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 06:29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지난 12월 초 딸아이의 시어머님(안사돈)이
돌아가셔서 그나마 안사돈이 계실 때 들리시던 친척분들도
올해는 제 각자의 일들에 매여 오시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결혼 후
처음으로 설날이 되었다고, 까치설날 아침 일찍 친정으로 내려온다는
연락을 딸아이로부터 받았다.
구미 사는 큰 며느리(근무) 큰아들(당직)
까치설날도 근무해야 한다며, 끝나고 곧장 오겠다고 한다.
내려오지 말라 하였기에 내려오지 못하는 서울 막내며느린
아침저녁 전화로 아쉬운 마음을 전하네요.
까치설날 오후에 도착한 사위가 생일선물이라면서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책을 슬그머니 내놓았다.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를 하고 책을 펼쳤더니
금일봉도 하얀 봉투 안에 넣어서 책갈피 속에 넣어두었네요.
등단한 것도 사위가 가장 기뻐해 주었던 것 같아요.
그 후부터는 장모 생일이 되면 언제나 책과 함께
금일봉을 넣어서 등기로 보내주곤 하였는데...
올해는 내려오는 길에 직접 들고 왔다.
아들, 딸보다 나으네요.
무던해서 말도 잘 주고받지 않아도 고마워하며
축하해주는 그 마음 씀씀이가 훈훈하게 전해져오니까요.
출발하기 전 구미 큰며느리 전화
"어머님 미역 있으세요. 미역국 끓이게 소고기 좀 사갈까요?"
"아니 미역국 안 끓여도 돼 소고기도 있으니 안 사와도 되고.."
음력 설날이 제 생일이라.. 미역국 끓여주겠다네요.
"양력 1월 1일 끓여 먹었다. 안 해도 돼, 그냥 와"
그랬지요. ㅎㅎㅎ
양력 1월 1일 생일은 어떻게 된 사연
인고하면요. 딸아이가 결혼하면서
"엄마 생신 양력으로 1월 1일 날로 하면 안 돼요?"
"엄마 양력으로 해요. 네"
음력 설날은 시댁에서 지내야 하는 딸아이(큰며느리거든요)
설날은 거리도 멀고 시댁에서 지내야 하니 같은 1월 1일인
양력으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정하였지만,
두어 번 내려온 딸아인 자신의 삶이 바빠 내려오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냥 그대로 아이들도 챙겨주고 하였는데...
큰 며느리가 전화해서 올해부터는 음력설 날로 다시 돌아가자 하네요.
에궁 이랬다가 저랬다가 아무튼 요상한 생일이 되어버렸어요....ㅠ.ㅠ
남편은 또 그러네요.
설날로 다시 되돌아가면 내 생일을 챙길 수 없고
그냥 명절에 묻혀서 지내게 된다면서 태어난 해 음력 설날
양력 날짜로 하자면서 만 세력으로 찾은 제 생일이 2월 22일.
아이들이 헷갈려하면 당신 혼자서라도 챙겨주겠다며 땅땅땅 정해버렸어요.
그러니 제 생일은 양력 1월 1일
음력 1월 1일 그리고 양력 2월 22일 이렇게 세 개나 되어버렸어요.
생일 대풍년이 들었네요. ㅎㅎㅎ
셋 중 어느 날로 챙겨주던 전 괜찮아요.
이웃님들께서도 어느 날 챙겨주셔도 좋구요.
아예 잊어버려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은 하루뿐인 생일이 제겐 3개나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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