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 05:49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사돈총각 결혼식에 가서 며느리랑 함께 온 손주를 만났다.
반가움에 성큼 달려가지만, 2주일 가까이 떨어져 있던 손자는
벌써 할머닐 잊었는지, 반가워하는 표정이 없다.
두 팔 벌려 오라고 하였더니 그제야 마지못해 와서 안기고
안긴 손자몸에서 미열이 느껴진다.
"얘야 애기 어디 아프니??"
"네 어머님 편도가 부었다고 해요. 열도 많이 나구요. 해열제 먹였어요."
그래서 그렇게 힘이 없어 보였나? 평소보다 쳐져 보인다.
결혼식이 끝나고, 이곳저곳 떨어져 살던 자매들이
큰 언니 집에 모인다고 하기에, 새아기 좀 편하게 놀다 가라고
손자는 내가 대리고 집으로 왔다.
몹씨 무더운 날씨 땀 흘리는 래규가 안쓰러워 에어컨을 켜고,
집으로 출발. 짝꿍 품에 안긴 래규는 스르르 잠이 들고.....
아파트에 도착해서 내릴 때쯤 선잠에서 깬 래규를 안고 올라와서
자리를 펴고 옷을 벗겨주었더니 펴놓은 자리 위에 그냥 쓰러져 눕는다.
옷을 갈아입으며...쳐다본 래규의 눈 가장자리가 붉게 충혈되어있기에...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눈동자 한가득 눈물이 고여있다.
"아가 어디 아프니??"
"...........응..............."
"어디 아퍼??"
"....................................."
"엄마 보고싶니??"
".....예..................."
속삭이듯 중얼거리며 주르룩 넘쳐흐르는 눈물....
"엄마한테 전화 할까??"
"....예........."
평소에 "예"라고 잘 대답하지 않는다.
"예"하고 말하는 게 어려운가 봐요.
늘 "응" 하고 대답하는데, 어쩌다 한 번쯤 "예"하고 대답한 날은
기뻐서 하자는 대로 해주며..칭찬을 아끼지 않았더니.....
엄마가 많이 그립고 보고 싶었나 보다 얼른 "예"하고 대답하는걸 보니,
전화를 걸어 바꾸어주었지만,
"엄마....엄마...엄마..."
엄마만 찾더니, 전화기를 나에게 준다.
새아기가 "할머니 집에서 자고 낼 오느라"하고 말했나 보다.
"할머니 집에서 자고 내일 엄마한테 가자 응"
"시-어!!"
할머니하고 있자고 아무리 달래도 대답은
"시-어!!"
싫어하고 똑똑하게 발음도 못 하면서 시-어! 하고 분명하게 자기의사를 표시한다.
예전엔 엄마보다 할머니인 날 떨어질까 봐 치마꼬리 잡고 따라다녀
엄마를 섭섭하게 하드니, 어느새 엄마 정이 푹 들었나보다.
하긴 아무리 잘해줘도 지 부모 밑에서 커야지.....
"얘야 안 되겠다. 대려다 줄께.."
"어머님 피곤하시잖아요. 미안해서....."
"괜찮아...내가 지금 언니 집으로 데려다 줄께...."
"네 어머님"
옆방에 둔 아기 안전벨트를 끌며....띠띠 타고 가자고 했다.
짝꿍은 집에 있기로 하고 뒷좌석에 안전벨트를 채워
산격동 며느리 친정 언니 집으로 향했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래규가 걱정스러워 빽 밀러로 보았더니,
틀어주는 뽕짝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떡이지만, 몸이 아픈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
후후~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다녀서....
울 손주 래규도 뽕짝을 좋아하지요. 울며느리...왈...ㅎㅎㅎ
"어머님 애기가, 할머니가락을 더 좋아해요."
하고 약간 불만스러워 했지요.
그러나 래균 뽕짝 리듬을 더 좋아하는걸요.
울다가도 음악을 틀면 그치고 온몸을 들석이며 음률을 탄답니다.
조심조심 혹여 멀미라도 할까 봐 천천히 달려서 산격동 집 골목으로
들어서니 저 앞에서 며느리랑 큰아들이 서 있다.
나랑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검은 비닐 봉투에 뭔가 담겨있는걸 건네 준다.
떡이랑 문어 약밥 등등.....가져가서 드시라며 넣어주기에 받아 넣고...
아빠에게 안긴 손자를 보며 할머니 한테 올래~~하고 팔을 벌렸더니,
다시 얼른 내게로 안긴다.
"할머니하고 다시 갈래 할머니 집에....."하고 말하는 순간
"시-어!!" 금방 한가득 차오르는 눈물
얼른 다시 손주를 큰아들에게 맡기고 손주가 빠이빠이
흔들어주는 고사리 손 되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예뻐하고 정성껏 키워줘 봐야 소용없지 뭐
엄마 아빠가 최고지 뭐
하긴 래규야 너 효손이다 효손...ㅋㅋㅋ
좀 서운하지만, 할머닌 몸이 편해질 수 있으니까.좋우치~ㅎㅎㅎ
아파서 일거야 몸이 불편해서 다 싫어서 일꺼야
하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보았다.
'살아지는 이야기 > 초아의 옛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망증 (2) | 2015.09.02 |
---|---|
손자에게 배운 눈물나는 찐한 사랑 (2) | 2015.09.01 |
난 행복한 시어머니인가? (2) | 2015.08.31 |
2탄 며느리가 보내 준 색동 핸드백~^^ (0) | 2015.08.27 |
며느리가 보내 준 색동 핸드백~^^ (0) | 2015.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