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

2015. 9. 14. 06:08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시집가기 전에 친정어머님이 저를 앉혀놓고 말씀하셨어요.
이제부터는 친정부모님께 잘하려고 하지 말고, 시부모님께 잘해야 한다.
남자란 모과 두 덩어리를 앞에 놓고 헤아리지 못해도 남자는 남자다.
(성질이 있다. 건드리지 마라 이거죠.)

 

절대로 이기려고 우기지 말고, 먼저 져 주고,
앞에서 지고 뒤에서 이기는 지혜를 가지고,
모든 것을 참고 또 참으며 살라고 하였습니다.

그게 친정집이나 시댁을 평화롭게 하는 길이라고요.

 

그 시절은 다들 어려웠으니, 우리도 어렵게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의 자세도 행동도 중요하지만,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사람 노릇을 하고 살 수 있지요.
정도 좋고 마음도 좋지만, 하지만 그것도 물질이 가지 않으면,
제대로 전달되지가 못하더군요.

 

마음의 정은 어딜 갔는지 서글펐지만 어쩔 수 없는 세상인심이든 걸요.
결혼하고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친정어머님이 세상을 떠났어요.
얼마나 슬프고 가슴이 미어졌는지.,
후회와 아픔 속에서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결혼 전엔 몰라서...., 결혼 후엔 더 잘 살면 해야지.
이렇게 미루다 막상 돌아가신 후 생각해보니,
고무신 한 켤레 선물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쇠고기라도 어머님 생신 때 사다 드리면,
글쎄 그게 다 더 보태어져서 제 집으로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장조림도 하고 밑반찬도 해서 저희 집에 가져다주셨습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말고, 너희나 잘살아라.
그리고 훗날 잘 살 때 그때 해라.... "
그렇게 늘 말씀하셨는데.
기다려주시지 않으시고 가셨습니다......ㅠ.ㅠ

그렇게 짧게 살다 가실 걸,
천만년 저랑 함께 할 줄 알았습니다.
지금 제가 어머님의 연배를 두 해나 뛰어넘은 지금에 와서도
어머님 당신만 생각하면
가슴속엔 한가득 밀려오는 서러움의 파도가 칩니다.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으려 시부모님께 온 힘을 다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부탁 말씀이시기도 하였고,
또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그렇다고 칭찬받을 만한 큰 효부는 아니지만,
흉내라도 내보려 노력했습니다.

사시면 얼마를 더 사실까? (친정어머님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셨기에...)
계실 때 잘해드려야지 이러다 보니 중간에 정말 그만둘 수 없어
그렇게 보내다 보니, 15년 시부모님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 잘해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효도 흉내는 내 보았으니,
친정어머님같이 그렇게 절절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잘살고 나서,
하고 효도 흉내라도 내보지 않았다면
또다시 가슴앓이를 하였겠지요.
그래요.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습니다.


살아계실 때 그때그때 성심껏 잘해 드려야겠지요.
떠나보내신 후 제사 때마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린들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풀리지 않으니까요.
하긴 살아생전 효자, 효녀는 찾아보기 어려워도
돌아가신 후의 효자, 효녀는 지천으로 깔렸다고 하시든
옛 어르신님들의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제가 며느리도 보고, 또 곧 딸도 시집보내게 되었답니다.
그때 어머님이 하신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들어넘겼지만,
저도 언젠가 딸의 결혼 날이 다가오면
딸을 앉혀놓고 울어머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할 거에요. 

 

딸에게...., 딸이야 속으로 나처럼 생각할지 몰라도.
지나놓고 보니 그게 삶의 지혜였다는 것을 깨 닿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지는 척 해두고 뒤로 이기는 법을 딸에게 전수 해 줄까 합니다.

앞으로 이기고 뒤로 지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라.

 

앞으로 져주고, 남편의 위신도 세워주다 보면
가정도 화목해지며 제 실속도 챙기며 결국은 인정을 받게 되지요.
악착같이 남편을 이겨서 뭐하겠어요.
결국은 가정과 나와 남편에게 상처만이 남는대요.


내가 먼저 위해주면, 나 또한 위함을 받으며 조건 없는 사랑을 줘보세요.
나도 넘치는 사랑을 받을 태니까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나도 흉내만 내었지만,
딸에게도 흉내라도 내려 노력하라고 할 겁니다.

져 주는 게 결국은 이기는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닿게 될 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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