 11월19일 아~~바로 이날 우리도 결혼했지!!
그때야 깜빡 잊고 있었던 결혼기념일이 생각이 났어요..히..
30년 전 그날 전 그때 유행하던 아래가 넓은 나팔바지 입고
쫄랑쫄랑 짝꿍 뒤 따라다니며 앞날의 설계와 꿈에 부풀었지요.
한진 고속버스 처음 생겨서 안내아가씨도 있을 때 였답니다.
비행기를 타면 스튜디오 아가씨가 하듯이 예쁜 안내양이 안내해주었지요.
저 이래요. 늘 덤벙대고 잘 잊어버리고...
그러나 전 이때껏 살면서 결혼기념일과 제 생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그냥 늘 잊고 지나갔지요. 어쩌다 짝꿍이나 아이들이 생각해주면
감사하게 기쁘게 보내곤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짝꿍의 생신이나, 아이들 생일, 집안의 경조사는 그냥 지나치진 안았습니다.
그냥 내게 속한 거 내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다 생각하고 살수는 없었지요.
늘 사는 게 바쁘고 일일이 그곳까지 다 챙기기 힘들었거든요.
그러나 이렇게 살아온 세월이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짝꿍은 알까? 낼 이 결혼 30주년 기념일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고 해도 섭섭해 하진 않아야지.
내가 작은 기쁨이라도 주어야지... 나도 잊고 지나칠 뻔 했는데....뭐
딸아이는 새아기가 혼자선 자꾸 무섭다고 해서 함께 좀 지내다 오라고...
안양 호계동으로 올려 보냈기에,(아들이 자주 일 때문에 집을 비우기 때문에...)
졸업논문 쓰느라 바쁜 막내아들, 짝꿍, 나 이렇게 셋이서 지내고 있지요.
엊그제 결혼한 것 같은데......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렸나??
큰아이도 자라서 장가가서 가정을 이루고,
아들이 아들을 낳아 난 할미가 되었다오.
착한 며느리도 얻고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나간 날들
스쳐 지나가는 옛일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그 그제 밤엔 비가 올 듯 말듯 찌푸린 날씨 탓에
밤새 아파하느라 잠 못 이룬 짝꿍
어제 토요일 하루는 집에서 그냥 푹 쉬시라고 했더니,
오늘은 견딜 만 하다 하며 30주년 축하 드라이브 가제요.
오모나~ 잊고 있진 안았네요.
고마워라~~난 잊었는데...히 미안시럽넹
막상 기념일 날에 아프면 못 간다면서 좀 덜할 때 가자하네요.
파동으로해서 각북지나 헐티재 넘어 백년사에서 잠깐 쉬고,
또다시 출발해서 덕산추어탕 집에서 점심먹고.
추어탕일망정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칼질하는 것보다 더 행복했지요.
그리고 청도로 해서 운문 댐으로 빠졌답니다.
곰티재 너어 가다 간이휴게소에 들려 따끈한 커피 한잔씩 하며...
우린 오솔길을 걸어서 산등성이까지 가려다 되돌아왔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차워서
싸그락 싸스락 낙엽 쌓인 길을 가만가만 밟으며,
은근히 잡아주는 손길에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희긋희긋 서리 내린 것같은 짝꿍의 머리카락 이제 곧 은발이 되겠지요.
연륜이 묻어나는 짝꿍의 얼굴에서...
그동안의 수고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여보 고마워요."
"아니, 당신이 더 고마운걸... 늘..."
"아니요. 언제나 절 믿고 다 맡겼잖아요. 날 믿어준 게 고마웠어요."
"아니, 한 번도 어려운 살림 불평하지 않고 지내준 게 정말 고마웠어"
우린 이렇게 서로에게 감사하며
서로 잘했어요. 고마워요. 칭찬하기 바빴답니다.
운문 댐과 운문사 갈림길에서 우린 운문사 쪽을 택하여
가다가 다시 언양으로 내 달렸습니다.
언양에서 석남사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회전해서 경주 산내 쪽으로
운문댐을 끼고 달리다가 용성지나 자인으로 해서 한 바퀴 휘돌아 집으로 왔지요.
그리곤 짝꿍은 저녁의 만남을 위해 집을 나셨고
명퇴 후 매주 토요일 오후 7시~9시까지 배울 게 있다면서 다니거든요.
오늘도 드라이브 다녀온 후 저녁 한술 뜨곤 갔지요.
퍼붓는 잠을 참으며 컴퓨터를 켜놓고 음악을 들으며 대화도 나누며 기다렸습니다.
기다렸다가 깜짝 쇼를 하려고...히힛
짝꿍이 오는 시간 맟추어 촛불을 켤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며칠 전 사둔 백세주 한 병도 준비해 두고 안주도 내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지요.
띠리~띠리리~~띠리리링~~~띠리리리리링~~
"누구세요?"
"응~~~나야~~~"
"네 잠깐만요. 춥지요?"
"어휴, 너무 추워 이젠 두꺼운 옷 내 입어야겠어"
"어휴 깜깜해!! 왜 이래,"
"히~~결혼 30주년 기념 전야제 하려고요."
"하하하~~뭐!!~~전야제??...고마워..."
"이리 앉으세요."
촛불로 불 밝히고 백세주 따라 주었지요.
한 방울도 못하는 술, 난 녹차로 기분을 내느라 서로
"짠!!!"하고 건배도 하였답니다.
그리고 어둠 살이 낀 거실에서 흔들리는 촛불 아래 곱게 웃으며
앞으로도 늘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하고 다짐했습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속담처럼.....
늘 가까이 있기 때문에 등한히 하기가 쉽지요.
사랑도 이렇게 늘 가꾸어 가는 거랍니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이네 틈이 생겨버리는 사랑을...
항상 조심하며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의 불타는 사랑보다 나이 들어 가면서
은근한 사랑이 얼마나 좋은지 젊었을 때엔 몰라요.
세월이 흘러갈수록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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