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4. 05:35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막 출발해서 달리는 차안에서 옆지기가 그런다.
"며느리한태서 전화왔드라, 전화 해달라고 하든데.."
"왜요?"
"몰라....함 해봐"
조금더 달리다 옆으로 빈터가 보이기에 한쪽으로 차를 세웠다.
그리곤 5번을 꾹 눌렸다. (휴대폰5번에 저장해뒀기에....)
우리집 1번 며느리집 2번 딸아이집 3번 짝꿍휴대폰 4번 큰아들 5번 며느리 6번
딸아이 7번 막내아들 8번 사위 9번 이렇게 입력을 시켜둬서 편리하긴 해도..
누가 갑짜기 전화번호나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면 난감해진다.
1번에서 8번까지 주르르 말할수도 없고....ㅎㅎㅎ
안그래도 자꾸만 희미해지는 기억력.....행여 입력해놓은 번호도 까묵을까 겁난다.
따르릉 따르 따르릉~ 전화가 가는 소리가 들리고...이내..
"어머님이세요?"
"그래, 왜 전화 하라고 했니??"
"어머님 내일 어디가세요?"
"왜??"
"제가 너무많이 아파서요. 래규좀 봐줬으면 하구요."
"알았다. 그러지 뭐.."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뚝 끊어버린 전화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리 아프면 오늘밤 우째 지낼려고?? 오늘 밤 오라는 건가?
아님 낼 오라는 건가???
다시 전화를 했다.
"얘야 오늘 오라는거냐? 아님 낼 아침먹고 일찍 오라는 거냐??"
"지금 오시면 더 좋구요. 아님 내일 오시든지요..."
"알았다. 지금 집이 아니구 바같이거든 우선 집에들렸다가 다시 전화할께
오늘가든지 낼가든지..."
이렇게 말하고 서둘려 집으로 달렸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오늘 가 볼래요."
"그래라 그럼 난 집에 있을께..."
아침에 나설때부터 약을먹고 나선 짝꿍이 돌아오는 차속에서까지
자꾸만 얼굴을 찡그린다. 아픈가보다. 많이 아픈가?
아프세요? 묻지도 않고 그냥 눈치만 살폈다.
집에 도착해서 곧바로 약을 찾아먹는걸 보니 많이 아픈가보다...어쩌지?
며느리도 걱정 짝꿍도 걱정.....
"어떻게 할까요? 낼 갈까요? 지금 갔다올까요?"
"지금 가....내 걱정하지말고 오늘저녁 그기서 자고 낼 와..."
어떻게 걱정이 안되나? 걱정이 되지만,
"그럼 지금가서 래규만 대려올께요."이렇게 말하곤 출발했다.
퇴근길이라 그런지 차가 좀 막히지만, 되돌아 올때가 더 걱정이다.
벌써부터 막혀서 줄줄이 서있는 차들 나가는 도로는 그래도 들어오는
도로보다는 덜 막힌다.
도착한 며늘아기집 래규는 벌써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고,
며늘아긴 눈가가 벌겋게 충열된게 많이 아파보인다.
하긴 많이 아팠으니...시어머니인 나에게 도움을 청했겠지...
전화받고 속으로 잠깐 동안 속상했던 마음이 미안해진다.
(츠츠츠...요즘아이들은 우째 그런노?? 지가 아프다고
시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하고....
용기도 좋치....세월참 좋네....우리땐 어림도 없었는데....
아파도 혼자서 아프고 아실까봐 몰래몰래 숨어서 약도 먹었는데....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며 조금은 속상하기도 했다)
그 맘이 며늘아기의 아파보이는 얼굴을 보니 지금은 미안한 생각이든다.
래규만 대려오자니 민지가 걸린다.
"얘야 민지는 어떻할래?"
"민지는요. 사모님이 봐주신다고 했어요. 지금 오시는 중이에요."
고맙기도해라 친척도 식구도 아닌데....남도 봐준다는데...난 또 미안한 마음이든다.
에궁 시어머니께 두 아이다 맡길려니 마음에 걸렸다보다.
민지는 사모님께 부탁을 하였는것을 보면...
래규랑 손잡고 나서다가 아무래도 며늘아기가 마음에 걸린다.
"얘야 그러지 말고 민지 보내놓고 나랑같이 우리집에가자"
혼자 있으면 건강해도 끼니챙겨먹기 싫을때도 있는데....
아픈사람이 밥인들 제대로 챙겨먹을까?
걱정이 되어서 가자고 했다.
"어머님 그래도 돼요?"
"돼고말고...내가 래규도 보고 밥도 챙겨줄께 가자"
그렇게 약속을 하고 기다렸다가 민지를 보내고 집으로
되돌아오는길은 오면서 생각한대로 길이 온통 주차장처럼 막힌다.
늦은시간 집에도착해서 국 끓이고 밥하랴 반찬준비하랴 바쁠것 같아서..
오는길에 몸에 좋다는 염소탕을 사서 돌아와 우선 작은방에 자리부터 펴주었다.
밥되기 전까지 좀 편히 쉬어라하고는.....얼른 밥을 앉혔다.
내딸이다 내딸 얼마나 아팠으면 나한태 전화를 다 했을까....
잘해줘야지...이쁘게 봐줘야지
그러나 깨짝깨짝 잘 먹지않는 며늘아기 보는순간
시엄니인 내가 힘들게 해줬는데....
안묵어!!
또 다시 올라오는 서운함을 꾹 눌렸다.
힛~나두 문젠 문제야~ 예전생각은 왜 해??
우리새댁때 일을 왜 해!!!??
세월이 얼마나 흘렸는데.....
2002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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