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 내 탓

2015. 10. 16. 06:24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뼈에 좋다며, 곰국을 끓여 먹으라기에
곰국 거리를 사 와서 은근한 불에 푹 고았다.
곰국에 넣어 먹을 파를 총총 썰어 달라 부탁을 했지요.

 

파를 깨끗이 씻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총총 썰어주세요. 하고 방으로 들어왔더니

"아이 매워라," 하며 부엌에서 나와

화장실로 직행 손과 얼굴을 씻고 나오기에

 

"난 맨날 써는데...."
"맨날 써니까, 인이 박여서 괜찮지 뭐..."
"그래도 많이 썰면 눈도 맵고, 눈물도 나요."

그다음은 끝.

스멀스멀 기어나오려는 낱말들을 꾹 눌렸다
이런 대화는 길어지면 다툼이 될 수도 있기에...

평소 무엇이던 혼자서 다 한 내 탓이요.


식탁 위의 물도 부어준 내 탓
냉장고 안 과일도, 요구르트도 꺼내어 먹기 좋게 해 준 내 탓

해주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그이

습관화되어버린 그이를 야속하다 탓하기보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할 수밖에...

 

팔자도 길들이기라고 하였던가?
이제 와서 힘겨루기하며, 서로 마음 상하느니...

길들여진 팔자대로 살아가야겠다.
뱁새가 황새걸음 따라가려 하다, 가랑이 찢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