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길에 만난 사람

2015. 11. 19. 06:26추천합니다/칭찬릴레이

 

햇볕이 따가운 여름. 꽁꽁 얼어붙은 겨울.
꼭 가야할 일이 아니라면, 다음에 하곤 미루어 두곤하였던

답사를 선선한 가을이나, 따뜻한 봄이 오면 즐겨 답사를 나서곤합니다.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나였습니다.
예천지역으로 답사를 가자기에 운전대를 잡고 따라 나섰다.


답사갈 곳은 남편이 정하지만, 운전은 제 몫이기에
"가자"하면 전 무조건 따라 나서기만 하면 되지요.


답사를 다니며 명당도 둘러보고, 향교와 서원, 정자, 고택에도 들린답니다.
처음엔 거의 명당 위주였지요. 그래서 약간의 불만도 사실 있긴 하였답니다.


수북하게 챙겨간 책을 읽으며 산으로 올라간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
그리 지루하게 보내진 않지만, 때론 도착시간이 늦어지면
혹시나 하는 염려로 앞서가는 나쁜 생각들이 가슴을 철렁하게도 하였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제 디카가 생기고부터는 즐거워지기 시작하였으며,
각자의 디카로 사진을 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제가 앞장을 서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제제도 많았어요.
너무 멀리 가지 마라.
사진 찍느라 도치되어 위험한 곳으로 가지 말라.
풀이 우거진 곳은 들어가지 말라.
이것저것 등등...


제가 정작 드리고 싶은 얘기는 뒤로 미루었네요.
늘 이렇답니다. 무엇이 먼저인지도 모르면서 철딱서니가 없어요. ㅎㅎ

 

 

 

어제 예천 답사길에 만난 정많으신 노부부.
그 분을 소개해 드리려 오랫만에 칭찬릴레이 올려봅니다.


좁고 긴 농로길을 따라 이리저리 네비가 알려주는대로 갔지요.
"이 부근입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뚝
제 맘대로 안내를 종료하면, 근처 어디에 주차할 곳이 없을까?

두리번 거리게 되지요.

 

그러나 마침 넓은 공간을 발견하고 우선
그곳이 어디든 남의 집 안이라도 마다않고 우선 주차부터 하여놓고
그인 저보고 이곳에서 있으라는 말만 남겨놓고 서둘려 답사지를 찾아 떠나지요.


어제도 우연히 대문이 없는 넓은 공간을 발견하고
염치불구하고 주차를 하였습니다.
전 그곳에서 혹 주인을 만나면 양해를 구해야 하기에

근처를 맴돌며 그이를 기다리는 시간 주변의 꽃사진을 찍기도 하고

작은 풀꽃과도 눈을 맞추며 답사를 마치고 돌아올 그일 기다리는데....

 

 

 

안쪽에서 인기척이 나면서 아저씨가 나오셨어요.
우선 덜컹 겁부터 났습니다.
마당에 주차를 하였기에...
그러나 그 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일만 하시는 거였어요.
페인트를 섞어서 칠을 하시려 준비하시고 계시기에
제가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셔요"
"제가 마음대로 주차를 해 두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흔쾌히 말씀을 해 주시는거에요.

얼마나 기뼜는지 모릅니다. 혹시나 마음대로 남의 마당에

주차해 놓았다고 화를 내시면 어쩔까... 맘 조렸거든요.

 

 

 

이곳에 주차한 이유를 말씀드리고 있는 중
아주머니가 나오셨어요.

아주머니 역시 낯 찌푸리시지 않고 아무 일 없는듯

환하게 웃으시며 제게 커피 한잔을 대접해 주신다며 안으로

다시 들어가셔서 따끈한 커피를 끓여서 차반에 바쳐서 들고 나오셨어요.


얼마나 고맙고 기뼜는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뜨거운 커피를 식혀가며 조금씩 마시며 두 분 주인의 따뜻하신
마음까지도 함께 마신듯 너무 흐뭇하였답니다.


대접을 받아서가 아니라 몸에 배인 그분들의 친절함이 보여지던걸요.

 

 

 

돌아온 남편에게도 다시 차 한잔을 끓여서 내 오셨어요.
집주인과 남편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전 안주인과 얘기를 나누었지요.


언제라도 좋으니, 이곳을 다시 찾게 되면 들려달라고 하셨어요.
날이 늦어지면 묵어가도 된다시며...
찬은 없지만, 점심도 대접하겠다며 들어가자 하시네요.


고마움만 받고 점심대접은 한사코 마다 하였답니다.
초면에 너무 결례가 되는것 같아서...
사실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았거든요.

 

 

 

마당에 널린 토란줄기 말린 것도 검은 비닐봉투에 담아 제게 주셨어요.
뜨거운물에 약간 삶아 건져 찬물에 행구어 볶아 요리해 먹으면 맛이 좋다면서..

주시기에 염치없이 받아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곤 다음의 답사일정지를 찾아 떠났지만,
제 마음 한자락은 그곳에 두고 왔습니다.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 인연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朴氏란 성 밖에는 아는게 없지만... 그래도 제 맘속에는
오래된 지인처럼 각인되었습니다.


그분들은 그곳에서 거주하시는 주민이 아니라...
서울에 집이 있으며, 이곳은 고향이라 하시네요.
자식들도 다 결혼을 시켜 손주가 저처럼 5명이나 된다하셨어요.
서울집과 고향집을 오가며 생활하시는 분이셨어요.

 

 

 

꽃사진은 그분의 집 주변과 뜰에 핀 꽃들이랍니다.
주인의 마음씨를 닮았는지 꽃들도 어찌나 아름답게 피었던지
눈길을 잡곤 놓아주지 않았답니다.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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