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며느리가 사줬어요.

2015. 9. 7. 06:05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어머님 오늘 어디 가세요?"
"응, 왜??"
"저 치과에 갈야해서... 래규 때문에, 어머님이 봐 주셨음 하구요."
"그럼 내가 일찍 볼일보고 1시 전에 올게. 점심 먹고 오후에 가...응"
"네...어머님..."

 


이렇게 약속하고 아침 먹고 부지런히 준비해서 볼일 보려 갔답니다.
(운동량이 모자란다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 하기에.....
친구들이랑 한 팀을 만들어 자이버 배우려 다니거든요.)

친구 질녀가 고교 무용선생님. 방학 동안 가르쳐 줄 수 있다기에....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12시까지 2시간 화, 목, 금...
한달 만에 기초는 떼게 해준다기에, 일주일에 3번 하루에 2시간씩
그렇게 해두면 다른 곳에 가서 배워도 기초가 되어 있으니, 쉽다기에...

오늘이 2번째 날 결석하면 따라가기 어렵기에
며느리한테는 아무 말 안하고 나왔다.


그러나 누구한테나 오래 속이지 못하는 성격, 곧 이야기 할 꺼야~~~아마도..

열심히 땀을 흘리며 굳어진 온몸을 푸느라 웃고 떠들며
엉성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춤추며 즐거웠다.

끝마치고 신년 교류회 명칭을 지어서 갈비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져,
얼른 집으로 와서 점심 먹게 도와주고 며늘아기 치과에 다녀오라고 보냈다.
몆시간이 지난 후...

"어머님 이제 끝났는데요. 여기 백화점입니다."
"그래, 근데...백화점엔 왜??"
"어머님 생신도 다 되었고요. 그때 내려오지 못할 것 같아서...선물 살려고요."
"얘야 괜찮다...돈도 없잖아...그냥 와, 네 볼일보고..."
"없어도 사 야죠.....어머님 외투 어떠세요?"
"싫타, 외투 입을 거 있잖아...됐다...그냥 와..."

 

아구구~~~ 괜찮다고 해도 자꾸 우겨서......

"그럼 목 티나 한 개 사 와라...응"
"네 어머님 그럴게요, 근데요. 분홍이 좋아요, 푸른색이 좋아요,
아님 연한 보라색이 좋아요."
"분홍은 싫고, 푸른색도 그러네...차라리 연한 보라색으로 해라."
요즘 보라가 유행이거든요...쿠쿠쿠 할매가 되었지만,
유행은 따라가고 싶어서.....힛

 

"네 알았습니다 참, 어머님 싸이즈 55세요, 66이세요."
"위에 옷은 55도 되는데....밑에꺼는 엉덩이 땜시롱 66해야 돼.."

후후후~~~어떤 것을 사올까?? 궁금했습니다.
한편으론 찡하기도 했습니다.
살기 어려울 텐데...신접살림 여기저기 돈 들일이 많을 텐데....
한참만에 집으로 온 며늘아기 손에는 백화점 봉투가 들려 있었다.

 

"어머님 저 이거 어때요??" 하고 내 놓는 것은 연 보라빛 반 코드.
기어코 코드로 사왔습니다.
이왕 사 온 거 며늘아기 기분이나 좋으라고...그리고 좋기도 했지요.
"어머나!~~~예뻐라...정말 예쁘다. 어디 보자 함 입어 볼게.."
"네 어머님 입어보세요. 마음에 드세요?"
"그럼 마음에 들고 말고....고맙다."

 

얌전한 스텐칼라에 연보라의 환한 색깔.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그러나 며늘아기한테 미안했습니다.
살기도 힘들텐데....하는 맘에.....

 

"어머님 마음에 안 드시면 바꾸셔도 돼요. 그리고 환불도 된다고 했습니다."
"응 그래 알았다..마음에 들어...그냥 입을게...어떻니??"
"어머님 잘 어울리세요...예뻐요."
"그래 고맙다 잘 입을게"
"저 그리고 어머님 66싸이즈 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55는 적을 것 같아서요."
"그래 잘했다. 55는 못 입을 뻔 했네..."

 

옛날 생각만 하고 간혹 좀 크게 나오는 55는 입을 수 있기에 그렇게 말했더니...
쇼핑 나온 나랑 비슷한 체격의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입혀보고 그리고서 샀다고 하네요.
아무튼 고맙고 기특하고 또 미안하고 그랬답니다.
안양 올라갈 때 조금이나마 봉투에 넣어서 줘야지...쓸 때가 많을 탠데....

 

"친정어머님 꺼 는 안 샀니?? 안사돈 생신이잖아"
"준비했어요. 어머님"
"자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보태서 뭐라도 하나 더 사 드려라..."

많이 주고 싶었지만, 조금밖에 못 주었어요.
그냥 정이지요...모....서로 생각하는 정...
그러나 많이 주지 못하는 맘 서운했다.

괜찮다고 안 받겠다는 걸 억지로 주었다.
좀 늦게 딸아이가 들어왔다. 얼른 옷을 들고나가서 자랑했다.


"얘야 언니가 내 생일이라고 당겨서 사 주었다."
"어머 예뻐 엄마 그랬어요. 언니 고마워...."

 

좀 더 있다 막내아들 들어왔을 때도 난 쪼르륵 달려나갔다.
옷 자랑하려.......쿠쿠쿠
아마 딸이나, 아들은 주책 맞은 엄마네 했을찌도 몰려~~~
내 맘 모르고 그런 생각 마로 라....
사실은 울 며느리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선물 받고 기뻐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 그냥 가만히 있는 거 보다는
좋아라 하고 자랑해주면 기쁨이 배가 될 거 같아서...


어려운 살림에 시어머님께 큰 맘먹고 해준 선물.
정말 기쁘게 예쁘게 받아들이고 싶어서요.
사온 옷보다 그 마음을 더 예쁘게 받아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막 자랑했지요.

내일은 모임이 있는 날.
며느리가 사준 옷 입고 나가서 자랑 해야징~~~~

"이거 울며느리가 내 생일날 못 내려온다고 당겨서 사 줬어..." 하구요.


사진속에 입고 있는 옷이 바로 그 옷이지요.
지인들이랑 함께 찍은 사진이기에 혹 몰라서...
제 사진만 짤라서 올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