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탓일까??

2015. 9. 5. 06:02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수원 사는 딸아이의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한다.

"엄마 그 사람이 나보고 점심때 먹게 김밥준비 해 달라고 하잖아요."
퉁명스럽게 말한다. 

"해주면 되지 왜?"
"엄마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 대요."
"손이 아무리 많이 가도 해줘."
"안 그래도 해 줬어요."


히~~김밥 꺼리 준비해서 싸주기가 귀찮았나 봐요.
요즘 누가 귀찮게스리 집에서 김밥 싸 달라고 하느냐고
간 큰 남자지....하면서 은근히 귀찮아하면서
엄마 한테 귀찮게 했다고 불만을 토하는 딸아이에게 난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그럼...그런 거나 해주지"
"앞으로도 해달라고 하면 해줘"
하고 꾸중을 했더니,
친구들도 이웃들도 다 그런다나 모라나....

 

암튼 요즘 세상은 여자들의 기가 너무 세진 것 같아서
같은 여자지만, 싫다. 내가 너무 고지식해서인가?

"사 먹는 밥이 싫었나 보지 뭐 해줘 집에서 그런 것도 안 하고 뭐해?."
"엄만 그럼 난 집에서 놀기만 하나요 뭐..."
"김 서방은 돈 벌어다 주잖아...넌 집안일이나 부지런히 해야지.."


 은근히 편들어 줄줄 알고 한마디 했다가 좋은 소리도 못 들은 딸아이가

"싸 줬어요." 하고 높은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딸이든 며느리든 그런 일 싫어라 하는 거 싫다. 그런 꼴 못 봐!...."

 

하긴 딸아이니까 이렇게 씩씩하게 말했지요.

며느리 같으면 속으론 좀 꼬깝더라도 딸아이처럼 편하게 말하지 못했으리라....
혹 마음에 상처라도 평생 꼬장꼬장해서 펴지 않고 갈까봐....
괜히 이것도 저것도 눈치가 보인다.

 

며느린 며느리대로 난 나대로...
그런걸 보면 딸아이가 편하긴 하다
이렇게 서로 흉허물없이 말해놓고도 서운했던 감정은 금방 잊어버리고
또다시 예전의 다정했던 모녀지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까..

 

며늘아긴 힘이 든다. 그러기가....
영원한 숙제일 것 같다. 풀지 못할....
왜 예전의 시어머님처럼 당당하지 못 할까?
왜 며느리 눈치를 살펴야 할까?
이것도 저것도 다 세월 탓이라고 하기엔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