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쳐도 중심이 울리는 비결

2015. 9. 8. 05:55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다이얼 패드 공짜전화,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끈기와 인내가 있어야 하는가 봐요.
엄격히 따지자면 공짜도 아니지만.......
따르릉~따르릉~~따르르르릉~~~~


 "여보세요??"
"어머님이세요? 저에요. 어머님"
"응 그래 왜?? 무슨 일?? 다른 일 없지??"
"예, 어머님 그냥 저..... 언제쯤 올라오실거에요."
"얘야, 우선 끊자! 내가 다시 할 게 무료전화로...알았지.."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신접살림이 걱정 되어서 내가 하려고 우선 끊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컴퓨터 앞에 앉아 한번, 두 번, 세 번,...에고~~끝내 소식 없는 다이얼 패드.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볼때는 잘 되더니만, 이렇게 꼭 필요해서 걸었더니, 묵묵부답이네요.
좀 쉬었다가 다시 재도전....끝내 연결이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집 전화로 다시 걸었지요.
따르릉~따르~~~~


"어머님이세요??"
"응 나다, 아무리 해도 무료전화가 연결이 안 돼서 집 전화로 그냥 했어"
"어머님 그러셨어요. 전 제가 다시 하려고 했습니다."
"이구~~공짜는 다 그런가 봐, 역시 돈 내고 하는 거 하고는 틀리겠지. 모"
"네. 어머님. 참 어머님 언제 올라오실거에요?"
"이번 주는 좀 어렵고, 다음 주쯤 올라갈까 한다...왜??"
"어머님 오셨다 금방 갈 거에요. 좀 더 계셨다 가시면 안 됩니까?"
"왜?? 무슨 일 있니??"
"저........발가락 수술 좀 하면 해서요. 너무 아파서요."
"그래, 많이 아프니?? 알았다. 아버지하고 의논해 볼게"
"네 어머님 고맙습니다."
"얘야, 아버님에게는 수술 얘기 하지 마라, 그냥 내가 적당히 말씀드릴게"


울 며느리 시집와서 긴장해서인지, 약해서인지, 순수해서인지
아무튼 자주 여기저기 아프다고 숨김없이 다 말해서 시어머니인 날 시험에 들게 했지요.
애고~~~머리부터(골치가 아프다)시작해서 발끝까지(엄지발가락 발톱이 파고 들어가는 병)
배가 아파요.(산부인과) 속이 더부룩 쓰리고 아파요.(내과, 위내시경) 귀와 목도 아파서....(이비인후과)도 다녔답니다. 

애고 완전히 병원 순례하는 울 며느리
만약 내 딸이 시집가서 그렇게 아프다고 하면
속상하고 귀찮은 거보다 걱정이 먼저 되겠지요.
사둔 집에서 울 딸 귀찮아하고 미워함 얼마나 내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래서 나도 딸이 있고 그 딸도 약해서...큰소리 못치니까...
함께 걱정하고 위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속으론 갈등도 많았답니다.
히히 숨김없이 다 말하면요...
대구 있을 때 발가락 수술하고 올려보냈는데...


다시 또 아파서 수술을 해야 되나봐요.
이런 며느리 혹시나 짝꿍이 속으로라도
'걘, 왜 그래 맨날' 이렇게 생각할까봐... 숨겨주고 싶어요.

식구잖아요. 좋으나 싫으나 내 식구. 좋은 일은 드러내 주고 흉 되는 일은 감춰주고 싶어서...
속으로 하는 갈등.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또 아픈 거 그거 인력으로 안 되는거 잖아요...그죠.
아플 때 누가 모라고 함 얼마나 서러운데요.
그거 골골 앓아 본 전 잘 알지요.

예전에 울 엄마 너무 속상하시면 아주 간혹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이렇게 내 속만 태우고 인간 안 될바엔 차라리 일찍 죽어라"
마음에 없는 소리라는 걸 그땐 몰랐습니다.

그래서 죽는다면서 몆날며칠을 단식투쟁을 해서 엄마 속 참 많이도 태웠지요.
애고 엄마 얘긴 여기서 끝. 안 할래요. 또 울어버릴 것 같아서...

 

지금은 그때 엄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걸 알아요.
울며느리도 아마 내가 모라고 함 지금은 그걸 몰라서 서운할 거에요.
아니죠......영원히 서운할 수도 있어요.

우린 고부 사이 영원한 평행선이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친부모 자식처럼은 안되지요.
그러니 더 공을 들일 수 밖에는...핏줄이 아닌 인연으로 묶여있으니...


딸보다 더 조심스럽고 혹시나 하고 살펴보게 되던걸요.

아직까진 우린 서로 믿고 또 의지하며.... 서로에게 잘하려고 늘 노력하지요.
요즘 젊은이 아닌 것 같은 울며느리 정말로 예뻐요.
마음씀도 그렇고요.

아직은 철없고 생각이 얕을 수 밖에는요.
살아온 경륜이 적잖아요. 더 많이 살아온 제가 이해를 해야지요.
나잇값도 못하고 속으로 미웠다 고왔다 하지만 늘 노력할 거에요.


미워하는 거 보다는 사랑하고 예뻐해 주는 게 나에게도 더 좋거든요.
김장이랑 과일(서울은 과일 값 대구보다 엄청 비싸더군요.)
새아기 좋아하는 과일을 사서 가지고 올라가야징~~~
새아기 마음이 편해야, 울아들 마음도 편하지요.

히히~~~내가 잘해야지...그럼 그게 다 울아들 한테로 가거든요.

이렇게 변죽만 쳐도 중심이 '둥' 울리는 비결을 전 알거든요...홋
아들은 아무리 내가 버리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내아들.....
며느린 아무리 내 딸로 받아들여도... 어느한순간 잘못하면 그동안 공들였던 게 다 허사가 되지요.

 

이런 사이 고부간이라고 난 생각해요.
그래서 늘 조심스럽고 아껴주고 싶은 새아기랍니다.
서울 가면 동생들 아우님들 찾아볼려고 했는데.... 어쩌면 못 할지도 몰라유~~~
손주랑 며느리 보살펴줘야 하니까,
식순이처럼 일만 하다 내려가야 할 지도 몰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