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하게 보낸 하루 일과

2015. 9. 21. 06:00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따르릉~~따르릉~~

"으~~응~~누구세요??"
"어머님 전 대요."
"응!~ 왜??"
"낼 오실 때 그 사람 두고온 겨울 남방 갖다주세요.'
"응 남방 알았어!, 다른 건??"
"다른 건 없어요. 어머님 주무시는데...깨웠지요.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일찍 한다는 게 다른 일 하다가 깜빡했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오냐 알았다 그럼 낼 보자...." 

이구~~쿨쿨 신나게 자는 날 깨워놓고, 잘 자래요??
이잉~~난 몰려~~~시로
마!!~~~어차피 설친 잠 새벽엔 잊고 그냥 갈까 봐 남방 챙겨두고
다시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덜덜!!!덜!! 드르륵~~드르륵~~~덜~덜~덜!!!
이잉 이건 또 무신 소리??
짝꿍이 핸드폰을 떨림으로 해 두었네요.

"당신이 함 받아봐"(자기 꺼면서??? 나보고...자기가 좀 받지....)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전화를 하셨으면 말씀을 하셔야지요...여봇셋욧!!!"
"................뚝" 


이구 전화는 끊어졌지만, 달아난 내 잠은 어디 가서 찾노???
새벽 2시40분 이구 누군지 너무 미오.
초저녁잠이 많아서 늘 새벽에 일어나서 반찬이랑 집안일 이것저것 하는 나는...
이젠 영~영~~ 달아난 잠을 찾기를 포기하고 막내아들 아침을 준비했다.
새벽에 우리 안양 가고 나면, 막내 혼자서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하니까,....
뽀시락, 뽀시락, 소리 날까봐, 조심조심 가만가만히 준비를 했지요. 

"안자고 뭐해!!"
"아까 전화 때문에 깼어요. 잠이 안 와요."
"그래도 먼길 가려면 피곤할텐데..더 자!~~"
"네 잠이 오면 잘게요" 


그냥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하려면 두 눈은 말똥말똥 머리까지 아파서.....
그러다 보니 그럭저럭 3시50분 세수하고 짝꿍을 깨웠다.

 

"여보 시간 다 됐어요. 준비하세요"
"응 알았어, 그럴게"
이렇게 해서 집에서 출발한 시간은 정확히 4시 35분 뿌연 새벽공기를 가르고 우린 달렸습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이 참으로 기분 좋았지요.
차 기름도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짙게 낀 새벽 안개를 뚫고 빨갛게 빛나는 앞차의 브래이크 등을 보면서...
구부려진 길에는 더이상 도로가 없는 것처럼 안개에 가려서 보이지 않은 길.
순간 섬뜩함을 느끼며...속도를 줄여가며 조심조심 갔습니다.


 

칠곡도 지나고, 왜관, 구미, 김천도 지나서.....
추풍령 휴게소가 저 앞에 보이는 길.
휴게소에 들려서 쉬고 가자 하기에 한쪽으로 붙여서 속도를 줄였답니다. 
어머나!!! 어쩌면 좋아요.
옆 차선 내려오는 도로에서 사고가 났어요.
레커차 와서 끌고 가려고 높이 올린 사고트럭,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려졌네요.

 

이곳에선 항상 오가는 차선에서 사고가 잦다던데.....
좀 조심해서 운전을 하시지, 어쩌자고,
크게 인명사고나 없었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습니다.

따끈한 국밥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또다시 출발했습니다.
목표지점 안양시 호계동 며느리 집으로.....
고속도로 주위에 강이나 저수지가 있는 곳을 지날 땐,
짙게 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여 힘들기도 했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에...만물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어요.

 

많은 차들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고...
잠을 설친 난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에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어서
잠깐 자고 가자고 짝꿍에게 말했지요.

 

"응 그래 편히 쉬어, 난 운동이나 좀 하지 뭐"
"네 그럼 맛있는 거 사서 잡숫고 좀 쉬세요. 난 좀 잘래요."
그러나 잠을 잘 수야 있겠어요.
그냥 눈 감고 5~10분 정도만 있어도 피로가 풀리곤 하지요.

 

그렇게 해서 새아기 집에 도착한 시간은 9시가 조금 안되었더군요.
딸아이랑 둘이서 몇일 치워놓은 집안은 훤하게 밝아 보여서 좋았습니다.
방글~방글~~~웃는 손주의 얼굴은 함박꽃처럼 피어나던걸요.
쿨럭 쿨럭 기침을 심하게 하는 며느리 데리고 병원 가려고
손주는 내가 업고 짝꿍과 딸아이는 집에 두고 둘이서 아니 셋이서 나왔다.

병원 근처까지 온 며느리 하는 말,


"어머님 저 병원 안 가요. 가도 약도 못 먹는다고 안주는데요..모"
"왜? 그래도 병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조금이지만 타서 먹자..응"
"젖을 먹이는 엄마에겐 약 안 줘요."

은근히 고집을 피우며 안가겠데요. 민간요법을 하겠다며... 

"그럼 왜, 나왔니?"
"물건 살 것도 있고, 바꿀 것도 있어서요..."
"그럼 난 몰라, 아버님 한태는 병원갔다왔다구 해라..난 책임 몬 진다."
"네 그럴게요. 어머님도 그렇게 말씀해 주세요."

히히~~우린 이렇게 서로 마음을 합쳤지만,
전 속으로 은근히 고민했어요. 억지려 라도 댈꼬갈까? 병원에?? 그냥 둬??
며느리가 입은 추워 보이는 청바지, 보기 싫어서..... 따뜻해 보이는 바지 하나 사주었습니다.
그리곤 이것저것 사려 다니는 며느리 뒤를 부지런히 따라다녔지요. 

"얘야 얼른 하고 집에 가자, 아버님 기다리실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서 재촉도 하면서...
등 뒤 울 손주 새근새근 잠자고 볼일 다 본 후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해서 먹고 설거지 마칠 때까지 아기 봐주곤.....
회사에 있는 아들한태 전화로 왔다 간다는 인사도 하고,
우린 딸내미 태워서 본식구만 남겨두고 대구로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돌아다 보이는 며느리, 손주, 아들...
잘 살아라~~~잘 살겠지...잘 살거야~~~
마음으로 돌아보며 또 돌아보며 대구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김천 지나서부터 막히기 시작하는 도로.
엉금엄금 기다시피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가, 또 조금 속도도 붙다가...
무사히 도착한 대구 동대구사거리 가까이에서, 차선변경 문제로 짝꿍이랑 또 다퉜습니다.
우찌 오늘은 무사히 끝나나 했지요...후후~~ 

"중간 차선으로 가라고 하니까!! 또 왜 바꿔!!!"
"옆 차선에서 차가 들어오잖아요."
"그래도 기다렸다 넣어주고 따라가면 되잖아!!!"
"(이! c! 그람 자기가 하지!~!)"

제 특기 속으로 중얼중얼 잉 기분 나빠
집 도착해서 얼른 씻고 그냥 꿈나라로 갔습니다.

 

"벌써 자..."
모른 척 자장가로 들으며 잠들었습니다.
무사히 지낸 오늘 하루를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