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문학(102)
-
산 꿩
산 꿩 / 초아 박태선 한 번 쯤 뒤돌아보는 산모롱이를 산 꿩이 푸드덕 날아오른다. 긴 긴 세월 흘러도 산모롱이 어디쯤서 또다시 푸드덕 날아오를 산꿩 그리움인지도 모르면서.... 상황문학동인지 제5집(2007년) 발표
2015.10.09 -
누군가 말했지요.
누군가 말했지요. / 초아 박태선 누군가 말했지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모시는 게 그게 효도라고 누군가 말했지요. 살아생전 효자 찾아보기 어려워도 돌아가신 후면, 지천으로 늘린 게 효자 효녀라. 누군가 말했지요. 부모는 제때 챙겨주시지만 어렵게 내민 부모 손 자식은 거북해 한다고 누군가 말했지요. 행한 대로 받는다고 지나간 후에야 뉘우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세월 누군가 말했지요. 돌고 도는 게 인생이라 쏘아놓은 화살 같은 거라 알면서도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상황문학동인지 제5집(2007년) 발표.
2015.10.08 -
타협
탸협 / 초아 박태선 아직도 때 묻지 않은 마음은 타협을 거부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적당한 타협과 손을 잡는다. 세상이 그런 거라 세월 탓이라 시대가 그런 거라 너만 그런 게 아니라 온통 세상이 다 그런 거라 한다. 우울해 하지 말라 슬퍼하지도 말라 속삭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억지춘향으로 끼워 맞춰 보아도 마음이 용납하지 않는다. 타협과 손잡은 난 마냥 슬프다. 속절없이 저무는 하루. 상황문학동인지 제5집(2007년) 발표.
2015.10.07 -
봄 밤
봄밤 / 초아 박태선 차마 외면하지 못한 삶 속으로 품고 밤마다 저 홀로 천 길 낭떠러지 하룻밤에도 수없이 쌓았다가 허물어버리는 절망의 수렁에서 길고도 긴 봄밤 끝내 보듬은 삶 엉켜진 실타래 상황문학동인지 제 5집(2007년) 발표
2015.10.06 -
수술실 풍경
수술실 풍경 / 초아 박태선 사랑도 미움도 하나로 승화되는 날 살아온 삶은 달라도 애타는 마음은 서로 같다. 수술실 안과 수술실 밖 잿더미 속에서 불씨를 찾듯 간절한 소망은 하나가 되고 가장 순수해진 마음으로 가장 약해진 마음으로 숨죽여 가만가만 기도하는 날 상황문학동인지 제5집(2007년) 발표
2015.10.05 -
鳶(연)
鳶(연) / 초아 박태선 가느다란 목숨 줄에 人生을 매달고 새처럼 날아올라라 간절한 念願을 담고 얼레를 풀었다 당겼다. 오늘은 새가 되어보자 送舊迎新 꿈을 품고 푸른 하늘 힘차게 跳躍하는 한마리 새가 되어 보자 상황문학 제2집(2004년)
201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