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나의 노래(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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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 초아 박태선 1) 당신을 알기 훨씬 전부터 당신은 나를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불렀지만, 나 스스로 다가간 줄 알았습니다. 2) 때로는 운명도 거역하고 뒤돌아서기도 하였지만 참고 견디며 돌아오길 기다려 주셨습니다. 3) 당신은 사랑입니다. 당신은 겸손입니다. 당신을 닮기를 소원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고향이었습니다. 4) 그대만이 내 기쁨이며 그대만이 내 행복인 것을 영원히 함께할 운명인 것을 죽어서도 함께할 삶인 것을 알았습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5.31 -
노송
노송 / 초아 박태선 천근의 삶 가지 끝에 걸어놓고 옹이로 맺혀진 앙가슴. 뻥 뚫린 속살 찬바람 온몸으로 버티어본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한 뼘의 자리에서 다시 또 봄을 맞고 겨울을 맞으며 자연의 교향곡 따라 팔을 벌려 춤사위로 한을 풀어본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5.28 -
엄마와 어머니
엄마와 어머니 / 초아 박태선 엄마는 동그라미 어머니는 네모 할매는 동그라미 할머니는 네모 할매와 엄마 할머니와 어머니 가까울 땐 엄마 거리가 느껴지면 어머니 같으면서 다른 이름 네겐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5.27 -
평화
평화 / 초아 박태선 내 탓이야 내 탓이야 어리석은 내 탓이야 손가락질 하나에 핏대 올린 악다구니에 흘겨보는 눈길에 이런 날은 헝클어진 실 뭉치처럼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저 사방이 적인 듯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지나갈 뿐이다. 유리알이 금이 갈 정도로 하늘은 저리도 맑고 맑은데 턱없는 오물을 뒤집어쓴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야 한다. 그저 참을 수밖에 참을 '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지요. 속이 부글부글 끓는 날 일단은 자야겠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다시 뜰 태니까 그래 잘했어 나 참 잘했어 스스로 격려해 본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26 -
유월이 되면
유월이 되면 / 초아 박태선 유월의 푸른 하늘 우러르면 그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분연히 일어나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의 모습이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고 조국의 광복만을 위하였던 선열님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수많은 선열의 피가 냇물처럼 흘렀다. 그분들의 피로 이룩한 이 땅 위에 살면서 많은 날을 잊고 살았습니다. 하늘에서 이 땅을 내려다보며 통탄하실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눈을 감고 떠올려봅니다. 그때의 그 함성을 그들의 모습을 잊고 잊으며 살아가는 삶이라지만 그래도 잊으면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으로 오롯이 안고 가야 할 그날 선열님들의 희생을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25 -
벼랑 끝에 서서
벼랑 끝에 서서 / 초아 박태선 누군가에게 떠밀려 벼랑 끝에 서서 누군가를 원망하며 미워질 때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살아오며 난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몬 적이 없었던가 피해자라 생각한 나 자신이 가해자이진 않았을까 용서를 받아야 할 내가 오히려 자비를 베풀었다 자만하지 않았을까 상처받지 않으려 조심하고 삼간 몸짓이 오히려 흉기가 되어 상처를 주지나 않았는지 얼마를 더 살아야 이 모든 것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더는 물러설 때가 없는 벼랑 끝에 서서 형체도 없는 마음속 전쟁 할퀴고 뜯기고 피 흘리며 또 하루를 보낸다.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