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

2015. 8. 26. 06:06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첫 손자 보았을 때 이름을 남편이 지어주었다.
래규라고 올래 자에 별규 자로 지었다.
돌림자가 올래 자이기에 돌림자를 넣고 지으려니,
안 그래도 짝꿍이 시댁에선 막내 그나마 늦게 한 결혼
우리 집 아이들 결혼하기 전 사촌까지 거의 다 결혼을 해서....
지을 이름이 없어서, 한참을 고심하고 다시 짓고 또 짓고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가 세 개의 이름을 지었다.


그리곤 어느 이름이 좋으냐? 고 며늘아기 한태 물었다.
그 중에 고른 게 "래규" 였지만, 그러나 며늘아긴 속으로
이름에 대한 불만이 있었나보다.
발음하기도 힘들고 그냥 쏘옥 마음에 들지도 안았나보다.
그래서 둘째 딸아이 가지고는 이렇게 말한다.
함께 열심히 믿음 생활을 하는 시누이랑 둘이서 입을 모아..... 

"어머님 이번 아기 이름 저희들이 지으면 안 될까요?"
"왜? 아버님이 지어 줄 탠데...."
"엄마 이번엔 딸아이라고 하니까 돌림자 넣지 말고
그냥 언니하고 싶다는 대로 해주세요."
"그럼 뭐라고 지을 건대....생각해 봤니?"

"네...저 "하은" 이나, 아님 "주은"이 하고 싶어요."
"응 엄마 뜻도 좋아 하은인 하나님의 은혜이고 주은인 주님의 은혜 이렇게...."

벌써 둘이서 소근소근 입을 다 맞추어놓고 나에게 말을 한다.

 

"몰라...아버님께 여쭈어보고 될 수 있으면 그리 하라고 말씀드려볼게....."
하고 여운을 남겼다. 혹 모르니까.....짝꿍의 생각을 모르니까...
그러나 나도 딸아이고 하니, 며느리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싶다. 

어느 날 시간을 내서 짝꿍한태 말했다.
"여보 얘들이 이번에 태어나는 손녀딸아이에겐 이름을 자기들이 지어주고 싶대요."
"뭐라고? 딸인지 어떻게 아는데.....확실해?..."

히~~그건 나도 모르죠. 낳아봐야 할태지만,
그러나 병원에서 딸이라 했다고 하네요. 분홍색 옷을 준비하라나 모라나...ㅎㅎㅎ


큰 아이 때도 며늘아긴 의사선생님을 졸라서 여쭈어 봤나봐요.
뭘 낳을까? 몹씨도 궁금해서.....할머니보다 더 많이 궁금하고 그랬나봅니다.
난 뭘 낳든지 다 좋다고 했지요.
순산만 해 준다면....너만 건강하다면...하구요.
병원에 갈 때마다 조르고 졸라서 의사선생님이 말씀했대요. 

"뭐가 그리 궁금하세요. 도대체 뭘 낳고 싶은대요? 아들?"
"아니요. 아들이든 딸이든 궁금해서요."
"뭐가 더 낳고 싶은대요??"
"아들요..."
"그럼 소원대로 되겠네요. 찬치할 준비하세요."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대요.


그때부터 아들이라고 아니, 첨 가질 때부터
임신할 때부터 아들이라고 딱 믿고 있는 것 같아
사실은 난 조금 걱정이 되었다.

혹 딸아이 낳고 서운해할 며늘아기 실망스런 모습 보기 싫어서....


"얘야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낳아야지,
그리고 기쁘게 받아야지..안 그래..."

이렇게 말을 해주긴 해도 가만히 보면 막무가내다.
그런다고 딸이 아들이 되지도 않는데.... 

하긴 며늘아긴 딸 6명인 집에 막내 딸 이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아들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난 정말이지 아들이든 딸이든 순산만 해 줬음하고 다른 바램은 없었는데.....
그랬는데.......다행이 아들을 순산을 했다.


행복해 하는 며늘아기 곁에서 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지어준 이름 래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돌림자를 따라야 하고
또 시아버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라 그냥 아무소리 못했나보다.

이번엔 조금 강하게 말한다.

 

딸이라고 하니, 딸아이 이름은
돌림자 넣지 않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짓겠다고...
이번에도 자꾸만 조르는 며느리 한태 의사선생님이 지셨나보다.
첫아인 아들 둘째는 딸 소원대로 다 가지게 되어 기쁘시겠다고 하셨다며...
딸이라고 한다.

