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보낸 어제 행복했던 날

2015. 9. 16. 06:00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설날을 맞아 내려온 막내부부와 결혼 후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 한 것 같다.
막내부부의 저녁대접을 받고, 시네마 M 에서 하는 '발키리' 구경도 했다. 

결혼 후 곧장 서울로 살림을 나서
함께한 시간이 적어서 아직도 고운정만 쌓고 있는 중이다.
미운정은 아직은 없다. 그저 곱게만 보이니..
사는 모습에서부터 서로 대하는 태도까지 마냥 곱기만하다.

막내는 역시 막내다.
내가 괜히 짓궂게 놀려보았다.
"아무래도 넌 내가 낳지 않은 것 같아, 보건소에서 바뀌었나??"

큰아들은 아직도 멀었다는 의사말에 쫓겨와서
밤새도록 진통을 겪다가 통금해제하자마자 낳았기에
딸아인 첫아이의 경험을 생각하고 많이 아파야 되나보다 하고
미련하게 참다가 집에서 순산을 했다.

막낸 아에 병원에 가서 낳아야 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보건소에 나가시는 아는 언니분이 계셔서 그곳에서 낳게되었다.
그래서 가끔 막내를 놀려먹는다.

"아무래도 아기가 바뀐것 같다." 라며...ㅎㅎㅎ
"아무리 그래도 엄마랑 꼭 닮아서 아니라 못해요."

하고 막내가 되받아치지요. ^^

막내부부 설을 지나고 서울로 떠나는 날.
받은 금일봉에서 조금 떼어 점심이라도 사먹으라고
들려보내려 준비해 두었는데, 깜빡 잊고 주지 못했다.
구미사는 큰 며느리는 주었는데, 주지 못한 막내며느린
자꾸 마음에 걸려서 도착할 때 쯤 전화를 했다.

"도착했니?"
"예, 지금 막 도착했어요."
"얘야 네가 깜빡하고 차비하라고 준비한 봉투를 주지 못해서..."
"어머님 괜찮아요. 어머님 쓰셔요."
"아니다 그러면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안되..구좌번호 문자로 보내줘"
"아니예요. 안그래도 주시면 안 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않아,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하려면 보내줘 꼭."

 

이렇게 간곡히 말을 했지만, 문자는 감감 무소식이다.

다시 전화를 걸려해도 그렇고....감말랭이가 맛있다기에, 큰 며느리에게 조금 남은

감말랭이 주어 보냈더니 그날로 다 먹었다며, 구미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 청도가시는 길이 있으시면, 감말랭이 2통만 사서 보내주셔요. 돈은 부쳐드릴께요."
"4일날 청도 가니까 그때 사다 줄께" 하고 약속을 하였는데...

남편의 청도 강의는 이번 주는 오지 않아도 되며, 다음 주 목요일 부터 개강이라 연락이 왔다.
그래서 다음 주 가서 사다줘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3일날 점심대접을 하려 온다는
큰 며느리 전화를 받곤 남편이 그런다. 

"그럼 오늘 청도 다녀올래"
"그래요."
하곤 2일날 큰며느리 부탁으로 감말랭이 사려간 김에
막내와 딸아이 생각해서 5통을 사서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
2통은 구미, 1통은 막내, 또 1통은 딸아이...남은 한통은 우리가 먹으려고...

 

그리곤 3일날은 큰며느리 점심대접받고 아이들이랑 함께 저녁까지 노느라 시간을 낼 수 없었고,

4일날은 안동답사, 냉동고에서 잠자고 있는 감말랭이 오늘은 부쳐야겠다 마음을 먹었지만,
감말랭이만으로는 약소할 것 같아서...단골 청과시장에 들렸다.

 


사과 1상자, 배 1상자, 귤 1상자, 딸기 3통을 샀다.
그리곤 상자 3개에 골고루 나누어 담았다.
구미아이들에겐 감말랭이는 미리 주었으니, 감말랭이만 빼고 부쳤고,

막내와 딸아이에겐 들고 나간 2통의 감말랭이를 1통씩 상자속에 넣어서 부쳤다.

돈을 계산하니, 에궁 오히려 금일봉 줘 보낸 것 보다 더 들었당! ㅎㅎㅎ
깜빡한 내 잘못이지 모...그러나 마음은 가볍다 아니 기쁘다.
무엇이든 보내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네가 구좌번호 안 보내줘서 더 귀찮게 하고 돈도 더 들었네"
"그러게 말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왠 과일을요?"
"이번엔 동서덕에 먹는줄 알아라." 하고 사연을 이야기 해주었지요.


"엄마 뭘 그렇게 골고루 보내요."
"동생댁 덕분인줄 알고 먹으라"
"그래야 겠네요. 고맙다해야겠네요."

이렇게 보내놓고 전화로 일일이 통화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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