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약한 설날 쇠고깃국

2015. 10. 8. 06:17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요즘은 매일 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
어제 저녁 무렵 오랜만에 메일을 열었더니,
큰 며느리가 보낸 메일이 도착하여 있었다.

 

다행히 어제 새벽에 보낸 메일. 무슨 일일까? 클릭~

어머님! 안녕하세요 잘주무셨어요. ㅎ~~
읽으시는 시간이 새벽일 것 같아서... ㅎ
시간을 내어서 우리 어머님이랑 대화하고싶어서요....전화로는 ㅎ

무슨 일로? 대화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어머님 제가 시집 온지도 12년째 되네요.
(생략)
지금까지 저에게 힘이 되어주신 우리 어머님
아들 편보다는 며느리 편에 먼저 서주신...
(생략)
늘 챙겨주시고 다독여주시고 조언해주신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우리 어머님 고맙습니다~~~


(생략)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면서
가족을 이끌어가는 아내와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생략)

 

 


조금 전 국을 먹으면서 이렇게 맛있는 국을
시부모님과 같이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얼른 밥 먹고 주무시기 전에
어머님께 바로 전화해서 사간다고 말씀드렸는데 괜히 어머님께서
국 끓이기 싫어서 그러나 오해 하실까 봐 걱정을 했습니다.

 

며늘아기가 사는 구미 어느 곳에 순 한우 고기만으로
국을 끓여 파는 식당이 있나 봅니다.
아비가 알려줘서 사 와서 시식을 해 보았더니,
너무 맛있어서 시부모님 생각이 났다는 며늘아기

일찍 자는 시어미 생각해서 얼른 저녁을 먹고,
서둘려 전화를 걸었나 봅니다.

"어머님 이번 설날엔 국거리 준비하시지 마세요."
"왜??"
"제가 준비할게요."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되지 뭔 소고깃국을...
하긴 종일 떡국으로 때울 수 없으니 소고깃국을 끓이던지
아니면 곰국, 그것도 아니면 갈비탕으로 항상 준비해 놓곤, 하는
제게 이번엔 소고깃국으로 대신할테니...국거리는 준비하지 말라
미리 연락을 한 거지요.

조금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잘 알지요.
며느리 마음을 맛있는 소고깃국을 비록 사셔 가져가지만
드시게 하고 싶었던가 봐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전 사실 조금도 오해하거나 언짢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며늘아기는 전화를 끊고 나서 그게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제 마음 아시죠 ㅎㅎ 어머님 오늘은 이만 쓰고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다.^^

설날 사온 소고깃국 먹는다고
손수 끓여 먹지 않는다고 흉보지 마셔요.

전 그냥 편하게 며느리의 시부모 생각하는 그 마음만 생각하며
흐뭇한 설날을 보낼 생각에 벌써 기다려지는걸요.


얼마나 맛있기에 그럴까? 하구요.^^

얼마 전 다녀가며, 만들어 준 계란찜 저를 능가하였답니다.
'며느리도 몰라' 가 아니라 '시어미도 몰라' 가 되어 버렸지요.

사온 소고깃국과 계란찜 만들어 달라 해서 맛있게 먹고

고부간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갈까 합니다.^^

 

 

 

 


2010년 2월 3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