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3. 06:33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자랑 하나 할까요?
아니 하지 말라고 하셔도 할거에요.
바로 우리 옆집 새댁 얘기에요.
요즘은 보기 어려운 이사 떡을 이사 오는 날
아파트 우리 라인 전체에 돌렸나 봅니다.
물론 옆집이니 당연 얻어먹었지요.
초등학교 일 학년에 입학할 여자아이와
서너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이렇게 남편이랑 4식구였어요.
우리 손주들이랑 같은 또래 아이들을 보니
떨어져 사는 손주들 생각에...
무엇이 생기거나 사게 되면 아이들 먹으라고 나누어 주곤 하였지요.
그런데.. 그것도 나중에는 하기가 거북(?)해져서..
새댁이 얼마나 반듯하고 마음이 고운지 몰라요.
무언가 받았으면 꼭 보답(?)을...
시골 시댁 다녀오며 가져온 싱싱한 채소들 과일들 등등
아기들 먹이라고 보낸 제 작은 성의가 새댁을 부담스럽게 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사 갈 무렵에는 서로의 일상이 바빠.. 못하였지요.
어느 날 바깥이 부산스러워서 내다본 풍경은
바로 옆집이 이삿짐을 내리느라 소란스러웠던 거에요.
놀라서 얼른 이웃집으로 갔지만, 이삿짐센터 일하시는 사람들만 있구요.
새댁이나 옆집 주인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두어 번 들락거렸으나, 만나지 못하여...
벌써 떠났나? 아닌데.. 마당에는 아직 짐차도 그냥 있는데...??
조금 있다 내려가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문을 여니 새댁 부부였다.
집이 급하게 팔리게 되어 이사 간다는 인사와 함께
빠리바케이트 롤 케이크가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건네주며
커피 타서 자실 때 드시라고 하네요.
이사 가는 사람에게 가서 잘 살라고 하이타이나 또는 작은 선물은
주어서 보내본 적도 있으며 본 기억도 있지만, 정작 이사 가는 당사자가
이렇게 선물을 주고 가는 것은 전 처음이었거든요.
이사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기에 아무 준비도 없이 있는 제게..
가져가서 아이들 먹이라고 거절을 했지만, 제 손에 꼭 쥐여주네요.
아이들이 곁에 있었다면 아이들 용돈이라도 쥐여주었을 텐데..
어디로 이사 가느냐 물으니
율하로 간다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나버렸어요.
그날 이사 들어온 이웃은 아직도 그림자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옆집인데... 그렇다고 무작정 벨을 눌릴 수도 없고..
혹시나 마주칠까 하고 문소리에 귀를 기울었지만,
소리 나서 나가보면 벌써 내려갔는지 집안으로 들어갔는지
닫힌 문만 쳐다보게 되네요.
옛 어르신님들의 지혜가 새삼 소중하게 깨달아집니다.
이사 들어오는 날 이사 떡 돌리는 이유를 ...
요즘은 반상회도 없어졌기에
새로 이사를 들어와도 서로 인사 없이 지내니....
아파트 마당에서 만난다 해도 누가 누군지 모르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낯이 선 저 사람이 손님으로 오신 분이신지 이곳에서 사시는 분이신지...
야박한 세상에 살게 되었네요.
새댁의 마음씀이 새삼 깊은 정을 느끼게 하네요.
얻어먹어서가 아니라... 정이 담긴 롤 케이크
아껴가며 먹긴 했는데... 미쳐 사진으로 남기진 못하였네요.
앗! 나의 불찰...
그러나 제 마음속 깊이 봉숭아 꽃물 드린 것처럼
빨갛게 새겨진 속정은 사진보다 더 오래 간직될 거에요.
'살아지는 이야기 > 초아의 옛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0) | 2015.10.24 |
---|---|
보고합니다. 인증샷 (0) | 2015.10.24 |
일이 생겨버렸어요. (0) | 2015.10.23 |
감사하는 마음 (0) | 2015.10.22 |
세상에나 요즘도?? (0) | 2015.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