 

그러나 딸이라고 말하는 며느린 조금 서운해 보이는 것 같다.
후후~~아들 둘에 딸 하나 가지고 싶었나 봐요.
음마~~무시라....요즘 세상에 뭔 아들 욕심은 아들하나 딸 하나면 족하지....
그러나 난 뭐라고 못한다. 셋은 가지고 싶다는 며늘아기 한태.....
유일하게 한 나의 반항은....ㅎㅎㅎ 

"난 모른다. 셋째는 니 가 알아서 해~....나 못 봐 준 대 이....흐흐흐"
이렇게 조금 약효가 있었나 마랐나?......


암튼 이렇게 흘려 가는 말처럼 해 놓았지만,
다시 셋째가 태어난대도 어쩔 수 없이 또 봐 주겠지...
길을 두고 뫼로 갈 수는 없으니까.....

짝꿍한태 하은이나 주은이 하면 어떻냐고 둘 중에 하나 하자고 했다.

 
좋은지 나쁜지 좀 보고 나쁘지 안으면 그렇게 해 주지 하고 흔쾌히 말을 해준다.

그러나 난 이 말은 쏘옥 뺐다.
하나님의 은혜인 하은이며, 주님의 은혜인 주은이라고 그 속에 숨겨진 뜻은 말하지 않았다.
혹 오히려 그렇게 말해서 반감을 살까? 하고.... 짝꿍은 뭐든지 지나치게 하면 싫어한다.
뭐든 적당히도 싫어하지만, 종교도 너무 지나치게 믿어 그 속에 푸욱 빠지는 건 싫어한다. 

어느 종교를 믿든지 그건 자유지만, 어디든 자신도 버리고 빠져드는 건 싫어한다.
그냥 발음하기 좋고, 이뻐서 하은이나, 주은이를 하고 싶다고 한다고 그렇게만 말했다.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핵수를 맞추어보고 날밤을 꼬박 새우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한다.

두 개중에 하나도 안 되며, 또 그 비슷하게 지어줄래도 이름이 없단다.


그럼 뭐가 좋아요? 하고 물었다.
아무튼 며늘아기 마음에도 드는 이름으로 지었으면.....

그런 어느 날 큰아들(래규아빠)가 와서 하는 말

 

"엄마 래규 이름 누가 지었어요?"
"아버지가 지었지 누가 지어...왜?"
"컴퓨터로 점을 쳐봤는대요. 100점 만점에 98점 나왔어요."
"그거 짓느라 얼마나 오랫동안 씨름했는데......" 

후후 자기 이름은 67점 나왔대요.
우리아들 이름은 당연하게 할아버님이 지어주셨지요.
그것도 돈 주고 작명가에게 지었다고 하는데.....
짝꿍이 지어준 이름보다 점수가 작게 나왔네요.
그말에 영향을 받았는지....며늘아기도


"아버님이 이쁜 이름으로 지어주세요." 하고 말한다.
그때부터 만 이틀을 이것은 어때? 이건 어때?
하고 한 개의 이름을 지을 때마다 물어본다 나에게.....
그건 싫어요. 안 이뼈요. 발음하기도 그렇고......

여러 개의 이름 중에서.....


옥돌 "민지"가 그중 가장 부르기도 쉽고 이쁘기도 해서 결정을 했다.
또 싫타고 함 안 되니까...물어보라고 해서....며느리한태...

"물어보나 마나 그냥 민지로 해요. 이쁜대요. 모...
호적에 딱 올려서 등본을 하나 떼다 줍시다...ㅎㅎㅎ"

그리곤 우린 서로 쳐다보며 웃었지요. 며느리 생각을 하면서.... 

"얘야 아버님이 "민지"가 좋다고 하네...."민지"로 하자 응..."
"네 그래요. 어머님 "민지" 이쁘네요. 그렇게 할께요."

이렇게 전화로 끝냈다. 이름짓기는..


후유~~~이름짓기도 힘들어라.....

이렇게 해서 둘째 손녀딸아이의 이름이 "민지"로 결정이 났다.
김민지.....민지....부를수록 정이 가고 이뻐서 요즘은 아기 보려가서 자주 불려요.
민지야 할머니 왔다. 할아버지도 오셨다. 함시롱...
알아듣거나 말거나 자꾸 부르지요. 

 
 

'살아지는 이야기 > 초아의 옛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며느리가 보내 준 색동 핸드백~^^  (0) 2015.08.26
싼 음식이 더 맛있는 이유  (2) 2015.08.26
벗이여~~  (2) 2015.08.25
다시 일상의 생활로...  (2) 2015.08.25
진심인지 모르는데...  (2) 2015.08.24