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2015. 9. 2. 06:04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스스로 할 때까지 그냥 두라고 해도...
며늘아긴 시간만 나면 손자를 잡고 가르친다.

할머니 할머니하고 부를 수 있게
난 할머니 소리가 그리 듣고 싶지가 않은데
할머니 소리가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내 속마음도 모르고 자꾸만 가르친다.


아마 할머니하고 손자가 부르면 내가 기뻐할 거란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서로 입장이 다른 탓인 것 같다.

그냥 둬도 언젠가는 할머니하고 부를 탠데....,
자꾸만 날 할머니로 자리 매김을 시키려고 한다.

 

열심히 가르친 탓일까? 제법 할모니 하고 부른다.
아직은 할아버지는 혀가 돌아가지 않나 보다.

후후!~~이젠 할아버지에 도전할 차롄가
할아버지 할아버지하고 가르치지만, 늘 하버지 하버지 라고 하는 손자


할머니 소리가 듣기 끔찍하다고 하는 친구도 있지만,
난 그냥 무덤덤하다. 할머니하고 불려도 날 부르는 것 같지 않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 같다.

 

아직도 할머니이길 거부하나 내 속에서
아직도 청춘인 줄 착각하나 보다 내 속에선
할머니가 너무 낯설다.


두 손자를 둔 진짜 할머니인대도...,
언제쯤 익숙해질까? 할머니란 이름에
한창 말을 배우는 래규는 올 때마다 한가지씩의 단어가 늘어간다.


어눌한 발음으로........
딸기는 "딸캉" 싫어를 "시어"
똑똑하지 않은 발음으로 혼자서 중얼중얼 노래도 곧잘 한다.


어릴 적부터 잠재우며 불려주었던, 노래 중에서
빤짝 빤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란 노래 말을 제법 곡조를 맞추어 부른다.

 

혼자서....해보라고 시키면 못하지만,
흥이 나면 혼자서 곧잘 하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고이며,
바라만 봐도 흐뭇한 손자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닌 맞는데....,
언제쯤 마음까지도 할머니가 될까?


그러나 난 언제까지라도 마음만은 할머니이길 거부하고 싶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청춘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언제까지나 청춘이고 싶다.


언젠가 이웃 할머니에게 들었던 말.
환갑도 훨씬 넘은 칠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내가 보기엔 할머니가 분명한데
당신은 할머니가 아닌 줄 알던 그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지금의 나처럼 할머니이길 거부하는 내 마음처럼 그랬을까
그때 그 할머니의 말씀이 이제는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젊은이들 눈에는 나도 확실한 할머니.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며...,
늙음 또한 막을 수 없는 일 인 것을........ 

그러나 아직도 급하면 엄마!! 엄마!! 하고 할머니도 엄마~
엄마도 엄마인 손자의 부름에.....
괜히 엄만 줄 착각을 하나보다. 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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