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도 마냥 편하지 만은 않아요.

2015. 7. 28. 04:55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친구야 맞아!!!
사랑하고, 이해하고, 감싸주고,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내 속의 또 하나의 난 이런 나랑 처절한 투쟁을 하는지도 몰라.
언제나 천사표 누구에게나 잘한다는 거 참 힘든 노동이란다.


진정한 천사표도 못되면서, 흉내만 내려니 더 힘든 거지.

이런 나 자신이 미울 때가 많아 속상하거나,
힘들면 힘들다 하고, 또 아플 땐 엄살도 부리고 그럴 거야.
그래야, 나도 아프거나 속상할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알지.

 

근래에 많이 아팠어 감기몸살과 이 치료가 겹쳐서 무척 힘든 하루하루였단다.

며늘아기가 발가락(발톱이 파고들어가는 병)수술과 아기 젖 떼느라,
낯선 타향에서 아기 맡길 때도 잠시 봐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힘들어서 내려오려고 전화로 묻더구나.

 

"얘야 요즘 나도 몹시 아파, 그리고 식구 모두 감긴데."
"어머님 저도 감기 걸렸고요. 래규도 감기 늘 달고 다녀요."

이렇게 말하더라, 어쩌겠니?? 난 부모잖아. 그래서 허락했지.

 

지난 목요일에 내려왔어
두 달이나 되어가는 치과치료 아직도 받고 있는데 아마 오늘쯤 마지막 치료가 되지 싶다.

 

겨우 가닥이 잡혀가는 감기가 다시 덧났어.
며늘아긴, 나도 아픈데. 자기만 아픈 것도 아닌데.
자기 몸 아픈 것만 생각해서 마냥 편하게 자기만 위해달라고 하고
겉으로 표나게 째지거나 부러진 게 아니니까,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퉁퉁 불은 젖, 또 빨갛게 부푼 엄지발가락, 눈으로 보이는 거니까.


보이지 않는 염통 곯는 줄 모른다는 옛말 그런 게 없더라.

아기는 온통 나한테 다 맡기고, 봐줄 생각도 안 해 아파서 쉬려 내려왔으며,
젖을 떼려고 하니 데리고 있으면 안 되잖아 밤에도 우리가 대리고 잤지.
낮에도 봐줘야 하고, 밤까지. 애고~~난 아이 봐주고 밥 못 얻어먹겠더라.

 

누군가 그러데.
손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욱 반갑데.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엉성스럽다나 모라나.
어쨌든 예쁘고 귀여워서 책임지고 다 봐주려니 힘들고 그래
아침이 되어도 아예 일어날 생각도 안 해 물론 아파서 일어나기
힘도 들겠지만 부엌으로 와서

 

"어머님 저 좀 도울까요??"하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예쁠까.
그럼 하지 않아도 돼 해줄 텐데. 쉬라 할 텐데.
한마디 말로 천량 빚도 값 는다는 옛말도 있잖아

그러나 어떤 날은 혼자 부엌에서 그릇들을 씻고 깨끗이 닦아서 물기를 빼서
가지런히 챙겨주기도 하고, 이곳저곳 치우기도 하고 그랬어.
후후~~그래서 이 뼜다 미웠다 했지.....모.

 

일주일 하고 하루 더 있다가 어제 금요일. 데려다 주고 왔지.
울 아들이 일주일이나 더 있었으면서, 더 있다 오려고 한다고.
오지 않는다고 담에는 대구 안 보내준다고 그랬나 봐
오늘 가려고 하는 걸 토요일은 교통이 복잡할 것 같아서 어제 데려다 주고 왔지.

 

나이 탓일까? 몸이 아파서일까? 아침 일찍 출발해서 운전해 가는 길
비는 시야가 잘 안보일 정도로 쏟아져 내리고 힘이 들더라.
그러나 점점 날씨가 개어서 좋았지만, 무리를 했는지, 목이 잠기기 시작하고
으슬으슬 추워지려고 해

 

"어머님 목소리가 이상해요."
"응 감기가 다시 시작하려나 봐, 침을 넘기려면 목젖도 아프네."
"많이 아파?? 어떻게??"

걱정스럽게 짝꿍이랑 며느리가 물어보데.
옆 자석의 짝꿍은 속이 상한가 봐.

한 다리 건너 천 리라잖아, 마누라가 걱정도 되고, 안쓰럽기도 했나 봐.
울 며느리 늘 하는 말이 있어.

 

"아버님은 언제나 어머님 밖에 없다고."
드디어 안양에 들어서서 이젠 다 왔구나 하고 안심하려는데.

 

"어머님 호계사거리에서 좌회전 하시지 말고, 직진해주세요."
"왜?? 좌회전해야 너희 집 안가고??"
"저 직진해서 한 10분 정도 가면 제가 다니는 병원이 있어요. 약 좀 타가려고요."

