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교환

2015. 10. 3. 06:09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24일(토요일) 오후에 구미 며느리집에 다니러 갔다.
얼마전 다녀온 여주에서 고구마와 야콘을 사왔기에 먹거리를 보면
가까운 곳에 사는 손주들 생각에 자꾸만 목에 걸려서...
손주들도 볼겸 택배로 하지 않고 직접 배달갔지요.

할아버지도 손주들 용돈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다녀올까요?" 했더니 옳다구나 하고
"그럴까?" 한다.

당연히 그러자 했지요.
서둘러 준비를 하고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컴퓨터가 오래되어 원활히 잘 돌아가지 않고 너무 늦게 뜨며,
간혹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도 자주 뜬다.

마침 아양교 쪽에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 있어서
토요일 내려오니, 그때 부품을 갈아준다고 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빠르게 뜰 거라기에 기다렸지요.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아들은 온몸에 땀 범벅이다.
5층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없다.
걸어서 4층까지 오르면 아직은 후덥지근한 날씨 땀이 나기도 하지요.

방학 때나 어쩌나 손주가 오는 날은
"할머니 이사 안 가요?"
"왜??"
"엘리베이터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요." 한다...ㅎㅎㅎ

그러나 줄기차게 여기서 살지요.
교통도 편하고..., 이웃도 정겹고,
더 큰 이유는 화폐가 없다눈...ㅋㅋ

선풍기는 벌써 손질해서 올려두었기에
얼른 휴대용 선풍기(부채)를 꺼내 주었지요.

아버지 노트북과 내 컴퓨터 부품을 깔아 끼워놓고
아들은 볼일이 남았다며, 다시 시내로 나가고 우린 구미로 출발.

저녁밥은 먹지 않고 다녀 간다고 연락해 두라고 했다.
먹고 오면 더 어두워질 것 같아서. 서둘러 대구 집으로 오려고
칠곡 휴게실에서 잠시 쉬며 전화를 하였더니

"어머님 잡채 해 두었는데요." 하며, 은근히 저녁을 함께 하자 한다.

고맙긴 하지만, 늦은 밤 운전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이 탓인가 보다. 밤새도록 달리던 그때의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럼 집에 가져가서 먹을게 사줄래" 했더니
아파트 밑에 도착해서 연락을 하니, 그릇에 잡채를 담아
비닐 봉지에 넣어 아이들과 함께 내려왔다.

가져간 쌀과, 김치, 마른반찬, 그리고 과일 등
혼자서 가져가긴 어렵겠기에 올려다 주고 오려 함께 했지만,
둘이서도 힘드네...ㅎㅎㅎ

할아버지는 밑에서 손자, 손녀랑 함께 있고
우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며느리 집으로

"어머니 이거 가져가셔 쓰셔요."
"뭔데??"
"전기밥솥요."
"너희나 쓰라. 우린 있잖아."
"우리도 있어요. 어머니 집 밥솥은 오래되어 밥이 잘 안되던걸요.
밥이 맛있어야 하잖아요."

하며 묶어둔 상자를 보자기에 싸서 준다.

 

실인즉..., 이랬다.
밥솥이 고장이 나서 고쳐서 쓸까 하고 보냈는데..
며칠이 걸린다기에 그동안 이용하려고 작은 8인용 밥솥을 샀는데,
고쳐온 밥솥이 또 말썽을 피워 다시 큰 밥솥(10인용)으로 쌌나 보다.

8인용이라도 나보고 3인분만 하셔요. 한다.
"그래야, 밥이 맛있어요."
그러니 맛있는 밥을 먹으려면, 직장 다니는 며느리가
밥을 삼시 세 때 해 줄 수도 없으니, 큰 게 필요하였겠지요.

우린 단둘 그러니 작은 밥솥이라도 괜찮지 않겠느냐며 가져가 쓰라 하네요.
싫다고 두고 나중에 쓰라 해도 자꾸만 가져가라 해서
"그래 고맙다. 잘 쓸게"하곤 우린 서로 가져간 물건을 주고
그리고 또 받아왔으니 '물물교환' 맞지요. ㅎㅎㅎ

할아버지는 아이들께 용돈을 주었는지 아이들 표정도 밝고
할아버지 표정도 흐뭇해 보였다.

"조심해 가세요."

"잘 있어라."

인사도 야무지게 주고받고 다시 대구로.
도착해서 며느리가 챙겨준 잡채와 밥 한 그릇씩 뚝딱 했지요.
오늘의 일과도 무사히~~감사함으로 마쳤습니다.^^

아하., 한가지 무사하지 못한 게 있네요.
가져간 장바구니를 두고 왔네요.
마트에 장보러 갈 때 가져가면 50원 빼주는데
50원에 목숨 거는 할미가 전화를 했지요.

"얘야 장바구니 두고 왔으니 잘 간직해 두어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