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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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평화 / 초아 박태선 내 탓이야 내 탓이야 어리석은 내 탓이야 손가락질 하나에 핏대 올린 악다구니에 흘겨보는 눈길에 이런 날은 헝클어진 실 뭉치처럼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저 사방이 적인 듯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지나갈 뿐이다. 유리알이 금이 갈 정도로 하늘은 저리도 맑고 맑은데 턱없는 오물을 뒤집어쓴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야 한다. 그저 참을 수밖에 참을 '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지요. 속이 부글부글 끓는 날 일단은 자야겠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다시 뜰 태니까 그래 잘했어 나 참 잘했어 스스로 격려해 본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26 -
유월이 되면
유월이 되면 / 초아 박태선 유월의 푸른 하늘 우러르면 그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분연히 일어나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의 모습이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고 조국의 광복만을 위하였던 선열님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수많은 선열의 피가 냇물처럼 흘렀다. 그분들의 피로 이룩한 이 땅 위에 살면서 많은 날을 잊고 살았습니다. 하늘에서 이 땅을 내려다보며 통탄하실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눈을 감고 떠올려봅니다. 그때의 그 함성을 그들의 모습을 잊고 잊으며 살아가는 삶이라지만 그래도 잊으면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으로 오롯이 안고 가야 할 그날 선열님들의 희생을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25 -
벼랑 끝에 서서
벼랑 끝에 서서 / 초아 박태선 누군가에게 떠밀려 벼랑 끝에 서서 누군가를 원망하며 미워질 때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살아오며 난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몬 적이 없었던가 피해자라 생각한 나 자신이 가해자이진 않았을까 용서를 받아야 할 내가 오히려 자비를 베풀었다 자만하지 않았을까 상처받지 않으려 조심하고 삼간 몸짓이 오히려 흉기가 되어 상처를 주지나 않았는지 얼마를 더 살아야 이 모든 것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더는 물러설 때가 없는 벼랑 끝에 서서 형체도 없는 마음속 전쟁 할퀴고 뜯기고 피 흘리며 또 하루를 보낸다.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24 -
한적한 길
한적한 길 / 초아 박태선 혼자서 걷는 호젓한 산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내리쬐고 산새는 노래하고 꽃들은 방긋 웃는다. 혼자 걷는 길 와락 무섬증이 몸을 감살 때 멀리서 보이는 사람의 형태 가까이 다가올수록 두렵다.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갈등하는 속마음이 밉다. 그렇게 만든 현실이 싫다. 이런 나 자신이 야속하다. 저 사람도 나처럼 나를 무서워도 반가워도 할까 정해진 길을 가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좋은 만남 그렇지 못한 만남 숱한 인연들이 만났다 헤어지며 그리움으로 미움으로 남는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23 -
우리 이런 사람이 되자
우리 이런 사람이 되자 / 초아 박태선 주고 주어도 더 주고 싶은 사랑 그대로의 마음으로 함께하자 따뜻한 말 한마디 은근한 눈빛 함께 하면 참 좋은 사람 그런 고운 인연 쌓아가자 향을 싼 종이에서 향기가 나듯 얼마를 더 산다고 할퀴며 상처받으며 허비하는 시간 아깝지 않은가 싱싱한 나무처럼 향긋한 풀잎처럼 우리 고운 인연이 되자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20 -
골목길의 사계
골목길의 사계 / 초아 박태선 기다렸다는 듯이 앞 다투어 피는 꽃 골목길은 희망으로 환하다. 뜨거운 땡볕 아래 열정으로 가득한 푸름이 고함을 친다. 여미고 여미어도 터질 듯 부푼 결실 뚝 골목길의 고요를 깨운다. 거스르지 않는 순응의 자세로 다시 꿈꾸는 미래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