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5. 05:58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약간 늦은 출발. 그이가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아
다시 집으로 이런 일은 내 전공인데, 은근슬쩍 나의 전공에 도전해온다.
새 포항 고속도로를 타고 포항 I.C 톨게이트를 나와
영덕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아차 방향을 잘못 잡았다.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유턴 다시 포항 I.C
진입로를 통해 회차 선으로 되돌려
표시판을 보고 영덕방향 길로 들어섰다.
잘못 들어선 길은 다시 되돌려 갈 수도 있어 다행이지만,
인생의 잘못 들어선 길은 되돌릴 수는 없겠지.
약속한 시간에 맞추고자 속도를 높였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속도를 높이며,
행여나 있을지도 모를 속도계를 무사히(?) 지나가고자
세심히 살피며 과속해서 달리는 내 차를
씽!~~~~지나치는 차들. 오싹 등줄기가 당겨온다.
저나 나나 위반하긴 마찬가지지만,
난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사람을 탓하며,
두려움이 몰려오는 순간 살짝 발을 브레이크에 얹어본다.
동해항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도 한잔하지 못한 채 다시 출발. 간신히 맞춘 강의 시작 10분 전
후유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것과 동시에 난 오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
언제나 출발하기 전 정상속도로 달릴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러나 이 핑계 저 핑계로 속도를 높이곤 한다.
삶에도 지켜야 할 신호등과 속도가 있다.
간혹 그 삶에서도 신호등도 무시하고 과속을 내지나 않았을까?
'作心三日(작심삼일)' 속담처럼 언제나 끝난 후에
내가 나에게 진 어설픈 이유를 합리적으로 꿰맞추곤 한다.
1.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하였으면.
2. 그이가 휴대폰을 집에 놓고 오지 않았으면.
3.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았다면. 등등
이런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하면서도 되풀이되는 일상.
강의하는 3시간 동안 높아진 하늘을 보며,
도심 속에 갇혔던 답답함을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날려보내고.
오늘도 나와의 약속에서 나에게 졌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
이번만은 꼭 이번만은 하면서,
슬쩍 나 자신과 타협하는 나 자신이 미워
오늘은 나를 고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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