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2015. 8. 8. 05:57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지난 주 전 짝꿍이 지나가는 말투로...

"산소에 벌초하려 안 갈래?"
하고 묻기에, 아주 잠깐 헷갈렸다. 어디로? 시댁?
그 먼 강원도까지....

 

"안가고 싶어 장모님 산소에...?"
오잉~~이기 몬 소리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가고 싶어도 마음만 가득했지.........
다른 곳에 놀려는 잘 가도 산소에 가자는 소리를 못해봤다.


친정과 시댁은 이렇게 틀릴까?
그리 오래 살아도 내내 친정 틀리구 시댁 틀린다.
우리 세댄 거의가 이렇게 살아왔다.

 

요즘 세댄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난 결혼할 딸아이 한태...
늘 시댁이 먼저라고 가르키고 있다.
난 역쉬 구세대라서 일까?
그러나 난 지금도 딸아이가 그렇게 살아 가주길 기대한다.


"네 가고 싶어요. 언제 갈려구요?"
"다음 주쯤 갔으면 싶은데......언제가 좋을까?"
"다음 주쯤..........그러면 화요일 날 가면 되는데...어때요??"
"그럼 그렇게 하자."

 

이렇게 약속을 하긴 했지만, 또 모른다
몸이 아프거나 비가 오거나 아님 마음이 변해도 못 가지요.
어머님 돌아가셔도 산에도 못 따라간 불효여식............
둘째 딸아이 낳고 이내 돌아가신 엄마...
깜빡 정신을 잃은 날 두고 다 떠난 후 깨어난 난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도 배웅하지 못하였다.


그때 얼마나 달려가고 싶었던 길이었던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울 엄마....


 간난아기 딸렸구...그땐 작은 자가용도 없었다.
버스길도 험하고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하는 길...
혼자선 길도 몰라 가 볼 수도 시간의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가슴속에만 감추어둔 엄마의 무덤...
어머니 돌아가신 후 30여년이 흘렸지만,
겨우 서너 번밖에(그것도 추석명절에 친정에서 성묘 갈 때...)
가끔씩 따라갔지만, 짝꿍눈치 보여서 편하지만은 않았다.

 

함께 가면 좋을탠데....그냥 집에 있겠다는 짝꿍....
하기야 속사정 다 밝힐 수 없지만,
짝꿍의 마음을 헤아리긴 했어도 몹씨도 서운하고 속상했다.
그런 세월이 흐른 후 이젠 그냥 가슴속 깊이
숨겨둔 엄마가 묻혀있는 산소 잊고 살았습니다.


미안하고, 또 가지도 못하면서 서로 마음만 상할까봐.........
그런데...왠일로 요즘 들어 부쩍(친정 남동생일로 속으로만 삼키는 날
불쌍해 보였는지...) 마음을 다해 헤야려주려 한다.

 

그래도 성묘는 생각도 못하고 지냈는데....
그렇게 말은 했지만, 가야 가는 거지하고 그냥 지냈다.
문득 어제 저녁때 저녁을 먹으며....

 

"낼 이제.. 산소에 간다고 한 날이 갈래, 안 갈래."
"아니, 가야죠. 갈꺼에요."
"낫을 준비해야 하는데.....어디서 빌리지...."
"철물점에 가면 있어요. 저 밑에 철물점에 가서 사 올께요."

 

난 저녁도 먹지 않고 얼른 일어났다.
벌초하려 가자는 한마디 말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던걸요.
혹 낫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할까봐 겁이 나서...ㅎㅎㅎ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철물점은 없고 그 자리엔 옷 가계가 들어서 있다.
어쩌나!! 어디 가서 구하지.....
마침 나오신 맞은편 페인트가계 주인에게 여쭈어 보았다.

 

"여기 철물점 있었던 거 혹시 모르세요??"
"철물점 이사간지가 언젠 대요. 이제 와서 찾아요?"
"낫을 사려 왔는데..혹 어디가면 살수 있는지 아세요??"
"아~낫을 살려구요. 저 밑에서 우측골목으로 죽 나가면 삼거리가 나와요.

그기서 왼쪽으로 돌면 이내 철물점이 보여요. 그곳으로 이사갔어요. 가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저쪽 골목길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난 또 철물점을 찾아갔다.
아저씨가 가르켜 준대로 그곳엔 철물점이 있었다.
좋은 건 6000원 조금 못한 건 5000원이라고 해서....
좋은 낫으로 샀다. 그리곤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샀어??"
"네 샀어요. 자 여기..."

 

이렇게 챙겨두고,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 웹상의 친구들 만나려
대화방에 들려서 짝꿍 눈치 봐가며 조심조심 쳇을 했지요.
음악도 끄고....조용히 혹 모라구 할까봐...시끄럽다고 할까봐.....
그러나 얼마 안가 난 용기(?)를 냈다
에고 난 몰려~~~커놓고 할래..
죽을 때 죽드라도 .....ㅋㅋㅋㅋ


"이건 뭔 소리??"
"제가 음악 켰어요. 음악 들으며 친구랑 대화 할려구요...."

 

대화하고 있는 중 두어번 왔다 갔다...울짝꿍...ㅎㅎㅎ
혹 내가 요즘 신문과 티비에 대문짝 만하게 나오는
문제의 주인공이 될까봐 겁이나나봐요...ㅎㅎㅎ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내일 갈 벌초 혹 안 간다고 할까봐...
오늘은 여기서 그만 헤어지기로 했다.


헤어지기 싫어라 이별은 정녕 싫어라 함시롱....히히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자리에 들었다. 낼을 위하여~~~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