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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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숲에는
초여름 숲에는 / 초아 박태선 비 갠 아침 초여름 숲으로 갔다. 또르르 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반짝이는 녹음 콸콸 흐르는 개울물 소리 낮게 누운 생기 찬 풀 살아있음을 팔랑팔랑 노래한다. 나이 든 나무 뒤로 잠들지 못한 지난 세월 소리없이 고여 나뭇잎을 흔들어댄다. [참여문학 글맛 제22호(여름호) 발표작]
2016.01.09 -
당신 2
당신 2 / 초아 박태선 평생의 허리 뚝 잘라 반하고도 더 많은 세월 함께 살았지만 아직도 당신을 알지 못하는 나 나를 알지 못하는 당신 나의 방식으로 당신을 위해보지만 뾰족한 못으로 되돌아와 가슴에 상처를 준다. 나 역시 당신에게 생각 없이 한 행동이나 말에서 상처로 남아 당신을 힘들게 하지 않았는지 때때로 단절된 차가운 벽을 느낀다. 언제쯤이면 마음이 그대로 전해질까 쌓인 세월이 많을수록 조금씩 축적된 앙금들이 순수한 마음을 읽는 것을 방해한다. 아주 간혹 생각차이로 끔찍하게 당신이 미워질 때도 있지만 당신이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면 가슴에 먼저 통증이 온다. 당신이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 나 역시 당신에게 낯선 타인으로 다가가지나 않는지 가장 많이 알고 제일 먼저 위한답시고 서로 가슴을 아프게나 하..
2016.01.08 -
그리움
그리움 / 초아 박태선 그립다는 말도 보고 싶단 말도 난 하지 못합니다. 말하고 난 그 순간부터 파도처럼 밀려올 그리움과 가슴 저릴 보고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어쩌면 감정의 사치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까 봐 삶이 고달픈 당신에게는 이것도 저것도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화기를 들었다 놓습니다. 특별히 전할 말이 없어도 그냥 당신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리움과 보고픔에 어느 날인가 봇물 터지듯 흐르고 흘러 당신에게로 전달될 그날까지 참고 있을래요. 어쩌면 문득 내 생각에 전화를 걸어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을 안고 혼자서 그리워하고 혼자서 보고파 하렵니다. [참여문학 글맛 제20호(겨울호) 발표작]
2016.01.07 -
因緣(인연)
因緣(인연) / 초아 박태선 다시 태어나 당신을 만나도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지금처럼 후회하는 사랑이 아닌 충실한 사랑을 하렵니다. 보내놓고 그리워하는 사랑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랑을 하렵니다. 또 다시 이별을 해야 한다면 그때도 당신을 먼저 떠나보내렵니다. 찢어지는 아픔 통곡하는 슬픔은 당신은 몰랐으면 하니까요. [참여문학 글맛 제20 (겨울호) 발표작]
2016.01.06 -
길 5
길 5 / 초아 박태선 살아오며 수도 없이 넘어지고 일어나 다시 걸었습니다. 길에서 얻었으며, 길에서 잃기도 했습니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갈 수밖에 없는 길 가다 보면 가파른 언덕도 순탄한 길도 우리 앞엔 있더이다. 저 길 앞에 무엇이 있을까 끝도 없이 가야 하는 길 나의 길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참여문학 글맛 제20호(겨울호) 발표작]
2016.01.05 -
그날
그날 / 초아 박태선 당신이 떠나던 그날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 처음 알았습니다. 가슴이 텅 빈다는 말 처음 느꼈습니다 당신이 가시든 그날에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은 변함이 없었지만, 나에겐 전부가사라졌습니다. 당신이 내게 남긴 말 "어떻게 살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어떻게 살아지나요. [참여문학 글맛 제20호(겨울호) 발표작]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