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나의 실수

2015. 10. 1. 06:12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삼익 뉴타운에서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신천동 끝과 끝처럼 멀리 떨어진 그곳에 가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모임장소에 가느라 바빴지요.
한 달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그동안 못다 한 얘기도 하고
점심 후 재잘재잘 한참 수다를 떨던 중

어디선가 앵!!~앵!! 애애애앵!! 불자동차소리 오모모 큰일났다.!!!
심장이 탁!! 숨이 막혔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하며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보리차 끓인다고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그냥 두고 나온 것 같아요. 끄지않고...
아....어쩌면 좋아 몰라 몰라 난 몰라!!!
벌써 불이 났을 것 같았다.

시간이 하마 몇 시간이 지났는데.....불이 났을꺼야..불도 세게 틀어놓고 왔는데....
눈앞이 하얗게 변하며 속이 미식 거리기 시작했다.
되돌아 가기엔 너무 먼 거리 아! 맞다. 맞아 빨리 전화해야지..
집에는 아무도 없으니 못하고, 관리실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아무리 생각해도 전화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평소엔 늘 외웠는데....어떻하지...다른곳 맞아
다른 곳 이웃아줌마 우선 생각나는 대로 307호
다행히 그 전화는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네, 아줌마 전대요."
"아, 영아엄마, 왜? 거기 어딘데??"
"저 아줌마 지금 아파트 아무 일 없지요??"
"응 왜??"
"저 미안하지만, 지금 관리실로 가셔서 관리원아저씨랑
옥상에 올라가서 저희 집 가스 불 좀 잠가주셔요."
"왜? 왜 그러는데...??"
"보리차 끓이다가 불도 안 끄고 그냥 나온것 같아서...부탁합니다."
"알았어....조심하지...에그 정신은 어디다 두고..."

뚝 끊긴 전화기를 멍하니 쳐다보며, 넋 나간 것처럼 서 있었더니,

"괜찮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안끄고 나왔니??"
"....몰라...안 끄고 나온 것 같아"
"어쩌면 끄고 나왔는지도 몰라 가끔 아리송할 때가 있잖아 잘 생각해봐"

친구들의 위로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전화를 했다.

"아주머니 어떻게 됐어요?"
"응 관리원 아저씨랑 함께 옥상에 가서 끄고 내려왔어"
"아줌마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알았어...다음엔 조심하고 잘 놀다 와"

한참을 마음을 진정시키고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데, 복도가 시끌시끌
우리 아랫 층에 손님이 오셨다가 가시는 것 같다.
아고고 얘기하시는 소리를 들어보니 큰일 났어요.
어쩌면 좋아요.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바로 아랫집에서 손님 대접하느라 밥하고 국 끓이고 바빴는데...
갑자기 가스불이 끊겨서 웬일인가? 하고 도시가스로 전화하고 야단났다는군요.
흐미.....어쩜 좋아요.
알아본 결과, 아고 아고 몬사로 몬사로 살아도 몬사로
부끄러워서 어쩌노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포라....

처음 분양받아 들어올 때는 연탄 보일러, 살면서 도시가스로 바꾸었지요.
초창기 때라서 가스 넣은 집도 있고 그냥 연탄보일러 쓰는 집도 있어서....
또 LPG 쓰는 집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옥상에 있는 가스 밸브
호수를 적어놓지 않고 들숙날숙이었답니다.

그러니, 누구 집 밸브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한곳의 밸브만 뱅뱅 돌아가니까...아 바로 이거다 하고 잠구었다지 뭡니까...
그러니 한방 가득 손님 모셔놓고 점심 준비하시던 아주머니가 황당했겠지요.

가스회사 전화하고 옥상에 올라가고 하다가 잠긴 밸브 발견하고
다시 열어 밥하고 국을 끓여 대접은 했다지만, 얼마나 놀랐겠어요.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금방은 아무말도 못하고 올라갔어요.
그리곤 늦게 찾아가서 죄송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했지요. 히히

에구 나 때문에 애꿎은 관리원아저씨 307호 아줌마 몽땅 걱정 끼쳐 죄송했습니다.
이웃 아줌마도 어느 날 이런일도 있었대요.

잠그고간 현관 안 잠근 줄 알고 다시 와서 열어놓고 갔다나요. ㅎㅎㅎ
그땐 속으로 웃으며, 어찌 그런 일이 하고 은근히 흉봤는데...
어느틈에 나의 일이 되어버렸네요.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 한 자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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