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8. 06:25ㆍ발표한 詩/나의 노래
당신 / 초아 박태선
살아가다
문득 삶이 허무해질 때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그냥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싶을 때
그런 날엔 우리 서로
살아오며 가장 기뻤던 때를
두 눈 살포시 감고 떠올려 보자
물안개처럼 떠오르는 옛 추억들에 행복해질 거에요.
살아가다
모든 게 시시해지고
서로에게 실망했을 때도 처음 우리 만나
조건 없이 무조건 좋기만 했던 때를 생각해 보자
참으로 오랜 세월
우리 서로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생채기도 내었지만
그것마저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는 걸
이젠 알 나이도 됐지요.
사랑은 가꾸어 가는 것
서로에게 미루지 말고
손해 볼까? 망서리지 말고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주문처럼 외우며
주례 앞에서 두근대던 마음으로 돌아가
남은 평생도 그렇게 두근대는 마음으로
상대가 먼저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나 먼저
순이익 계산 없이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