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5. 05:34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아무래도 마음에서부터 시작부터가 다른가 보다.
아무리 잘해줘도 시어머닌 역시 시어머니.
오만소리 다하고 막 대해도 친정어머닌 역시 친정어머니.
수십 년 함께 한 세월이 어딘데,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
몸이 약한 며느리가 안 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선은 어린 손자 걱정이 먼저 앞장을 선다.
사돈총각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손자랑 며느리
손자가 밤새 열나고 아팠다는 며느리 말에 난 어린 손자가 안쓰러워
야윈 손자를 맘 아프게 쳐다보고 아파했지만
밤새 고생했을 며느리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였다.
마침 만난 안사돈 하시는 말씀.
"얘가 안 그래도 몸도 약한 애가 쟈 까지 애를 먹여 우쨋는가 몰러요...."
외 손주 걱정보다는 딸아이 걱정이 먼저 앞서든 안사돈
주름진 얼굴 위로 수심이 가득하던 안사돈을 보면서, 문득 부끄러웠다.
그래 바로 이게 다른 거야
속에서 우러나는 정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함께하는 세월이 쌓이다 보면
그땐 아마도 친정어머니처럼 비슷해 질 수가 있을까?
결혼한 딸아이 시어머님이 아이 문제로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나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해도 받아들이는 건 그렇지 않나보다.
아직 결혼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야속한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아마 내가 친정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늦게 결혼한 나이 찬 아들의 후손 걱정이 어찌
앞서지 않겠습니까 만, 머리론 이해가 가는데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왤까 그래도 그 맘 접고 딸아이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지 뭐, 니 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니?"
"편하게 생각해, 시어머님이 손자가 보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야. 알았지."
"나라도 그카겠다."
이렇게 저렇게 딸아이 마음을 다독이는 건,
안사돈 생각보다는 내 딸아이 생각을 해서 딸아이의 섭섭한 마음에
괜히 서운함을 덧붙일까 겁나서 다독이곤 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울었어요."
"울긴 왜 울어 난 한 개도 안 보고 싶더라 뭐."
울먹이며 하는 딸아이 말이 떠나지 않고 귓전을 머무는 건
친정엄마이기 때문일까?
2004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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