 

대구에서 이곳까지 힘들게 왔는데.
옆좌석 짝꿍 눈치를 얼른 보며. "그러자 그럼" 했지.
안돼, 하고 몬 카겠드라. 짝꿍은 아무 말 안고 있지만,
심사가 뒤틀린 것 같았어. 10분이 뭐니, 한참을 직전, 그리고 우회전,
또 턴 병원 뒤쪽에 주차장이 있다지만, 초행길 찾을 수가 없어서.

[주정차 금지구역] 붉은 팻말이 붙은 바로 앞에다 잠시 주차했지.

 

우린 차 안에 비상깜빡일 켜놓고 아기랑 있고, 며느린 병원으로 갔단다.
접수하고 진찰하고 처방전 받아서 약국에서 약을 타려면, 아무리 빨리한다고 해도 그렇지.
아기는 서 있는 차 속에서 보채고, 짝꿍 심사는 터지기 일보직전.
지나가는 차들은 빵빵 크략숀을 울리지...아이고..

시부모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것 같아서

 

하긴 며느리 마음도 이해가 가긴 해...아이 둘 대리고 다시 이곳까지 오려면
왔다갔다 얼마나 피곤하겠어 그러니 어머님 생각은 잠시 잊었을꺼야
그래서 그랬을거라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자꾸만 몸은 가라앉으려 하지. 신경은 쓰이지.

 

이 눈치 저 눈치 나 힘들어 며늘아기가 야속하고 밉더라.

지나다니는 버스랑 택시운전기사들이 모라고 막 손가락질하지.
땅속으로 푹 숨어들고 싶었단다.
애고~~어쩌노?? 울 짝꿍 드디어 참다 한마디 하더라.
그래도 많이 참더니, 큰소린 아니지만 무게가 실린 목소리로.

 

"나 이런 거 싫다고 했잖아!! 그냥 집에 가지."
"무슨 약, 왜? 병원에는??"
"젖몸살 약이 떨어졌데요. 할 수 없잖아요. 그거 많이 아파요."
"지 혼자 갈 수 없나?? 시어머니가 운전해서 멀리 왔는데, 피곤하잖아. 혼자 가지!!!"

 

속상해 하는 짝꿍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없어서,
이렇게 거짓말도 했어 사실은 위장이 나빠서 약을 타서 먹거든.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을 수는 없잖아. 젖 때문에 그렇다고 거짓말했지 뭐

혹시나 짝꿍이 모라고 할까 봐, 아픈 거야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여기저기 내내 아프다고만 하는 며느리 예쁘게 봐주긴 힘들잖아.

그러니 자꾸 숨기게 될 수밖에는.

 

며느리도 자식이니까, 숨겨주고 보듬게 되더라.

그런 내 맘 안 알아줘도 좋지만,
내가 아프다고 함 좀 배려라도 해줬으면 하는 거지 모
그렇다고 울 며느리 마음이 나쁘거나 못 땐 건 아니야 그냥 아직 나이도 없고,
막내고 해서 철이 덜 나서일 거야

 

한 일주일 함께 지내면서 서운하고 속상하고 그랬어 가끔은 행복하기도 했어.
기다리고 있는 아들과 상봉도 하고,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짬뽕시켜서 먹고

 

"어머님 금방 가시면 힘들잖아요. 좀 쉬었다 가세요."
좀 더 있다 가라고 붙들었지만,

 

"얘야, 쉬었다 가면 더 힘들어 가다가 밤이 되면 어머니 운전하기 어렵잖아"

있을수록 더 고되다는 걸 며늘아긴 알까? 모를까??
힘들어 하는 거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아예 출발하는 게
났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찍 출발해서 가다가 쉬고 쉬다가 가자."하고 짝꿍이 말을 한다.

그러자고 하고 출발.
으슬으슬 춥고 편도선이 부었는지 뜨끔거리고 아프다.
참으려고 하니, 더 나오는 기침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꾸만 내 눈치 살피는 짝꿍.
오히려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데. 안 아픈 척 괜찮은 척 명랑하게 말도 하고 그랬어.
그래도 되돌아 오는 길은 홀가분한 게 좋았지.

 

 

 

 

오다가 쉬고, 쉬다가 가고, 이렇게 조심스럽게 운전해서 내려왔단다.
집에 도착해서 얼른 씻고 생강차에 꿀 넣어서 진하게 따끈하게 타서 짝꿍이랑 둘이 나누어 먹고

그냥 푹 잤더니, 오늘 아침엔 거뜬하지는 않지만 많이 좋아졌어. 그러니까, 또 컴퓨터 앞에 앉았지 뭐니

 

난 이래 친구의 메일에 장문의 답장을 써 보았단다.
너에게 보내고 또 이렇게 게시판에 올렸지.

괜찮겠지. 요즘 새댁들 시집이 싫어서 '시'자가 들어간 시금치도 먹지 않는다고 하데.

 

시어머니도 이렇게 노력하고 힘들고 애쓴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올렸단다.

이해해 줘.....그럼 늘 건강조심하고 행복기를........

 

 

 


계간 웹북 2006년 봄호 제7집(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