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날 속의 즐거웠던 하루

2015. 9. 5. 06:01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어머님 뭐하세요?"
"그냥 있지 모...좀 있다 저녁 준비해야지...넌??"
"저녁 반찬 뭐 해 드세요?"
"몰라 그냥 있는 대로 해 먹을래....하기 싫어....ㅎㅎ"


"어머님 저녁 해 드릴게요. 오실래요?"
"얘야 귀찮잖아 그냥 여기서 해결할게..."
"아니요, 안 귀찮아요. 오세요. 저도 혼자 해먹기 싫어요. 어머님 오세요."
"정말 안 귀찮니? 몸도 무거운데....."
"네 괜찮아요. 불편하면 오시지 말라고 하지요..안 그러니까 오시라고 하지요."
"잠깐 아버님 한테 여쭈어 보고...."

마침 안방에서 나오는 짝꿍한테 물었다.


"며늘아기가 저녁 해준다고 오시라고 하네요. 갈래요??"
"가지 뭐~~"
흐미~~웬일 좋아라.......얼른 그러자고 했다.
"알았다. 갈게 고마워~~ 참 내가 찬거리 좀 사갈게....."
"아니요, 어머님 그냥 오세요. 올 때마다 사 오셨잖아요."
"아라따 걱정하지마..그냥 갈게..."


이렇게 흐뭇한 대화를 나누고 딸아이한테 얼른 준비하라고 해서,
우린 며늘아기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찬이 많고 적고가 문제가 아니지요.
달랑 한 개 올린 김치랑 호박죽 이렇게도 먹고 온 걸요.

 

처음엔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초대해주는 맘도 그게 어딘 대요.
그 맘을 더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김치 담아 아파트 입구 경비실에 맡겨놓고 전화하고
되돌아가는 시어머니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며느리도 많이 있다는 세상에서....
마냥 예쁘기만 하는걸요.


그리고 마음먹기 달렸지요.
맨밥이라도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찬보다는 그 마음을 예쁘게 기쁘게 받아들이니까...

그때부터는 행복이 짠!! 하고 마음을 풍족하게 하던걸요.
그냥 갈 수 없어서...싱싱한 회를 한 접시 준비해서 들고
과일도 준비하고 그리고 갔다.


미역국 끓이고, 멸치조림과 호박조림, 감자볶음 김치
가져간 회를 중간에 놓으니, 금방 진수성찬이 되었다.
우선 새아기 편하게 먹이기 위해 손자는 내가 맡았다.
상위로 올라가려는 손자를 달래서 무릎에 앉히고 조금씩 떠먹이는 밥
잘도 받아먹는다. 오물오물.....한참 잘도 받아먹는 것 같더니,
이내 도리도리를 한다. 싫다고...그리곤 덮칠려고 한다.
상위의 반찬들을 제 맘대로 하려고....


먼저 식사를 끝낸 짝꿍이 손자를 맡아서 봐 주기에 나도 얼른 식사를 마쳤다.
후식으로 내온 커피랑 과일..... 포도를 아기가 마구 손아귀에 넣고 주물럭거린다.
포도 물이 손을 타고 흘러내리고.... 이가 나려는지 아니면 버릇인지,
입가에 침이 마를 새가 없이 흘러내린다.
 
손도 딲고 입가도 딲고 에고고 래규 때문에 얼른 치워야 겠기에
아이들 키울 때 버릇이 다시 나온다.
허겁지겁 마구 집어넣고 끝. 아고 아무것도 없이 휭하니 빈 마루
자, 이젠 네 맘대로 하고 놀아라~~아가야~~~
이리저리 천방지축 뒤뚱뒤뚱 걸으며....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에게로 왔다 갔다 한다.

엄만 늘 함께여서일까? 낮을 익히려는지 내내 우리랑 놀려고 한다.
그것도 예쁘넹.....흐흐

행복이 뭐 특별한 건가 이런 게 행복이지....

 

"할머니, 할머니 해봐, 응 래규야~~"
하고 며늘아기가 가르치고 있다.
아직도 엄마 아빠밖에 겨우 할 줄 모르는
어린 래규에게...할머니란 말은 어려워서 못하지요.
얘야 안 그래도 돼, 할머니 소리 벌써부터 듣기는 싫은 디~~히~
나중에 가르치지 않아도 할머니 소리 할꺼야....
그때까지 그냥 둬, 듣고 싶은 마음과 싫은 마음이 반반이다.

 

할머니는 할머니면서 할머니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아직은 낯설다.
내가 벌써 할머니, 올 12월이 되면 두 번째의 할머니가 되는대도..
아직도 할머니가 많이 낯설다.
언제쯤이면 진정한 몸도 마음도 할머니가 될까?
돌아오는 길 제 먼저 신발 들고 현관 앞에 서 있는 손자..


아고....제를 어쩌노??
이젠 제법 깨가 생겨 두고 간다는 걸 미리알고 선수쳐서 나와섰다..
할 수 없이 함께 데리고 내려와서...
한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리고 나서 며느리랑 내려놓고..... 
래규야 안녕~~안녕~~~
아무것도 모르고 빠이빠이를 잘도 한다.

우린 편하게 잘 왔지만, 도착해서 받은 전화에서..
금방 내린 차 어리둥절해서 그냥 있더니,
차가 안 보이니까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혼났다고 한다.


아고 이젠 손주 때문에도 며느리 집 자주 못 갈 것 같습니다.

어차피 12월이 되어 둘째를 보면 큰아인 우리가 봐 줘야 할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죠....엄마랑 있어야지요.
래규야 그때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함께 있자..조금만 더 참아~~~~ 

 

 

'살아지는 이야기 > 초아의 옛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 며느리가 사줬어요.  (2) 2015.09.07
세월 탓일까??  (2) 2015.09.05
따뜻한 옷과 바꾼 전화한통  (0) 2015.09.03
늙은이 생각 젊은이 생각  (0) 2015.09.03
할머니  (2) 201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