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0. 05:44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웹에서 모셔온 전화기 아이콘]
일요일 아침 전화가 왔다.
올케 한태서.....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늘 망설이다가
어쩌다 어렵게 전화를 한 날은 연결이 되지 않아서..
미루다가 기어이 올케가 먼저 걸게 했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마음이 아려온다.
"형님 접니다."
하는 말에 물끼가 묻어있다.
"응...무슨 일??"
한번 덴가슴은 또다시 어떤 일일까?? 가슴이 떨려온다.
"형님한테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요."
"그래 알았어...지금은 아직 아침 전이니까...좀 있다 내가 다시 전화할게."
"네 알았습니다." 끊긴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친정 일이라 그냥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기가 싫다.
좋은 일이면 몰라도.....좋치않은 일에는...
아무리 30년 넘게 살아온 짝꿍이지만,
감추고 싶은 일도 있다. 몰랐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아침을 차려 먹고, 짝꿍은 모임이 있다기에.....
얼른 이렇게 말했다.
"오늘 너무 더우니까, 모셔다 드릴까요?"
"그래 주면 좋지...그럴래?"
속으로 난 꿍심이 있다 짝꿍 태워주고 나서 난 올케한태 가려고...
물론 이야기 하면 못 가라고는 안 하지만, 그냥 알리고 싶지가 않다.
모임에 가면 1시쯤 마치고 점심먹고 온다 하니 지금이 9시30분.
3~4시간 안에 내 볼일 다 보고 시침 뚝 띠고 있고 싶어서...
그러나 또 모른다 난 삼일을 말하지 않고는 못 지나치니까..
그래도 지금은 싫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막내와 딸아인 교회에 가야 하니까 문단속 잘하고 가라고 하고,
난 짝꿍과 함께 모임장소인 TBC 맞은편 두산초등학교 앞에까지 갔다.
바로 앞까지 가서 내려주려 해도 싫다 하넹!!
그곳에서는 금방이라서 큰 도로변에서 짝꿍은 내렸다.
돌아오는 길...대구은행 본점에 들려 낼 새벽에 서울 올라갈
막내 용돈과 우선 일주일 생활비 또 한 달 방세를 주어서 보내야 하기에...
돈을 찾고는 올케한태 전화를 했다.
"난대...지금 그쪽으로 갈 태니까 집 밖에 나와 있어요."
"형님 집에서 이야기해도 됩니다."
"아무튼, 그리 갈 태니 내려와 있어요."
"네 알았습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네 그렇게 할게요."
뭘까?? 무슨 일일까??
울렁대오는 가슴을 누르고 난 나대로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마음고생한 올캐 드라이브나 시켜주고 그리고 점심을 사 주어야지 하고..
어느덧 올케 집 아파트앞...주차해 놓은 차들만 보인다.
조금 기다리니까 내려왔다.
"집에 누구 있어?"
"아이들이 있지만, 들어가서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 아이들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라면
함께 나가서 점심이라도 할까 하고 그래..."
"아닙니다. 아이들 들어도 되지만, 아직 자요. 괜찮아요."
"그럼 우리 둘이 팔공산으로 한 바퀴 돌면서 차안에서 얘기 해"
"집에서 이야기해도 되는데요..."
"아니, 내가 그냥 한 바퀴 바람 쐬주고 싶어서 그래.."
이렇게 해서 우린 팔공산으로 향하였다.
차안에서 울먹이며 하는 말... 가슴이 미어져 오는 것 같아서...
눈앞에 뿌옇게 흐려져 온다.
옆 차선으로 옮겨 천천히 몰았다.
마음에 맺힌 말과 또 어떻게 해야 좋은지....물어보지만,
난 들 법에 대해서 아는 게 없고....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막막하다.
말하다 설움에 받쳐서 울먹이는 올케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가만히 올케의 손을 잡았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한 번도 행복하게 살아보지 못하고....늘 고생만 했던
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울 올케.....
막막한 가슴 툭 티일까 하고 달리고 달려서 한티재 휴게실까지
휴게실에 내려 커피 한잔시켜 식탁에 앉아 얘기 해 봤지만,
답답한 가슴은 풀리지가 않는다.
12시가 다 되어가기에 마음이 조급해져 되돌아 내려오다가
파계사 큰길 도로 옆에 있는 대나무 밥 식당에 들려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리곤 짝꿍이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가기에....서둘려 내려오면서
"우리 서로 힘든 일 나누어 의논해 가며 살자..."
라고 말했지만, 정말 올케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난 얼마나 올케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
힘없는 나 자신이 속이 상한다.
올케가 사는 아파트 앞까지 데려다 주고 집으로 되돌아 오면서..
가버린 동생 생각에...또다시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신호를 기다리며 함께 서 있던 옆 차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산다는 게 너무 힘들다.
2001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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