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7. 06:20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겨울 방학을 한 손주(래규랑 민지)를 데려와서 한 일주일 함께 할까 하였지만,
서울 다녀온 피곤이 미쳐 풀리지 않았는지. 몸이 무겁다.
1월 18일 월요일이 바로 큰 며느리 생일.
마침 직장을 쉬는 날이라 하기에 손주들 데리러 가지 않고
아이들 옷가지랑 일주일 동안 함께 하며,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서
대구로 오라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보낼까 하고....
남편도 몸이 지푸텅한지 함께 나가기를 꺼리며,
나 혼자 나가서 아이들 맛있는 음식 사주라 하기에
시간에 맞추어 마중. 뭘 먹고 싶으냐고? 물었다.
"해물탕" 래규가 먼저 대답한다.
"너 말고 오늘은 엄마 생일이니 엄마가 정해야지"
"저도 해물탕으로 할래요."
엄마라 역시...아들이 먹고 싶다는 것으로 낙착.
해물탕을 먹고, 잽싸게 며느리가 계산.
"얘야 왜 그래 내가 낼게"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낼게요."
"오늘 생일이라 내가 사주려고 내려오라했는데..."
회사에서 주는 복지카던가 뭔가가 있다며 부득부득 계산을 한다.
"알았다. 그럼 내가 내라."
"그럼 이건 어때"
이번 겨울에 남편이 사준 부츠를 가리켰더니
신어보고는 "좋으네요." 한다.
"그럼 내가 사줄게"
이렇게 흥정(?) 이 끝났다.^^
대접을 해 주려 불렀는데..오히려 내가 대접을 받은 꼴이 되었다.
그래도 이 흐뭇한 마음은 뭘까?
앞서 걷는 며늘아기가 듬직해 보이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저희 살기도 빠듯할 텐데...
E마트에 들려 저녁 찬거리를 사서 들고 집으로
저녁을 해서 먹고는 며늘아긴 구미로, 래규랑 민지는 남았다.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 관두고 가라면서
등 떠밀어 보내놓고 기분 좋게 설거지 하는 나를 보고,
"할머니 엄마 미역국 왜 안 끓어줬어요?"
띠!~옹!! 이기 뭔 소리???
에구구 어쩜 좋아...래규의 눈에는 엄마 생일인데...
엄마가 밥하고, 미역국도 못 얻어먹고 갔는 게 서운했나 보다.
순간 물미역 먹었던 게 생각이 났다.
"래규야 아까 미역 먹었잖니?"
"그건 초장에 찍어 먹었잖아요? 국은 아니잖아요?"
"국이나 그거나 같아, 미역만 먹으면 되지" 하고 얼며 부렸다.
수긍을 하는 듯 고개를 끄떡이긴 하지만,
그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다음 부터는 작은 일에 더 조심해야겠다.
금세 다 잊어버렸는지...설거지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니
재잘재잘 거리며, 일주일의 일정 미리 짜놓고 할머니께 보고를 한다.
머리를 맞대고 대충 일주일의 일정을 함께 짰다.^^
이제부터 일주일을 할머니 집에서 함께~
[2010년 1월 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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