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수목원 올케와 함께 詩와 함께

2021. 11. 8. 06:00살아지는 이야기/삶과 일상

 

지난번 만났을 때 올케의 오래된 손위 지인이 칠곡 대구은행 연수원 도로 건너 앞쪽

주택을 지어 살고 계시는데, 지인의 남편이 가꾼 국화가 아름답게 폈다면서 놀려오라고 하였지만,

길도 서툴고, 운전해서 가긴 더구나 엄두가 안 나 가지 못한다기에 "내가 데려다줄까?" 했지요.

 

그러면서 먼저 지인에게 여쭈어보고 함께 가도 된다면 연락하라고 했다.

 

 

함께 와도 된다면서 올케에게 연락이 왔다.

지난 목요일 10시경에 만나 네비에 주소를 입력했으나,

찾을 수 없다고 한다....ㅠ.ㅠ

 

혹시나 하고 송암 수목원이라 넣어봐도 찾을 수 없다 한다.

개인 수목원이라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것 같았어요.

칠곡 대구은행 연수원은 내가 아는 길이지만, 네비에 적어 넣고 출발.

 

부근에 가서 다시 송암 수목원하고 넣었더니 그땐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포스팅하며 혹시나 하고 송암 수목원하고 검색을 하니 지도상에서도 나타났구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지인의 집(송암 수목원)에 도착

 

 

넓은 정원에는 커다란 국화가 나열하듯 자리하고 있었다.

서둘러 폰을 꺼내 들고 앞쪽 대구은행 연수원이 자리하고 있는 도덕산 풍경부터 한 컷

우측 옆으로 보이는 건물은 넓은 뜰 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찻집 건물이랍니다.^^

 

 

그리곤 커다란 아름드리 탐스런 국화(대국)를 담기 시작~

 

최근에는 이렇게 큰 국화를 본 적이 없다.

어쩜 이렇게 탐스럽게 잘 키우셨을까?

 

 

가을꽃은 역시 국화다.

옛날부터 문인 묵객들이 사군자의 하나로 국화의 고결하고

품위 있는 덕성으로 국화를 그렸고 시조나 시를 지어 노래하고

국화주를 빗어 즐겨 마셔왔다 합니다.

 

국화를 보면 언제나 빠트릴 수 없는 詩 가 있습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들국화 / 천상병

 

산등선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조금 더 일찍 한창때 왔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싱싱한 국화를 담으며 즐겁고 행복하다.

신나게 담고는 앞마당(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올케와 지인의 모습도 담아 보았다.

 

 

국화에 관한 현대 詩와 고전 詩를 살펴보실래요.

 

 

실국화 / 김옥중

 

풀벌레 달빛 먹고

달 같은 꽃을 피워

 

속세에 묻혀 산들

마음만은 하늘이라

 

실실이 바람결 따라

바라춤을 일군다.

 

 

들국화 / 곽재구

 

사랑의 날들이

올 듯 말 듯

기다려온 꿈들이

필 듯 말 듯

그래도 가슴속에 남은

당신의 말 한마디

하루종일 울다가

무릎걸음으로 걸어간

절벽 끝에서

당신은 하얗게 웃고

오래 된 인간의 추억 하나가

한 팔로 그 절벽에

끝끝내 매달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들국화 / 공석진

 

무심히 지나치는

들꽃이 아니길 소원하였다

 

그리움이 설움으로 전해져

잰걸음으로 다가와

 

수줍은 영혼에 손을 내미는

간절함이 아닐지라도

 

그저 님 그리워

그리워서

 

첫 길목에서 맞이하고픈

수줍은 바램이

 

길 먼지 흠뻑 뒤집어써도

나는 좋아라

 

 

온실안 국화도 담아 소개합니다.

둘러보셔요.^^

 

 

푸른 창 너머로 들어온 햇볕은 흰국화도 푸르게 보이네요.

그대로 담아 올립니다. 푸른기를 빼시고 보셔요. ㅎㅎ

 

 

황국 / 박두진

 

먼 햇살 넋이 엉겨 숭어리져 솟은 얼굴

인연의 그 창 변두리 싀싀로운 해후여

안에 깊이 가라앞힌 하늘 푸른 가을 마음

체념의모래벌이강을따라펼쳐간

강물 푸른 물무늬속 흔들리는 그림자

강물이 저절로듯 저절로인 기약의

다시는 못돌아올 꽃띄움의 흩날림

창아침 햇살가의 서로 해후여.

 

 

 

菊花不開悵然有作(국화불개창연유작) / 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皆較遲(가국금년개교지)

아름다운 국화 금년에는 비교적 늦게 피는구나

一秋淸興謾東籬(일추청흥만동리)

가을의 맑은 정취 동쪽 울타리에서 늦어만 가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서풍이 심하게 불어오니 왜 그리 무정한지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노란 꽃에는 들지도 않고 귀밑머리만 찾는구나.

 

 

對菊有感(대국유감) / 목은 李穡(이색)

 

人情那似物無情(인정나사물무정)

인정이 어찌하여 무정한 물건과 같은지

觸境年來漸不平(촉경년래점불평)

요즘엔 닥치는 일마다 불평이 늘어간다.

 

偶向東籬羞滿面(우향동리수만면)

우연히 동쪽 울 바라보니 부끄럽기만 하네

眞黃花對僞淵明(진황화대위연명)

진짜 국화가 가짜 연명을 마주하고 있으니.

 

 

들국화 / 목필균

 

발끝에는

네가 두고 간 기억들이

그림자 밟기를 하고 있어

너를 보내고

아픔을 먹고 자란 그리움이

찬이슬에 목을 축이며

보라색 꽃잎으로 떠올랐지

아마, 너는 지금쯤

내 눈물을 보고 있을거야

 

 

들국화 - 나태주

 

바람 부는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생각 말자고,

아주 아주 생각 말자고.

