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9. 04:12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흐린 하늘을 쳐다보며 걱정이된다.
오늘 모임이 있는날인데....비라도 뿌린다면...
올것도 같고 안 올것도 같은 날씨가 문제다.
우산을 들고가야하나 두고가야하나.....
이런날은 들고나갔다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백발백중 우산은 잊어버리고 오기에...
들락날락 베란다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는 나를 보더니,
"오늘 모임있제 어디서하노 시내에서 하면 나도 그기서 내려줘..."
옆지기가 혼자 집에 있기 싫었나보다.
시내에서 하면 그곳에 내려달라고 그러면 서점에 들려 책이나 보고
그러다 집에 혼자 가겠다고... 그러라고 했다.
하긴 걱정이다 이런날씬 옆지기의 고질병인 통풍이 기승을 부리는날이라서...
준비를해서 함께 집을 나섰다.
우선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서 동아백화점에 주차를 시키고 짝꿍과 백화점안으로 들어갔다.
일층 들어가자 마자 옆으로 죽 늘어선 구두매장.... 안 그래도 발이 아프다며...
큰아들 결혼식때 산 구두는 발이 불편하고 아프다며 신지않고 그냥두고, 늘 신기에 만만한 구두만 신어서 낡았다.
구두를 새로 사야지 사드려야지 했던 게 문득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마침 시간이 넉넉하기에....
"구두 함 볼까요?"
"그럴까 그럼"
금강매장에 들렸지만, 예전에 우리가 산 편한 신발인 황토신발인가 뭔가는 없다.
랜드로바로 가라고 한다. 같은 금강계열이라서 가라고 하는 건가??
아무튼 랜드로바에서 신기에 편하고 가벼운 구두를 한 켤레 샀다.
짝꿍이 미안해한다.
왜 예전처럼 당당하게 구두를 사 신지 못하고 미안해할까?
내가 너무 구두쇠처럼 굴었나??
하기야 예전에도 늘 자기물건을 사오면 미안해하곤 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였는데......
나이 들고 퇴직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괜히 자꾸만 줄어드는 짝꿍이 속이 상한다.
혹, 눈치 볼까봐 신경을 더 써드리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자꾸만 자신감이 줄어드나보다.
젊은 시절 힘껏 가족을 위해 일했으면........
지금은 당당히 쉬어도 좋으련만.......
자꾸만 드세지는 세상아내들의 위세에 주눅이 드나보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요. 괜찮아요. 당신이 벌어놓은 돈이잖아요."
혹, 내 눈치를 살필까봐 난 오히려 큰소리로 짝꿍의 기를 살려주고 싶다.
그러지 마세요. 당신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절 서럽게 한답니다.
아들, 딸 하나둘 짝 맞추어 떠나가고....
빈 둥지에 당신과 나 단둘만 남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위해주며 살아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 하고
늘 말하곤 하지만, 내가 당당해 지는 반면에 옆지긴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숨어버리고
난 밖으로 나돈다.
떠돌고 싶어서가 아니라....
난 예전처럼 그렇게 지내지만, 짝꿍은 예전에 밖에서 보내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하고 난 그대로인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고 이때껏 해오든 일들을 줄인다고 줄여도....
자꾸만 밖으로 만 도는 것 같고.
괜찮다고 나가라고 하지만, 마음한구석 찜찜하다.
그리고 나또한 짝꿍한태 미안하다.
내내 밖으로만 나 다니는 것 같아서... 줄일 수 있는 대로 다 줄이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두 배보다 더 많아졌건만.
난 나대로 짝꿍은 짝꿍대로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내가 더 조심해야 한다.
젊은 시절엔 무섭고 두려워서...
이젠 기 죽은 짝꿍이 안 되보여서........
그렇게 저렇게 늘 내쪽에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게 편하다.
[계간 웹북 2005년 9월 제5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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