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9. 06:00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사랑님 하늘나라 소풍가시고 남은 울 친구
언제나 씩씩하게 보여서 든든했답니다.
마음 한 편으로는 어쩌면 그리도 빨리 정리하고 잊어버렸을까...?
그렇게 생각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가만히 지나가는 말처럼 말하더군요.
"우리 신랑에게 애인이 있었어!"
".................."
무어라고 할 말을 잃고 그냥 멍했습니다.
운명하시기 몆일 전 말씀 하시더래요.
"사귀는 여자가 있어, 보고 싶으니 불려줘...미안해...,"
그냥 하늘이 샛노랗게 변해 보이더라고 하더군요.
아무 생각도 없이 알았다고 하고는 연락을 했답니다.
그리곤 병실에 둘만 남겨두고 집으로 왔다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들려주는 친구의 음성이 가늘게 떨려 나왔습니다.
"........................"
"그 사람이 그 여자에게 돈을 좀 마련해 주라고 하더라."
".............................."
"그래서 많이는 줄려니 밉고, 마지막 부탁이니 안 들어줄 수 없어서 조금 줬어..."
이렇게 가만가만 말을 하드군요.
아....., 그랬구나, 그래서 배신감에 정리가 빨리 되었구나.
어쩌면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몰라요.
그러나 울 친구 사람을 대하는데 믿음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남편도 그런데...,
깜쪽같이 속았는데.., 어떻게 누굴 또 믿겠습니까?
차라리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받은 그 돈이 그녀에게 무슨 득이 되었겠습니까?
차라리 모른 척 그냥 가시지...
당신은 마지막인 줄 모르고 수술만 하면 낳으리라. 믿고 있었기에...,
인생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 여자가 몹시 그립고 보고 싶었나 봅니다.
울 친구 평생 지고 갈 마음의 짐 생각도 못한 사랑님이 이기적인 것 같아서..., 밉기도 합니다.
껍데기하고만 산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윙윙 메아리처럼 울려옵니다.
외유내강인 울 친구 씩씩하게 굳세게 살아갈꺼지만...,
믿음을 배신당한 아픔은 늘 남아서 마음을 어지럽히겠지요.
잉꼬부부처럼 다정하게 살아가길래..., 그런가 하였는데...
어쩌면 그런 일이..., 참으로 모를게. 남자의 마음이네요.
꿈에도 생각 못한 친구의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웃고 명랑하게 지내기에 그 속에 숨어있는 슬픔을 몰랐답니다.
무심한 세월이 흐르고 나니 이젠 이렇게나마 털어놓을 수도 있게 되었네요.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을까?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미워해야 한다는
대상 없는 미움을 삭이느라 숨어 흘린 눈물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젠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살았으면 합니다.
친구의 괴로움도 모르고 그냥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아들 며느리랑 남은 삶을 편안하게 즐겁게 보냈으면, 하고 빌어봅니다.
친구의 일이지만 나도 이렇게 막막하고 허전한 게 무언가 뻥 둟린것같은데...,
허망한 상실감에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제자릴 찾아준 친구가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친군 이렇게 말하더군요.
'집에 오면 내 남편 나가면 남의 남자 이렇게 생각해야한대요.'
어머!! 어쩌면!!! 그래도 난 그렇게 못 해요.
어떻게 그렇게 살아요.
하루를 살더라도 믿고 의지하며,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그 순간까지도 전 믿고 살고 싶답니다.
그러나 전 소수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많은 다수의 사람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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