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3. 05:55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지난 금요일 얼마 전 시집간 딸아이가 먼저 내려오고...
(일 때문에..사윈 뒷날)
그리곤 그 담날 토요일 저녁 6시에 출발해서 온다는 백년손님인 사위.
잠 많은 장모가 자불며, 자불며...감겨오는 눈을 감지 못하고..
기다리기에 고통이었다.
"그만 자....아직 두 오려면 멀었어.."
"괜찮아요."
"한숨 자고 나서 기다려도 돼..."
자꾸만 끄덕대는 날 보고 짝꿍은 자라고 한다.
에고 그러나 졸리긴 해도 막상 누으면 잠은 오지 않는다.
딸아이도 엄마 닮아 초저녁잠이 많아...둘이서 들락날락 잠과의 전쟁이다.
12시 넘어서야 도착한 사윈 아파트 밑에서 전화를 했다.
차를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열쇠를 들고 내려갔다.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내 차를 빼고서 그곳에 대라고 하고...
난 1동 관리소 옆에라도 댈까 하고 내려갔더니
마침 적당한 자리가 있지만, 옆에 어중간하게 세워놓고 간
오토바이 때문에...누구 껄까? 작아보이는 오토바이 저것쯤은
하고 조금 옆으로 옮겨놓고 세울까...하고..
앞으로 뒤로 당겨보고 힘들게 들어볼려구 해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ㅎㅎㅎ
"어머님 제가 해 볼께요."
한창때라 훨 났다. 할매보다...ㅋㅋㅋ
조금 옮겨놓고 넓어진 공간에 주차를 하고
처가 집 온다고 준비한 선물가지고 올라왔다.
버섯이라고 한다. 한 박스...
나 두 자랑 혀야징~~다들 사위가 뭐 사주더라.......
뭐 사주더라 하고 자랑하던데.....
난 두 혀야징~~요것도 저것도 해주더라 함시롱....ㅋㅋㅋ
한창때라 우동으로 때운 저녁이 허전할 것 같아서...
늦었지만, 샌드위치라도 먹게 하려고 준비해둔 걸 내 놓았다.
늦은 밤 먹고 자면 속이 부대낀다고 안됀다고 한다.
딸아이가...........지가 묵나? 지보고 묵으라 카나?
딸아이의 눈길이 곱지가 않다.
"잡술라면 얼른 먹고 아니면 얼른 씻고 자요...."
피곤하고 잠온다고 그카몬 안되지...
본인이 그카 몬 괜찮겠지만, 딸아이가 그런다.
지 실랑이라꼬...에고 못 땐 것 그카몬 안되지 한창 땐 데.....
각시 말에 그만 찔끔해서 먹으려다 먹지 않고
씻으려 들어가는 사위를 보는 순간, 내 딸이지만, 속이 상했다.
금방은 말하기 그렇지만, 낼 조용한 시간에 말해야지........
니가 글타고 남도 글나?? 하고.....따끔하게 꾸중을 해야겠다.
내 눈에도 이러면 시어머니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만약 울며느리가 그랬다면........더 속이 상했을꺼다.
딸아이가 그러는 것도 보기 싫은데, 며느리가 그러면 더 싫겠지..
아무튼 이번 기회에 딸아이 단속을 좀더 해서 보내야겠다.
한밤중이고 자야하니까......그냥 두고....낼 보자 낼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서둘렸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새로운 손님 백년지객이 왔으니 신경이 쓰인다.
해물잡탕 보글보글 끓이고 전기밥솥에 밥 뜸지는 냄세가 고소하게 난다.
김치랑 반찬을 이것저것 있는대로 챙겨서.....한 상 차려놓고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짝꿍은 모임에 나가고....
딸아이와 사위는 교회에 갈 준비로 바쁘고......
난 우선 상위의 아침 먹고 난 빈 그릇들을 부엌 싱크대에 담가놓고,
과일을 깎았다. 홍시도 내 놓고, 그리곤 또 녹차를 준비했다.
과일과 녹차를 먹고 딸아인 둘이서 웃으며 행복해하며
교회를 간다고 나가며,
"엄마 우리랑 교회 안 갈래요. 아버지도 안 계시잖아요."
"나중에..나중에........오늘은 싫다. 치울 것도 많고..."
괜히 또 핑계를 댔다. 왜이리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
가긴 가야하는데.......뭘 망서릴까? 가면 될탠데...
둘이서 가는 뒷모습을 앞 베란다에서 안보일 때까지 지켜보다가...
다시 뒤로 돌아 뒷길로 지나쳐갈 딸아이 부부를 보기 위해 뒤 베란다로 갔다.
조금 연 창문으로 찬 공기가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둘이서 연신 뭐라고 주고받으며 가는 모습......
마냥 흐뭇하다. 울엄마 나 보내고 골목길 끝날 때까지 돌아보면
또 그 자리..또 돌아봐도 그 자리 망부석처럼 서 계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지금의 내 마음 같았을 것 같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울엄마 생각....
딸아이 시집 보낸 후 더욱 더 생각나는 엄마생각...
이래서 시집가보고 자식을 키워 시집장가 보내봐야
그때야 겨우 부모님 맘 조금이라도 알까??
하셨던 옛어르신님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 그렇게 알게 되었을 땐 이미 가고 안 계시는 부모님...
저 아이들도 그럴꺼야.
자식낳고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놓고 나면 아마 지금의 내 심정을.....
알게 될꺼야 자연적으로 알아가게 될꺼야..
그럴꺼야.....
추신: 그담날 딸아이 잠시 불려 말했지요.
어제의 내 마음을 그랬더니, 딸아이 하는 말
"엄마 그사람도 먹기 싫었지만, 엄마가 권하니까 먹으려 했대요..."
"밤늦게 오면 이제 권하지 마세요."
이그 알았따
담부터 절대루 안칼게..
속상해서 그렇게 맘 묵었지만,
그래도 또 그 상황이 되면 묵으라고 할거 같아요..ㅎㅎㅎ
이그 늙은인 늙은인가봐요. 젊은이들 속도 몰라보고....ㅋㅋㅋ
암튼 이렇게 실수투성이의 내 생각 옳다 생각하며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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