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요상스런 마음.

2015. 9. 7. 06:06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외출에서 돌아오니, 식탁 위에 커다란 장미 꽃바구니가 있다.
딸아인 나가고 없기에...짝꿍한테 물었다.

 

"저건 웬 거에요?"

 

딸아이에게 배달되어온 꽃바구니라고 한다.
누가?? 며칠 전 소개받은 사람에게서 온 거라고 한다.
목사님이 선보여준 사람 그냥 바람이나 세고 오라고 보냈더니,
갔다 온 딸아이가 하는 말...목사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신임하는 딸아이
조금 서운하고 속이 상했다. 

딸아이인 무조건 믿는 집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니까..
벌써 마음은 많이 기울어진 것 같다.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이 접겠다는 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내려온 딸아이 그렇게 싫은 표정이 아니더니, 상대방도 그랬나 보다. 

내가 받은 꽃바구니보다, 딸아이가 받은 꽃바구니가 날 더 기쁘게 한다.
기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교차하는 건 또 왤까?
하기야 이 세상 100%다 마음에 들어서 하는 혼사가 있으랴만,
나이 찬 딸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어디에 딸아이의 인연이 있을까?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데....울 딸아이의 짝은 어디에 있을까?
하나 둘 친구들이 결혼을 하니, 왠지 딸아이도 쓸쓸해 하는 것 같다.

"얘야 어딘가 내 인연도 있을 거야~~"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 나타나지 않는거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응.."

 

이렇게 말은 편하게 했지만, 어쩌면 내 속은 더 탄다.
믿는 집안이 아니면 어떠한 좋은 조건이라도 싫다고 하는 딸아이....
"그래 네가 믿는 하나님이 구해 주실꺼야..."
하고 간혹 격려는 해주지만, 내 속은 탄다.


"엄마 날 좋은 곳에 시집보내려면 엄마, 아빠도 믿으면 될탠데....."
하고 말끝을 흐리는 딸아이......

괜찮은 조건의 사람이 나타나면
다 믿지 않는 우리 집을 흠을 잡는다.


하기야 딸아이도 신랑 될 사람만 믿어도 가지 않겠다고 하는데....뭐..
집안이 다 믿어야 신앙 생활하기도 좋고 또 변함이 없다면서....
혼자의 신앙은 언젠가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면
포기해 버리고 세상과 타협할 수도 있다고 싫다고 하는 딸아이
하기야 아빠 생각도 했겠지요.

히~울 짝꿍 장가 예수 믿었으니까요.
안태 신자였던 나도 지금은 세상재미에 빠져 냉담 중이거든요.
하늘나라 가신 울 엄마 아마 슬퍼하실 거야.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면서 너무 오랜 공백 기간....
그러나 믿음만큼은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잘 믿는 총각은 너나 없이 가족이 다 믿는 집안을 원하니까...
딸아이 시집보내려고 가짜로 마음에도 없는 노릇은 하기 싫고...
언젠가는 꼭 나가야지 하곤 있지만,
늘 내겐 그게 숙제며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입에 딱 맞는 떡이 어디 있으며.....
산 좋고 물 좋고 그늘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딸아이가 좋아하면 그냥 넘어 가줘야지 했던 평소의 마음과는 달리....
왜 이렇게 마음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까?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모든 게 나보다 훨씬 났다며 좋아하셨지만,
막상 보내려고 하니, 이상하게 속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아무튼 이상야릇하다면서 나에게 말씀하셨던 어머님 말씀이
그땐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 와서야 그때의 어머니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쪽지 편지에도 나보다 더 반가워하고 기뻐하셨 던 어머니
나 역시 엄마 속일 수 없는 엄마

 

표현은 다 하지 않았지만, 따르릉 울리는 전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삐리리 메시지 들어왔음을 알리는 소리
딸아이의 환해진 얼굴에서 내 마음도 울렁인다.

 

드라마 연속극이나 라디오를 시청하면서.....
너무나 사랑하는 두 연인의 사이를 집안의 이해관계 때문에.....
돈 때문에.....학벌 때문에...등등
반대하는 걸 볼 때마다...안타깝고 애가 탔다.

난 그러지 않아야지....
아이들의 결정을 따라야지...


내 생각보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보다
그 속마음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지...
다짐했건만, 막상 내 입장이 되니 접는다는 게....
욕심을 버린다는 게...참으로 어렵다.


자꾸만 이해타산부터 따지게 되는 내가 속물처럼 밉고 싫다.
그러나 난 딸아이의 엄마 벗어날 수 없는 엄마
딸아이의 생각을 먼저 존중해 주고 싶다.


살면서 속 끓이는 일 없이 알콩달콩 잘 살아주면 되지 뭐~
그래 마음의 문을 열자
누가 뭐래도 딸아이가 선택하고 딸아이가 좋다고 하면 됐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인생....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가기를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