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 땐 시어머닌가??

2015. 9. 23. 06:13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제왕절개로 외손녀를 낳고, 입원한 딸아이 곁에서 지낸 며칠.
다시 집으로 내려가서 강원도 시댁에 가야 한다.

시 아주버님 기제사가 다가오니 준비해서 다녀오려면
조금은 여유를 두고 내려가야겠기에 아직도 입원해 있는 딸아인
우선 아쉬운 대로 사위에게 부탁해두고 함께 입원해있는 산모들의
보호자에게도 부탁을 해 두었다.

며칠 있다 다시 올라올게요. 그때까지 잘 부탁합니다. 그리곤 내일쯤 내려갈까?
생각하던 중, 폰으로 전화가 왔다. 

"어머님 언제 내려오세요?"
"왜??"
"그냥요. 그리고 강원도는 언제 가세요?"
"제삿날 새벽에 올라가야지 왜?"
조심스럽게 묻는 새아기 말투에 조금씩 걱정스러운 느낌이 전해져온다. 

"왜 무슨 일 있니?"
작게 떨려오는 걱정을 누르며 물었다.

"........., 어머님 저 수술해야 한대요."
"뭐?? 잠깐 다시 이야기해봐?? 뭐라고? 수술해야 한다고??"
"자궁에 혹이 생겼대요. 2개. 악성은 아니라고 하지만, 수술은 해야 한대요."
"어느 병원에 갔는데"
"제가 다니는 중앙산부인과 병원에요."
"얘야 수술은 그냥 막 하는 거 아니야. 다른 병원에도 다시 한 번 더 가봐"
딸아이도 이젠 괜찮아진다기에 조금은 가벼워지려는 내 맘을 며늘아기가 다시 꽉 잡는다. 

"한군데 가보고 수술하라고 한다고 하지 말고, 두어 군데 더 다녀봐."
"소견서 써주기에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도 수술해야 한대요. 더 커지기 전에."
"어느 병원에서 하려고??"
"제가 다니던 중앙산부인과에서 할까 해요."
"배 째고 하지 말고 요즘은 초음파로도 수술을 한다더라, 그럼 그거 해라 큰 병원에서"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대?"
"아니에요. 곧바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초기에 하면 쉽대요."

 

우선은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면서,
그때부터 속에선 스멀스멀 속상함이 몰려온다.

어쩌면 한꺼번에 이렇게 터지나??
날씨도 더운데,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라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보고
강원도 시 아주버님 기제사랑 수원 딸아이가 조금 덜 할 때 그때 하지.
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속이 상해온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내품조차 할 수가 없다.

며느리 처지에서 생각하면 내 이런 마음이 얼마나 서운할까
행여 미루었다가 잘못되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어머님이 그때 하지 말라고 해서."

이런 원망을 듣는 게 무서운 게 아니고 정말 잘못될까 봐 얼른 내 생각을 돌렸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역시 난 시어머니라서 그런가??

만약 딸아이라도 이런 맘이 들었을까? 아닐 거야.
그래 이왕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기분 좋게 해주자.

 

내가 아파서 며늘아기나 딸아이의 간호를 받는 것보다 내가 건강해서
며느리나 딸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 맞아.
기쁜 마음으로 해주어야지 하는 맘이 들다가도
얘는 하필이면 이때., 하는 원망스러운 맘이 뒤죽박죽이다.

난 못 땐 시어머닌가?? 아! 시어머니 노릇을 하기 어렵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