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제가 오늘은 더욱 미워집니다.

2015. 9. 16. 06:01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저녁 무렵에 잠깐 들린 집에서 딸아이가 전해준 말.
(손자 봐주려 며늘아기 집에서 잠을 자기에.)

"엄마 친구한테 전화 왔어요."
"누구"
"몰라요. 참 엄마 휴대폰 번호 알려주었어요."
집에 두고 간 휴대폰에 음성메시지를 남겨놓았더군요. 

"영아가... 난 대... 숙이. 나한테 전화 좀 해줘 응"
착 가라앉은 울 친구 목소리에....(딸아이 이름이 영아거든요)
무슨 일인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 친구 서방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보이던데......)
친구 집 전화가 아무리 울려도 전화를 받지를 않아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응... 영아가...........우리 신랑 돌아가셨단다..."
"언제"
"오늘 아침 8시10분경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

 

올봄에 명퇴를 하셨답니다.
여러 가지로 괴로워하신다고 말하는 걸 들었거든요.
남편도 이번 8월에 명퇴를 남겨두었기에...,
퇴직을 하고 나서 1~2년이 제일 위험한 시기라고 하드군요.

몸의 건강, 마음의 건강 여러 가지 가요.


참으로 허무한 세월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허무할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모진 목숨도 있던데...,
이렇게 짚불처럼 사그라지는 목숨도 또한 있네요.

 

친정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인생의 허무함을 가슴 아리게 느꼈습니다.
언젠가 꿈속에서 남편이 돌아가셔서.
하늘이 무너지는 설움에 목놓아 울다가 제풀에 깬 적도 있었답니다.
울 친구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어떻게 다독여 주어야 할까요.


얼른 내일이 왔으면 하다가도..., 내일이 올까 봐 두려워집니다.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하나요.
꺼이꺼이 올라오는 울음을 참드라 힘이듭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고, 참으로 허망한 삶에 넋을 나갔습니다.


친굴 만나면 나먼저 울어버릴 것 같아서...,
언젠간 나에게도 닥칠 일이잖아요.
아니죠! 어쩌면 나 먼저 갈지도,
앞일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이기에...

해는 어김없이 밝아오고, 또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밤새도록 목젖 가득 차오르는 설움에 씨름하다가,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활기찬 새벽의 서늘한 공기에도 난 오늘은 우울합니다.

집에 잠깐 들렀다가, 병원 영안실로 친구를 찾아갔다.
내 맘이 서러워서입니까?
울 친구 모습이 저리도 작게 보입니까? 

"영아야..., 내가 이리 될 줄 난 정말 몰랐다."
상복 입은 울친구 옷을 가르키며...,
"울실랑이 이 옷이 예쁘다고 자꾸 나보고 입으라고 하네"
더는 뒷말은 들을 새도 없이 줄줄 흘려내리는 눈물
미어터질 것 같은 맘에 겨우 몸을 가누고 고인의 영전에...,
향불하나 붙여 올리고, 무너질 것 같은 맘으로 정중히 절을 하였습니다.

 

상주와 마주 보고 맞절도 하였지요.
할 말이 없어서 한동안 서로 쳐다만 보고 있었답니다.
저리도 하늘은 높고 푸른데...,
이제 겨우 57세 밖에 안되셨는데...,
어쩌자고 훌훌히 가셨습니까?
생전의 자상하신 모습이 떠올라서 자꾸만 눈시울만 깜빡였습니다. 

"산 사람은 어떻게 살아도 살아"
".........................................."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뭐"
도리어 날 위로하는군요.
자꾸만 작아 보이는 울 친구 쳐진 어깨에 눈길이 머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죽고 남 그뿐이죠.
슬픔과 아픔은 산 사람들의 몫이지요.
살아가며 새록새록 상처가 덧나서...,
얼마나 많은 눈물 흘려야 할까요.

 

그래도 늠름해 보이는 울 친구에게 위로는커녕
도리어 위로를 받고 온 못난 나 자신이 오늘은 더욱 미워집니다.
내일은 출상하는 날.

몆몆친구랑 연락을 해서 장지까지 따라가 볼까 합니다.
울 친구 서방님 이 세상 마지막 떠나가는 길.
조용한 맘으로 배웅하고 싶어요. 

말없이 울 친구 따뜻한 눈길로 보살펴 주고 싶습니다.
아직은 울 친구 뭐가 뭔지 잘 모를 거예요.
참으로 여리고 착하고 순하기만 한 울친구
살아가며 봇물 터질 듯 터지는 슬픔에 중심 잡게 해주세요.

새로운 힘을 주시기를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서방님 49 제 올린다고 합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어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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