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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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하루
숲 속의 하루 초롱초롱 초로롱 방울새가 울면 호롱호롱 호로롱 달콤한 아침 지지배배 지지배배 하늘은 분주해지고 퐁퐁 포르르 향기 풍기며 까악까악 깍깍 기쁜 소식을 전하여준다. 사르 사르 사르르르 꽃잎이 닫히면 투 두 두 두 별들도 꽃잎 위에 잠들고 살랑살랑 사알랑 바람이 불어 주는 자장가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18 -
또 하루가 지나간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 초아 박태선 다툼이 있을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옳다고 우기며 다투기보다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따지고 싶은 마음을 눌려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하였나요. 침묵은 금이라 하였나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하였나요. 실천하기 어려운 명령을 제게 주신 이는 누구신가요. 옳다고 믿었던 나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다. 차라리 그들 뜻대로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자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때 나 스스로 위로하는 또 하루가 지나간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17 -
꽃마리
꽃마리 / 초아 박태선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더 작은 꽃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아 모든 동물과 식물의 이름을 지을 때 빠트렸던 아픈 존재 이제라도 누군가 알아줄까 기다랗게 목을 빼고 소리쳐 불러보지만 바람도 스쳐 지나고 구름도 머물지 않는다.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는다. 그래도 슬퍼하지 않을래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단 한사람만이라도 알아봐 준다면 그 한 사람이 오늘 저랑 마주했습니다. 팔랑팔랑 나비 되어 내게로 왔습니다. 오 그 사람도 작고 작아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꽃마리]
2016.05.16 -
生과 死
生과 死 / 초아 박태선 잊힌 줄 알았습니다. 흐려진 줄 알았습니다. 生과 死로 갈린다면 잊힐 줄 알았습니다. 영혼에 새겨진 사랑은 잊힌 듯 잊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마는 당신은 내 몸 안의 나였습니다. 늘 함께 하는 그림자였습니다. 사랑은 그리움은 잊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흐려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14 -
엄마
엄마 / 초아 박태선 엄마 부르며 들어서지만, 대답이 없다. 마루 끝에 앉으신 할머니 마당에서 놀고 있는 동생들 시끌벅적하지만, 당신 없는 집은 텅 빈 집이다. 당신이 들어서면 금방 생기가 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한 사람의 자리가 온 우주를 대신하기도 하고 한 사람의 빈자리가 온 우주가 텅 빈 듯 느껴지기도 하는 엄마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상황문학11집 2013년 발표]
2016.05.12 -
친구
친구 / 초아 박태선 늦은 밤 전화가 왔다. 아무 말 없이 가늘게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온다. 누굴까? 누가 이 늦은 밤에 전화로 아픔을 나누려 하는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아하 그래 친구였구나 바로 너였구나 묻기도 전에 풀어놓는 아픔이 나를 얽어맨다. 함께 아파하기는 하지만 어찌해 볼 수 없는 친구의 삶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냥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전화로 품어내는 친구의 아픔을 듣기만 했다. 한참을 풀어내더니 잦아들며 늦은 밤 전화해서 미안하다 하네 친구야 미안해하지 마 우린 친구잖아 추억과 아픔도 함께하는 친구잖아 [상황문학 동인지 10집 2012년 발표]
201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