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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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
그 소녀 / 초아 박태선 가슴속 들여다보면 울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더는 자라기를 거부해 버린 그날 그대로 멈추어 버린 타협도 용서도 외면한 채 감옥에 갇혀 스스로 수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19 -
당신
당신 / 초아 박태선 살아가다 문득 삶이 허무해질 때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그냥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싶을 때 그런 날엔 우리 서로 살아오며 가장 기뻤던 때를 두 눈 살포시 감고 떠올려 보자 물안개처럼 떠오르는 옛 추억들에 행복해질 거에요. 살아가다 모든 게 시시해지고 서로에게 실망했을 때도 처음 우리 만나 조건 없이 무조건 좋기만 했던 때를 생각해 보자 참으로 오랜 세월 우리 서로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생채기도 내었지만 그것마저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는 걸 이젠 알 나이도 됐지요. 사랑은 가꾸어 가는 것 서로에게 미루지 말고 손해 볼까? 망서리지 말고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주문처럼 외우며 주례 앞에서 두근대던 마음으로 돌아가 남은 평생도 그렇게 두근대는 마음으로 상대가 먼저 해주기를 기..
2016.03.18 -
다부동 전적지에서
다부동 전적지에서 / 초아 박태선 아! 그날의 함성이여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한 떨기 피지 못한 순백의 꽃들이여 피로써 지킨 산하 유학산 골짜기마다 못 다한 정열 불타오른다. 가신 임의 넋이여 두고 떠난 그 사랑 향기로 피워 올리소서 6월이면 진달래꽃보다 더 붉게 피어 두견새 슬피 울게 하는가 이름 없이 흔적 없이 사라져 간 무명의 용사들이여 그대들의 죽음 헛되지 않게 구국의 파수꾼이 되어서 지키옵소서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17 -
달맞이 꽃
달맞이 꽃 / 초아 박태서 달빛 아래 노란 달맞이꽃 아직도 못 다한 삶의 조각 툴툴 털고 가 버린 당신 유년의 기억 속에 흰 나비로 날고 서러웠던 세월 쌓였지만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 사랑한다. 이 한 마디 온전히 하지 못한 채 하 오랜 세월 너무 그리워서 잊었노라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16 -
산 굽이 돌아
산 굽이 돌아 / 초아 박태선 한낮의 오수가 머물고 있는 산 굽이굽이 돌아 녹음 짙어진 산길을 오르면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적막을 깨트리고 소나무 등걸 기대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산속 풍경 철없던 어린 소녀 해맑은 꿈 연초록 잎에서 물결친다. 산속 적막한 암자 햇볕 아래 온몸 맡긴 채 해맞이 하고 처마 끝 풍경소린 저 혼자 신이 났네 염불 소리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법당 아래 서면 비질 깨끗한 넓은 마당 귓가를 간질이며 달아나는 바람. 어느 먼 나라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자연의 교향곡을 들으며 되돌아오는 길 마음마져 평화로워라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15 -
일상의 행복
일상의 행복 / 초아 박태선 이른 새벽잠에서 깨어나 옆자리 편안하게 잠든 당신 모습 들여다 볼 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밤새 기다려준 사연이 '메모가 있습니다.' 하고 알려 줄 때 정다운 사람들의 메일과 낯선 이의 메일을 받고 누굴까? 설레며 열어 볼 때 그리운 이에게 흐뭇한 마음 담아 답장을 쓸 때 낯선 이의 글에 메아리로 화답할 때 화창한 공휴일 아침 서로 일부처럼 되어버린 당신과 한가로이 한 잔의 coffee를 마실 때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작은 친절에도 크게 기뻐하는 상대방을 보았을 때 모르는 사람과 우연히 눈맞추고 서로 빙그레 마주 보며 웃음을 머금을 때 이 모든 게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상황문학, 제 6집, 2008년, 발표작]
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