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과 함께 동행할래요.

2015. 7. 28. 04:53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어젯밤 꿈속에서 어머니 당신을 만났습니다.
말없이 빙그레 웃으시며 절 바라보셨지요.
반가운 마음에 당신 곁으로 달려갔지만, 아무리 달려도 그 자리

 

엄∼∼마!!
불렸지만 목이 메여 소리도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 어찌할 줄 몰라 하다
꿈속에서 깨어 나서 허전한 마음에 둘레둘레

둘려보았지만, 당신은 어디에도 안 계시네요.

 

이렇게 당신이 그리운 날은 어쩌지못하고 서성댑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건만, 아직도 당신을 품고 있지요.

끊어질 듯 질긴 인연의 줄을 움켜쥐고 놓을 줄을 모른답니다.

 

얼마 전 이젠 당신을 잊어야지 놓아드려야지

해놓고는 아쉬움에 뒤돌아서 울어버렸어요.

그러나 당신은 어느틈에 되돌아와

당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받기만 하고 되돌려 드릴수없는

현실의 사랑에 맘이 저려서, 철없던 어린 시절

너무나 당신을 아프게 했던 게 이렇게 맺혀서 풀리지가 않습니다.

 

셋이나 떠나보낸 놀란 어미 가슴

행여나 놓칠세라 애지중지하셨다고 하셨지요.

이름있는 큰 병은 앓진 않았지만, 눈앞이 흐려지며

쓰러지길 잘하는 병약한 어린 딸을 보며 당신은 또 얼마나 가슴 조였을까요.


이번엔 꼭 붙들고 놓치기 싫어서

잃을까 두려워 셋이나 떠나보낸 자식을 가슴에 묻고,

당신은 나에게 온갖 정성 다 바쳤지요.

철없는 어린 딸은 당신 속도 모르고

쓴 한약 먹기 싫어 창 너머로 몰래 버리기도 했답니다.
기가 막힌 당신은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눈물만 흘리셨지요.

지금은 그게 다 가시 되어 제 가슴에 박혀 뽑을 수가 없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렇게 하나보다 하였답니다.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이니까 당연한 줄 알았지요. 

애물단지 딸내미가 시집가서 둘째딸

낳은 지 28일 만에 당신은 영영 떠나가셨지요.

 

목이 메여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너무나 기가 막혀

혼절을 해, 마지막 가는 길도 참석하지 못한 불초 자식은

속으로 속으로만 울음을 삼켰답니다.

 

눈을 떠보니 벌써 당신은 떠난후 였어요.
어린 딸이 배고파 울어도 젖 물릴 줄 모르고 넋 놓고 있었지요.

 

지금도 어디서 어머님의 은혜가 흘려나오면,
못다한 인연에 펑펑 울고 있는 또 하나의 나를 바라본답니다.

 

그립고 그리워서 못 견딜때는 길가는 이들이

당신으로 보여 깜작깜작 놀라면서 한참을 따라가기도 한답니다.


그러다 문득 제정신이 들면 온몸을 휘감는 서러움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다 오곤 했어요.

 

당신이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할 때면, 언제나 하시는 말씀은

"시집가서 더도 덜도 말고 꼭 너 같은 딸 낳아 내 속 한번 알아 바라"

하셨지요.

얼마나 애타고 속상했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어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딸이 못 미더워,

너 어떻게 애둘 키우며 살래. 넷이나 되는 동생들 걱정보다

몸 약한 맏딸걱정에 눈도 감지 못하셨지요.

 

그런 당신은 돌아가셔서도 못 잊어 꿈속으로 절 찾아와서

"너 혼자 어떻게 둘을 키우나 둘 중에 하나는 엄마가 키워서 줄게"

그러면서 꿈마다 나타났어요.
돌아가신 분을 따라가면은 죽는다기에...

 

"엄마 나 다 키울 수 있어!"

주지않으려고 도망 다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후에야 꿈에서 깨곤 하였답니다.

 

무서움이 그리움을 몰아내면서, 서서히 가끔가끔 잊기도 했어요.

그러나 또다시 당신 생각은 그리움의 파도 되어 밀려옵니다.
휘저어 놓은 내 마음을 잠재우려면 며칠은 방황을 해야겠네요.

 

어쩌지 못하는 내 삶의 몫이라면

이제는 순응하며 받아들이겠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당신과 하나 되어 동행하렵니다. 

 


강과 백지의 세월 2004년 제3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