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음식이 더 맛있는 이유

2015. 8. 26. 06:23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딸아이랑 사위가 택배로 보내준 선물을 받고
막내가 통장으로 보내준 현금.
그리고 며느리에겐 저녁초대를 받고
나 혼자 흐뭇하게 어버이날을 챙기게 되니 문득 친정아버님 생각이 났다.

 
팔순을 넘긴 친정아버님 평소 자주 들리지 못하였지만,
오늘만이라도 가 뵙고 점심도 함께 하고 조금의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조금 이른 점심을 짝꿍에게 차려주고 집을 나셨다. 

흐리진 않지만, 활짝 갠 맑은 날씨도 아니어서일까
함께 가고 싶지만, 아침부터 내내 통증이 오는지 끙끙 앓는 짝꿍

그냥 나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가계에 들려 점심을 하려 가시자고 했지만, 자꾸만 괜찮다고만 하시는 아버지

"이그 아저씨 딸이 모처럼 점심 대접을 하겠다는데...다녀오세요."
"그래도 딸이 최고 내....며느린 안 오는데...."
"아니에요. 올케는 직장 가니까 못 오지요.
아침에 해 드렸을 거에요 그리고 다른 올케들은 멀리 있잖아요"
"아침에 해 줬어 우리며느리는.....멀리 있는 며느리는 미리 해주었고..."
행여 자식들이 욕먹을까 얼른 말씀을 하신다. 

"저도 가까이 사니까 오지요. 멀리 있음 마음뿐이지 오긴 어려워요"
자꾸만 권하는 아줌마와 나의 졸라대는 말에 마지못하여 나오셨다.
점심을 자시고 오시라며 권하시던 아주머니가...

"난 아들딸 며느리 사위들이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내 몸은 하나라서 현찰로 달라고 했어 난 현찰이 더 좋트라...ㅎㅎㅎ"
하신다.
"나도 현찰이 더 좋은데..."
금방 아버지도 그렇게 말씀하신다.

히~~ 알았어요. 아버지 저도 현찰이 좋아요...ㅎㅎㅎ
얼른 준비해온 봉투를 꺼내어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아..아이다. 그냥 해본 소리다...괜찮다..."
손사래까지 치시며 싫다고 하시는 걸 억지로 드렸다.

 
"아니에요. 아버지 드리려고 준비해서 나온걸요"
"아저씨 딸이 주는건데.....받으세요."
"아저씬 좋겠다. 역시 큰딸이 최고예요."

지난 일요일 포항 사는 동생이 찾아와서 점심을 사 드리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싫다고 해서 결국은 봉투에 용돈만 넣어드리고 갔다 한다.
어버이날 찾아오지 못하니 미리 당겨서 왔다 갔다고..

아버진 큰딸인 내가 사드리는 점심도 내 주머닐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싼 음식으로 드시려고 비싼 건 싫다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시며 결국 영양갈비탕으로 때웠다.


아버님의 깊은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나 역시 그러니까

지금은 시집 장가가서 손자까지 있는 나도 자식들 돈 쓰는 게 안쓰럽고 애틋하다.
올케가 꽂아준 아버지 윗주머니에 꽂혀있는 카네이션

오늘이 어버이날임을 증명하듯 하늘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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