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2015. 10. 16. 19:26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동지날 아침 물론 손이 불편해서 팥죽은 끓이지 못하였지요.
그래도 기쁜 일은 새 기운이 들어온다는 동지날
깁스를 풀었답니다.
병원에서 깁스를 풀고 본죽에 들려
팥죽을 사서 들고 집에 오니,
이웃이신 205호 형님께서 금방 끓인 따끈한 팥죽을
가져다 놓고 가셨다고 합니다.
에궁 이럴줄 알았다면 팥죽을 사지 말껄..
하는 아쉬움도 살짝 지나갔지요.
사온 팥죽은 뒤로 밀쳐두고 우선 전화부터 드렸지만,
벌써 외출을 나가셨는지 받지 않으시네요.
팥죽을 그이랑 나누어 먹어며,
팥죽보다 더 따끈한 정이 온 몸을 파고 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 8시쯤 되었을까요?
전 물론 이불깔고 살풋 잠이 들었는데...
현관 벨소리가 났지만, 그이가 있으니 그냥 누워있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무어라 주고 받는 소리가 나더니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나가보니 아랫집에서 310호
아들이 들고 올라온 팥죽.
흐미 아직도 사온 팥죽은 개시도 못했는데..
이렇게 동지날 끓이지도 않은 팥죽이 넘쳐났습니다.
낮에도 팥죽 밤에도 팥죽 그 다음날까지 팥죽으로 떼웠지만,
아직도 냉장고 한 쪽에 한번은 더 먹을 팥죽이 남아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때마다 보이는 팥죽이 담긴 그릇을 보며..
이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춥지 않게 보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웃의 정으로 중무장하였으니 절대 춥지는 않겠지요.
이런 정을 자랑하고 싶어 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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