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덤포엠(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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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도 12
나의 기도 12 / 초아 박태선 기쁨과 즐거움 속에선 당신을 잊었습니다. 평화와 풍요로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을 잊었습니다. 아쉬울 때만, 급할 때만 당신을 애타게 부르며 찾곤 했습니다. 내 이기심이 오늘은 많이 부끄럽습니다. 잠시의 기쁨과 즐거움 희망이 있을 땐 당신을 외면하다가 절망과 막다른 골목 오갈 때 없이 막막할 땐 언제나 당신께 매달리곤 했습니다. 헛된 약속을 수도 없이하면서 그 순간만은 진실 되게 매달렸습니다. 잔잔한 일상으로 되돌아오면 욕심이 채워지면 다시 당신을 외면했습니다. 세상재미에 빠져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였습니다. 또다시 많은 세월을 흘려보냈습니다. 당신께서 오셔서 마음의 빗장을 여시고 저를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주시옵고 당신을 믿고 따르게 하옵소서 [월간, 모덤포엠, 20..
2016.03.12 -
겉과 속
겉과 속 / 초아 박태선 언제나 겉모습 보이는 겉모습만 보고 우린 판단한다. 좋고 싫음을 눈앞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픔과 상처를 입은 이가 진정으로 위로받고 싶어할 땐 우린 어쩌면 귀찮아하며 외면해 버린다. 착한 척 선한 척 온갖 위선은 다 떨다가도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의 절박한 소리엔 그냥 지나친다. 행여 나에게 불똥이 뛸가 봐 행여 나에게 불이익이 될까 봐 지켜야 할 명예도 겉치레도 체면도 크게 없으면서도 우린 그렇게 가식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삶 따뜻한 세 끼의 밥과 아늑한 내 가정만을 위해 우린 어쩌면 그들의 불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행한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짓밟아놓고는 어쩌면 우린 도움을 주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거나 아닌지 겉과..
2016.03.11 -
古宅(고택)
古宅(고택) / 초아 박태선 무심코 흐른 세월 영화롭던 그 시절 스쳐 보내고 가꾸고 아껴주던 고운 임 다 떠난 자리 잡초만이 제 세상인 양 뜰 가득 이끼 낀 지붕 위까지 비집고 돋아나 있다. 지나가버린 영화 묵정밭에 쌓이고 허물어져 내리는 돌담 사이로 바람이 불면 바람 탓 비가 내리면 비 탓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수 천년의 세월 지켜온 사연 슬픈 사연이라도 좋아요. 화려했던 옛날 이야기라도 좋아요. 묵정밭에 묵혀둔 사연 품고만 있지 말고 오늘은 어디 한번 털어놓아 보세요. [월간,모던포엠,200년,9월호,통권 24호,발표작,고택]
2016.03.10 -
네 잎 크로버
네 잎 클러버 / 초아 박태선 빈 들판 오랜 세월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비, 바람 무수한 별빛 가슴속에 꼭꼭 채워 슬픔은 바람으로 기쁨은 안으로 가득 채운 행운 건듯 부는 바람으로 향긋한 풀 향기로 전해주는 말 행운을 드립니다. 얼마나 놀라운 말인가 얼마나 황홀한 고백인가 풀숲에 숨은 너를 찾아 하루를 허비해도 행복하여라 [월간,모덤포엠,2005년,9월호,통권 24호,발표작]
2016.03.09 -
땅끝에 서서
땅끝에 서서 / 초아 박태선 부르지 않아도 부른 듯이 달려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땅끝에 서서 숨겨둔 말 토해내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하였습니다. 허리엔 주렁주렁 링거를 꽂고 애타는 마음 안으로 안으로 곪아 말없이 서 있는 老松 행여 그 마음 다칠까? 숨조차 죽였습니다. [월간 모던포엠 2005년 9월호 통권24호 발표작]
2016.03.08 -
징검다리
당신도 / 초아 박태선 당신도 나를 그리워할까요? 보고파 할까요? 이리도 보고픈 당신 강물 되어 흘러갑니다. 징검다리 놓아봅니다. 당신께로 가는 징검다리 하나를 놓고는 더는 이어 놓지 못한 징검다리 [월간 모던포엠,통권 14호,2004,11월호]
201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