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宅(고택)
2016. 3. 10. 06:12ㆍ발표한 詩/나의 노래
古宅(고택) / 초아 박태선
무심코 흐른 세월
영화롭던 그 시절 스쳐 보내고
가꾸고 아껴주던 고운 임 다 떠난 자리
잡초만이 제 세상인 양
뜰 가득 이끼 낀 지붕 위까지
비집고 돋아나 있다.
지나가버린 영화
묵정밭에 쌓이고
허물어져 내리는 돌담 사이로
바람이 불면 바람 탓
비가 내리면 비 탓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수 천년의 세월 지켜온 사연
슬픈 사연이라도 좋아요.
화려했던 옛날 이야기라도 좋아요.
묵정밭에 묵혀둔 사연
품고만 있지 말고
오늘은 어디 한번
털어놓아 보세요.
[월간,모던포엠,200년,9월호,통권 24호,발표작,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