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1. 06:56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몇 년 전 처음으로 사회에 첫걸음을 걷기 시작한 울 딸내미
어릴 적부터 밥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아니면, 어릴 적 날 닮았는지...
식사시간만 되면 전쟁이랍니다.
"더 먹어"
"먹기 싫어요"
"한 숟가락만 더 먹고 가라...응"
"엄마 먹기 싫어요. 배 불려요."
그기다 아침엔 일찍 일어나지도 못해요.
한술이라도 더 먹여서 보내려고 언제나 전쟁을 치른답니다.
신천동(동부정류장 근처)에서 북부 갑을 방직 근처(회사)까지
가려면 온 시내를 한 바퀴 돌아가는 시내버스밖엔 없었답니다.
몸도 약하고 먹지도 않고 날 닮아 멀미도 하는 딸아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며, 출근을 시켜줄 때였답니다.
딸아이 회사에 데려다 주고 되돌아오는 길
갈 때와 같은 길로 되돌아오진 않아요.
그 시간이면 외각지에서 들어오는 차들도 신천대로는 엄청 밀리거든요.
출근시킬 땐 신천대로, 돌아올 땐 북부정류장지나 원대 오거리로해서
경대 교로 빠지는 길을 택하곤 했습니다.
원대 오거리 조금 못 미쳐 행단 보도상에서의 일이였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던 차들이 출발을 했는데도 옆 차선 줄은 꼼짝도 않는 거에요.
웬일일까? 무슨 사고라도?? 힐금거리며 운전을 해서 앞차를 따라가며 살폈습니다.
어머나, 이런 일이...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어버렸답니다.
가슴이 감격으로 부풀어 오르더군요.
휠체어 타신 어떤 분이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행단보도를 건너가시다가,
빨간불이 켜졌나 봅니다.
그분은 아직 중간쯤 밖에 못오셨는데....
옆차선의 맨 앞 승용차 아저씨가 그걸 보시고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밀고
얼른 건너편 쪽으로 모셔다 드리곤 다시 와서 출발을 하느라 밀렸나 봅니다.
그 뒤쪽에 정차해 있던 분들은 가까이 보신 분들은 이해를 하셨지만,
뒷쪽에서 보이지 않은 분들은 크략숀을 울리고 야단이 났답니다.
빵빵!! 빵~~빵!! 바!빵!!!
그분이 누굴까? 알고 싶어서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아이고 빨리 가라고 눌려대는 크략숀소리에 등 떠밀려 그냥 왔어요.
흰 차였는데....차 종도 차 번호도 모르고 30~40대쯤 된 젊은 아저씨
그분만 생각함 지금도 내 마음은 뭉게뭉게 감동의 물결이 일어납니다.
내가 맨 앞줄에 있었다면 아마, 난 그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그분이 지나가실 때까지 기다려주기 밖엔 못했을 거에요.
그것도 잘한 것처럼 뻐기고 우쭐해 하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곧잘 우쭐해 하는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알게 모르게 등 뒤에서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아직은 희망이 있지요.
삶이 괴로울 때 힘들 때 서러울 때 가끔은 그분 생각을 해본답니다.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신 따뜻하신 그분을
또다시 기쁨과 따뜻함이 피어오르는 내 맘 활력소가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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