갈꽃 핀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잊었노라고,

아주 아주 잊었노라고.

구름이 헤적이는

하늘을 보며

어느 사이

두 눈에 고이는 눈물.

꽃잎에 젖는 이슬.

 

 

菊花嘆(국화탄 / 국화를 보며 탄식하다) / 鄭夢周(정몽주)

 

人雖可與語(인수가여어)

사람은 함께 말할 수 있으나

吾惡其心狂(오오기심광)

미친 그 마음 나는 미워하고

 

花雖不解語(화수불해어)

꽃은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我愛其心芳(아애기심방)

꽃다운 그 마음 나는 사랑한다.

 

平生不飮酒(평생불음주)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지만

爲汝擧一觴(위여거일상)

너를 위해 한 잔 술을 들고

 

平生不啓齒(평생불계치)

평소에 웃지 않지만

爲汝笑一場(위여소일장)

너를 위해 한바탕 웃어보리라.

 

 

菊花(국화) / 何中(하중) 원나라

 

菊花如幽人(국화여유인)

국화는 유인과 같고

梅花如烈士(국화여열사)

매화는 열사와 같다.

 

同居冰雪中(동거빙설중)

모두 빙설 속에서 피어나지만

標格不相似(표격불상사)

품격은 서로 같지 않구나.

 

 

幽人(유인) :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조용한 곳에 숨어 사는 사람)

 

 

국화를 읊다 / 李奎報(이규보)

 

耐霜猶足勝春紅(내상유족승춘홍)

서리를 견디는 자태 외려 봄꽃보다 나은데

閱過三秋不去叢(열과삼추불거총)

삼추를 지나고도 떨기에서 떠날 줄 모르네.

 

獨爾花中剛把節(독이화중강파절)

꽃 중에서 오직 너만이 굳은 절개 지키니

未宜輕折向筵中(미의경절향정중)

함부로 꺾어서 술자리에 보내지 마오.

 

 

菊花(국화) / 申緯(신위)

 

有客同觴固可意 (유객동상고가의)

함께 즐길 이 있으면 말할나워 없고

無人獨酌未爲非 (무인독작미위비)

외로이 홀로 잔 기울여도 나쁘지 않지.

 

壺乾恐被黃花笑 (호건공피황화소)

술병 비었다고 국화가 비웃을까봐

典却圖書又典衣 (전각도서우전의)

책 주고도 모자라 옷까지 저당 잡히네.

 

 

당 신 / 김용택

 

작은 찻잔을 떠돌던

노오란 山菊(산국)향이

아직도 목젖을 간질입니다.

 

마당 끝을 적시던

호수의 잔 물결이 붉게 물들어

그대 마음 가장자리를 살짝 건드렸지요.

 

지금도 식지않은 꽃향이

가슴 언저리에서 맴돕니다.

 

모르겠어요.

온 몸에서 번지는 이 香(향)이

 

山菊(산국) 내음인지

당신 내음인지 ...

 

나, 다 젖습니다.

 

 

거의 다 지고 몇 송이 남지 않은 살살이 꽃(코스모스)를 담다가 벌이 꽃이 앉은 것을 발견.

 

 

날아가기 전에 후딱 담아야지 급하게 담았는데, 성공

꽃 속에 살포시 내려앉은 벌과 함께 담아 왔습니다.^^

 

 

점심을 먹으려 차로 이동

차밭골셰프찬(명인의 한식)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지만,

식당 사진도 음식 사진도 담아오지 못하였다. 아차 내 실수

 

 

식당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우엉조림을 3개나 사서

올케랑 나에게 한 1개씩 주고 올케의 지인도 1개 점심만 사서도 되었을 텐데...

우엉조림까지 사서 주시니 감사하긴 했지만, 왠지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괭이밥 / 꽃말 / 빛나는 마음]

 

집(송암 수목원)에 돌아와 풀숲에 숨어 핀 노란 괭이밥도 담고

 

 

국화는 종류가 너무 많다.

이 꽃도 국화류의 목마가넷 같긴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날개를 활짝 편 나비가 망중한을 즐기고 있기에 몰래 다가가서 한 컷

 

어라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인데...

어디가 아픈가? 한참 후에 봐도 작은 움직임뿐 날아가지 않네요.

 

 

꽃과 나비 / 초아 박태선

 

국화향 가득한 언덕에 올라

두 손을 활짝 펴 본다.

나비 될까

꽃이 될까

 

나비라면 훨훨

임 찾아가고

꽃이라면

향기로 임 부를래

 

[道德庵(도덕산) 전경]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와 구덕리의 경계에 있으며 동쪽은 대구광역시에 걸쳐 있다.

산 중턱에 신라 시대 사찰 道德庵(도덕암)이 있으며,

남서쪽 松林寺(송림사)에 보물 제189호 송림사오층전탑이 있다.

 

도덕산 아래에는 대구은행 연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태양열을 이용한 작은 카페(손님 맞이방)]
[카페(손님 맞이방) 내부 전경]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지요.

눈이 내리는 날 정말 멋질 거란 생각을 말씀 드렸더니,

비가 내리는 날도 너무 좋아요 하신다.

 

평소 커피를 마시긴 해도 즐기진 않는데,

커피가 많은 듯 하였지만,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도 녹아들었나 봅니다.

 

 

국화야 너는 어이 / 이정보

 

국화야 너는 어이 三月東風(삼월동풍) 다 보내고

落木寒天(낙목한천)에 너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傲霜孤節(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 병와가곡집

 

 

가을 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이성선시인의 '가을 편지' 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보고는 끝을 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