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며느리 지금은 시어머니

2015. 9. 14. 06:03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잘 있었다니 더욱 기뻐!!

눈부심과 함께 맞이한 울 손자
태어나는 그날부터 아주 지가 상전이며, 어르신이야.
이제 조금 한시름 놓았단다.

 

작게 태어나고, 먹은 젖을 다 올리고 해서 한동안 애먹었단다.
몇 날 몇 밤을 손자랑 함께.
손자는 할미 품에서 코~오자고, 난 왔다 갔다.

어슬렁대며 온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행여 먹은 것 토할까 걱정이 되어 비스듬히 안고 있었지.

 

어미는 선잠을 자다가 깨곤 자다가 깨곤 잠을 설치고,
시어머니가 미안키도 하고 아들 걱정도 되었을 태지요.
엄마의 넘치는 사랑과 걱정 때문에 울 손자 병원에 입원도 했단다.


한 일주일 그곳에 머물다 퇴원했지, 속상한 거야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그대로의 자식 위한 맘이잖아 서툴러서 그렇지!
혹시나하고 종합검사 다 해보고 할미도 아직 한 번도 못한
아무튼 울 손자 요란하긴 혀!~~~

아무 이상 없다는 걸로 만족 해야지 뭐 안 그래
혈관 찾는다고 이곳저곳 마구 쑤셔대고 피검사한다고 발뒤꿈치 찌르고
울 손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고식 요란하게 했지 뭐

울고 웃으며 병상의 아기들도 만나보았지


근데, 우스운 일은 그냥 집에서 보살펴도 될 일을 혹시나 해서
우리처럼 온 아기랑 엄마들도 간혹 있더라
정말로 아파서 온 아기들은 한눈에 아픔이 보여
엄마랑 아빠랑 할미 할아버지들의 애 간장을 녹이곤 하던걸

 

그럼 누가 뭐라고 해도 영감이 최고야!!
역시 날 알아주고 날 위해 주는 건 울 신랑밖에 없던걸
각시 위하여 산후조리원 보내라고 어르고 달래고 욱박 질렸단다.

 

쌓인 메일을 확인하고 하루의 피로를 멜 받는 것으로 풀곤 했단다.
어제야 반가운 울 친구 멜 받고 뛸 듯이 기뻤지 뭐니
그럴게. 맞아 난 미처 생각 못한 부분까지 알려주어서 고마워~~

아무리 울 손자 귀엽고 예뻐도 할머니 자리에서만 챙겨줄게


엄마 몫은 뺏지 않고 항상 남겨둘게
응 그렇게 할게. 며느리에게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가 하게 모른 척 그냥 둘 거야 

 

해주고 싶지만, 눌려 참고 다 해주려고 안 할게
아쉬운 것 다 해주면은 언제나 해주길 기다리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야 스스로 하나씩 둘씩 배워 나가지 그자

맞아 역시 울 친군 나보다 한 수 위야
솟아나는 샘물도 가뭄이 들어 말라보아야 그 소중함을 알듯이
퍼부어 주는 사랑엔 그 사랑을 알지 못하는 수도 있지
아쉬움도 느껴봐야 빈자리의 허전함도 알게 될 거야

그럴게
정말 좋은 충고 고마워~~
약간의 냉정함도 물론 필요하고말고
언제나 나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울 친구 다시 한 번 더 고마워~~

 

내 생각이 짧았네! 난 무조건 잘 해주려고만 했는데.
어머나 너무 많이 빠지셨다.
한 달 새에 다이어트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갑상선이 안 좋게 나온 것뿐이라니, 다행스러워

맞아 늙고 할 일 없을수록 건강이 최고지

 

당분간이 아니고 영감 엄살 쭉~~~받아줘라, 응
나도 그러려고 생각한단다.
나이가 들어 안 사람께 푸대접받는 바깥주인 처량해 보여
젊었을 때는 차라리 구박을 해도 괜찮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위해주어야 겠드라

 

내게 기대는 울 짝꿍의 무게가 느껴지거든
그래도 반평생 가족을 위하여 노력해 왔잖아
늙어서 퇴물이 되었다고 구박까지 당하면 얼마나 서럽겠니.

 

아껴 주고 위해주면 나 역시 아낌 받고 위함을 받지
아들 딸 보기도 모양새가 좋잖아 이웃들 보기도 그렇고.
갈수록 드세지는 여자들의 기세에 더욱 어깨 쳐지는 남자들이
요즘 세상 돌아가는 추세잖아

 

그런 남편 내가 아니면 누가 위해주겠니?
이젠 우리가 더욱 위해주고 힘이 되어줄 때라고 난 생각해
아들 딸이나 이웃들 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난 정말 그리 생각한단다.

꺼지지 않는 성화의 불꽃처럼 잿더미 속의 불처럼 꺼트리지 않고
언제던 피워 올릴 수 있는 불씨를 맘 속에 간직해두고
언제라도 필요할 땐 곧 지필 수 있게 꺼지지 않게 애쓰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