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 새벽부터 일 낼 뻔하였습니다...ㅠ.ㅠ

2015. 10. 16. 19:41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1월 1일(토)

손목이 아프다는 핑계로, 귀차니즘으로...
아이들도 내려오지 말라 해 놓고...
나가는 것도 해 먹는것도... 싫어 밀어부쳤지요.

아침은 된장찌개로 때우고, 점심은 중국 음식.
혼자 먹긴 양이 많을 것 같아서..
유산슬 밥 1그릇 시켜 둘이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1월 2일(일)


저는 교회로 그인 영천에 사시는
카페 총무의 전화를 받고 다녀온다며 각자의 볼일을 보려 갔다.
(꿩을 잡았다며.. 식당에 부탁해서 요리해서 함께 먹자 해서...)

 

 

저도 아침예배와 오후 예배 드린 후 제직회에 참석해서
제직회를 마친 후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시간은 자꾸 흘러 가는데... 영천 간다며 나선 그인 소식이 없다.
밖은 캄캄... 염려가 되어 전화를...

아 글쎄 포항 죽도 시장이라 하네요.
영천에서 포항까지 쭉 뻗쳐버렸네요. ㅎㅎ

사연인즉 영천에서 꿩 요리를 먹고, 포항에 사시는
카페 회원님이 불러서 다시 포항으로 갔다나요.

술은 많이 하지 말고 천천히 놀다 오라고 했습니다.
11시가 넘어서 계단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ㅎㅎㅎ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배~에~ 사~~공~~ 그이의 기분 좋은 흥얼대는 목소리..

 

 

 

미리 현관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더니,
푸른 비닐봉지에 무언가 담아 들고 올라왔습니다.
무얼까 궁금해서 봉투 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흐미~ 제가 좋아하는 대게~~ 5마리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어요.
포항 사시는 회원이 싸서 주었다고 합니다.

겨우 씻고 자리에 누우면서 자꾸만 지금 쪄서 먹으라 하네요.
사실은 제가 더 먹고 싶은 굴뚝같은 생각에 그중 큰 것으로
2마리 골라 냄비에 넣고 쪘습니다.

그리곤 2마리 혼자서 게눈 감추듯 뚝딱. ㅎㅎ

 

 

1월 3일(월)

새벽 언제나처럼 눈이 떠졌습니다.
생물이라 오래 두면 안 되겠기에 냉장고 속에 넣어둔 대게 3마리
다시 냄비에 넣고 가스불을 켜곤 쪄지는 동안 컴퓨터를 하자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게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컴하느라 깜빡....어디선가 타는 냄새...
아차!! 후다닥 부엌으로
아이고 큰일 났어요. 자욱한 수중기와 연기...
서둘러 까스 불부터 끄고,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안방에서 자는 그이가 알면 큰일인데...어쩌지..
부엌에 가득한 수증기와 연기를 밖으로 몰아내기 시작..

뚜껑을 열고 대게를 서둘러 꺼냈습니다.
냄비 옆에 붙었던 대게의 다리가 검게 탔네요...ㅠ.ㅠ

그리곤 모른 척 시침 뚝 데고 컴퓨터 앞에서 진정을 시키고 있는데..
짙은 냄새가 안방까지 침투... 결국은 들켜버리고 말았다.

"이게 무슨 냄새야!! 당신 태웠지..."
"예. 대게 찌다가..."
감출 수 없어 얼른 자수했습니다.

한참을 혼났지요.
전 잘못했다고 계속 읍소...
에휴...약점 또 잡혔습니다. 

"부엌에 무얼 올려놓고는 컴퓨터하지 말라 했지!"
"아무튼 일낼 여자야! 당신!!"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혔어요. 그이가..
냄새가 지독하다며... 추운줄도 몰랐죠.
눈치 보느라...

대게 쪄서 먹으려다 아파트 홀라당 말아먹을 뻔 하였지요.
다시는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다짐에 다짐을 하고 나서야
그인 안방으로 들어가고 난 괜히 애꿎은 컴퓨터가 보기 싫어서..
작게 TV를 켜 놓고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숨기고 말하지 말까? 하다가... 블로그 이웃님께도 고백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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