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3. 05:58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아침청소 대충 마쳐놓고 차 한잔 마시고 쉬는 중...
따르릉~~따르릉~~따르르릉~~~
벨 소리에 얼른 와서 전화를 받았다.
"네~~"
".........................."
"네, 누구세요?"
"엄마 저 에요.....00이..."
마죠 너무나 오랜만에 온 전화에 아들 목소리도 잊었나?
"그런데...왜?? 무슨 일 있니?"
"아니요. 엄마 그게 아니고요. 어제 저의 집에 가셨다면서요."
"응 갔다 왔지...왜?"
"아니 그냥요."
히히~~알았다 알았어........
어제 며느리 만나자고 해서 겨울에 입을 따뜻한 코트 하나 사 주려 했더니,
코트보다는 짧은 반 코드나 잠바가 더 좋다고 하기에...
하나 사 주었거든요.
요즘 누구나 다 어려운 삶 아들도 많이 힘든가 보다.
며느리가 옷 한 벌 변변히 못 사 입는걸 보니 속이 상해서.....
하나 사 주었더니, 금방 따르릉 온 전화
히~~약 효과가 직방이넹.........ㅋㅋㅋ
"ㅎㅎㅎ 알았다. 니 각시 옷 사줬다고 했제 전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어떻게 지내시나! 하구요..."
히히 나두 짓궂지 아들이 민망하게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전화 안 할라......
"그래 알았어....몸은 좀 어떠니?"
"쿨럭 쿨럭..........괜찮아요...이제...많이 좋아졌어요."
"지금도 기침은 하네.....병원 가고 약 먹고 얼른 나아야지...뭐 하 노..."
"네 알았어요. 약 먹고 있어요. 많이 좋아졌는걸요."
"간혹 집에도 전화하고 그래라.아버지께 안부도 여쭈어보고..."
"네...........죄송합니다."
"회사는 어때??"
"그냥 그래요. 조금 나아지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나 우째 걱정이 안되겠노...늘 걱정이지...
참 어렵다 산다는 게...마음대로 척척 될 줄 알았제...
살아봐라 힘들지...삶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란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경기가 침체해져 있으니...
누구나 다들 어렵다고 하니 어쩌겠니.....참고 견딜 수밖에는..
언제쯤이면 경제가 회복될까??
이젠 딸아이 시집가고 없으니,
딸아이에게 쓰던 신경이 며느리에게 더 쓰인다.
그냥 따뜻하게 입게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주었더니,
그걸 신랑에게 말했나보다...
지 각시 옷 한 벌 사줬다고 하니 고마워서
따르릉 울린 전화벨.....
그래도 반가웠다.
후후 반가운 목소리 자주 듣고 싶으면...히히
며느리한테 더 잘해줘야겠넹.....흐흐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끊긴 했지만, 가슴이 싸아 해져온다.
추운 날씨에 식구랑 모여 살지도 못하고 떨어져 사는 아들.
지난주 월요일에는... 심하게 걸린 감기에 서울에서 혼자서 앓다가
따끈한 물 한잔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서러워서 내려왔다 갔다는 아들......
그러나 이젠 부모 품보다는 각시가 더 좋은가 봐
걱정할까 봐 말씀 드리지 않고 그냥 가려고 했다지만,
서럽고 괴로울 때 부모보다 먼저 각시 곁으로 가는 아들.....
장가가기 전 이리로 달려왔는데,
이젠 아내와 아들이 있는 자기 집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가슴에서 찬바람이 휙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야, 하구 말고 하면서도 서러운 심정은 나도 모르겠다.
이젠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서일까?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처지가 괜히 서럽다.
나도 그리 살았으면서...아니 난 더 했으면서...
또다시 생각나는 엄마생각.......
그렁그렁 맺혀져 오는 눈물 흐를까 봐 고개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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